등록 : 2013.12.25 20:02
수정 : 2013.12.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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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폴크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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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라이프
*PPL: 드라마 속 간접광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드라마 속 수입차 홍보경쟁…폴크스바겐 웃고 베엠베 찡그렸다
2013년에도 수많은 자동차들이 드라마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출연만으론 부족하다. 이미지까지 챙겨야 하는 자동차회사들의 드라마 진출 성적표는 어땠을까? 2013년 그들의 손익대조표.
마세라티-<상속자들> ★★★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자동차 피피엘(PPL: 간접광고)의 성지였다. <시크릿 가든>의 베엠베(BMW), <신사의 품격>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 작가의 작품에 나온 뒤 급하게 팔리는 놀라운 기적을 맛봤다. 드라마의 내용과 자동차를 자연스럽게 접목하기에 광고주들은 유독 김은숙의 드라마를 사랑한다.
김은숙의 신작 <상속자들>에 뛰어든 건 마세라티다. 업계에선 뜻밖이라고 했다. 마세라티는 독일 3사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은 브랜드다. 모험을 했던 이유가 있다. 고급차 이미지 마세라티는 최근 1억원 초반대의 저가형(?) 모델인 기블리를 출시했고,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하늘에서 땅으로 한 발짝 내려오려는 마세라티에게는 지금이야말로 한번쯤 승부수를 던질 만한 상황. 그래서 결과는 어땠을까? 극 초반까지만 보면 괜찮았다. 첫 회에서 이민호는 마세라티를 타고 캘리포니아 해변을 달렸다. 마세라티의 상징인 공격적인 배기음이 꽤 선명하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가 발목을 잡았다. 주요 배역이 고등학생이다 보니 극의 배경이 국내가 되면서는 썩 많이 노출될 수 없었다. 자식들은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데 부모들은 현대나 기아의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도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마세라티로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는 것만으로 손해날 건 없었던 장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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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도요타 렉서스 LS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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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굿 닥터>★★★★
<굿 닥터>는 방영 전 방송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작품이었다. 의학드라마라는 소재는 다소 뻔해 보였고, 주원과 주상욱의 투톱도 미심쩍었다. 첫 회 시청률을 보장하기에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얘기가 달라졌다. 극본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호연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20%를 넘나드는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피피엘을 제공한 아우디로서는 호재였다. 의사라는 고소득 직업군이 다들 아우디를 타고 다닌다는 설정 자체가 괜찮았다. 무엇보다 주상욱이 타고 다닌 빨간색 S4가 돋보였다. S4는 아우디 A4의 고성능 버전이다. <굿 닥터>의 최고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주상욱은 극 중에서 정의감 있고 욱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주상욱의 극 중 캐릭터와 S4는 꽤 훌륭한 화학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올 한 해 경쟁자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베엠베의 신차 공세를 조용히 지켜만 봐야 했던 아우디에게는 뜻밖의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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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 태양> 닛산 인피니티 M3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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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상어> <비밀>★★★★★
올해 자동차 피피엘의 가장 큰 수혜자는 폴크스바겐이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들에 어김없이 폴크스바겐의 차가 등장했다. 시작은 손예진과 김남길의 <상어>였다. 극 중 검사 역을 맡은 손예진은 컨버터블 차량인 골프 카브리올레를, 호텔 오너로 등장했던 김남길은 대형 스포츠실용차(SUV)인 투아렉을 탔다. 골프 카브리올레는 <상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손예진 차’로 불리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상어>는 ‘작품성 높은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유지한 채 10.7%라는 만족스러운 시청률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종영했다.
광고주가 사랑하는 김은숙 드라마
고등학생 배역이 발목잡았다
닛산 인피니티·렉서스
캐릭터 맞아떨어진 PPL로 성공
<비밀>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올해 폴크스바겐은 뭘 해도 되는 집이었다. <비밀>은 강적들이 즐비했던 수목드라마 시장에서 뜻밖의 성공을 거두며 피피엘을 협찬했던 폴크스바겐에 함박웃음을 안겼다. 지성은 재벌 총수 후계자라는 배역을 앞세워 골프 카브리올레, CC, 파사트, 페이톤 등 폴크스바겐의 전 차종을 운전하며 광고 효과를 톡톡히 냈다. 특히 지성과 황정음이 차에 앉아 눈물의 키스를 나눴던 CC는 가장 덕을 많이 봤다.
<상어>와 <비밀>은 배우의 이름값이나 거대한 스케일 대신 작품성만으로 돋보였던 드라마였다. 그건 폴크스바겐의 정체성과도 어울렸다. 수입차치고 저렴한 가격과 훌륭한 성능을 가진 폴크스바겐은 올해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소형 에스유브이인 티구안과 중형 세단 파사트는 최근 몇 달 동안 수입차 판매 1, 2위를 나란히 휩쓸며 수입차 시장을 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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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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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엠베-<메디컬 탑팀>★☆
지금까진 베엠베가 거의 매년 드라마 피피엘의 승자였다.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탔던 Z4는 스포츠카로서는 이례적으로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며 ‘자동차 피피엘의 전설’로 남았다. 다른 드라마에 노출된 차도 마찬가지. 베엠베는 어느 브랜드보다 피피엘에 신중하고 치밀해서라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만 보면 흉작이었다. 올해 베엠베가 차를 협찬한 작품은 단 하나, <메디컬 탑팀>이었다. <굿 닥터>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데다, 오랜만에 티브이에 복귀한 권상우와 주지훈이라는 스타도 있었다. 그러나 <메디컬 탑팀>은 월화드라마로는 재앙에 가까운 5%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극에서 베엠베가 등장했던 장면들은 하나같이 괜찮았지만 시청률이 워낙 낮다 보니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울 건 없었다. 베엠베의 베스트셀러 520d는 올해도 수입차 누적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가장 잘 팔리는 수입 세단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렉서스-<드라마의 제왕>★★★★☆
자동차는 드라마에 많이 등장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극 중 캐릭터와 상품이 얼마나 딱 맞아떨어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최고의 피피엘 중 하나는 <드라마의 제왕>과 렉서스의 조합이었다. 극 중 잘나가는 프로덕션 대표인 김명민은 하루아침에 추락한 뒤 새 기획사를 차린다. 다시 한번 재기의 깃발을 휘날리던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눈물 삼키며 팔았던 자신의 자동차, 렉서스 LS600을 되사는 일이다. 소비자들의 감정이 이입되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된 상품은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던진다. 그런 면에서 이 장면은 좋은 피피엘의 모범 사례라 할 만했다. 올해 렉서스는 피피엘 외에도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펼쳤다. ES와 IS 등 주력 모델들이 줄줄이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으며 원조 ‘강남 쏘나타’의 위용을 찾으려 애썼다. 극 중 김명민의 모습이 계속해서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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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탑팀> 베엠베 52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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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돈의 화신>★★★★
포드코리아는 올해 인상적인 성장을 보였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40% 정도 늘었다. 좋은 성능에 합리적인 가격. 예전 일본 수입차가 파죽지세로 판매를 늘렸던 비결을 올해 포드자동차가 그대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올해 피피엘 성적도 판매량만큼 준수하다. 포드는 <돈의 화신>과 <결혼의 여신>에 피피엘을 제공했다. 특히 <돈의 화신>의 주인공인 강지환과 박상민에게 야심작인 퓨전을 태우며 이미지가 대폭 상승했다. 퓨전은 스마트키 대신 앞문에 부착된 키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으로 차의 잠금장치를 풀 수도 있는데 드라마에서 이 낯선 잠금해제 방법이 여러 차례 노출되며 인상적인 광고 효과를 거뒀다.
생각해보면 포드가 협찬한 두 작품 모두 대단한 스타가 나온 건 아니었지만 중형 규모의 드라마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의 성향은 포드코리아의 현재 상황과 적절히 맞아떨어진다. 독일산 브랜드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올해 수입차 성적표에서 포드는 중저가 모델 위주인 자신들이 어떤 자리를 취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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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닥터> 아우디 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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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주군의 태양> <야왕>★★★★☆
시청률로만 따졌을 때 올해의 승자는 닛산이다. 닛산이 피피엘에 참여한 <주군의 태양>과 <야왕>은 둘 다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야왕>에서 유노윤호는 스포츠카인 370Z를, 권상우는 닛산의 주력 모델인 알티마를 탔다. 극의 전개상 차가 나오는 야외 장면이 많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한몫 톡톡히 했다. <야왕>이 닛산이었다면 <주군의 태양>은 인피니티였다. 소지섭과 공효진의 첫 만남부터 차량 안에서 이뤄진 건 물론이고 소지섭이 차에서 타고 내리는 모든 신이 주력 모델인 M30d에서 이뤄졌다. 자동차라는 물건과 상당히 어울리는 배우인 소지섭과 함께했다는 것만으로 인피니티로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얼마 전 닛산코리아의 새 최고경영자인 기쿠치 다케히코 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닛산과 인피니티의 제품력에는 자신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시장에서 닛산의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걸 느끼고 있다. 올해는 닛산 브랜드 이미지 확장에 힘을 기울이겠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들로 인해 적어도 닛산의 로고를 헷갈리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피피엘의 효과를 제대로 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기원 <젠틀맨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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