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12.25 20:26 수정 : 2013.12.26 11:29

1 필리핀 루손섬 북동부 팔라우이섬의 케이프 등대. 2 산타아나 해변에서 해넘이 방카 보트 투어에 나섰다. 배의 조수인 원주민 소년이 배 앞머리에 걸터앉기 위해 뛰어오르고 있다. 3 시에라동굴(카가얀밸리 칼라오 동굴계) 앞 강변의 선착장. ※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필리핀 북부 여행
관광객 발길 닿지 않은 루손섬 북동부 카가얀밸리의 원시림과 비경 탐방

필리핀 본섬인 루손섬 북동부 광역 행정구역의 한곳인 ‘카가얀밸리 리전’. 세 개의 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역으로 필리핀 내 최대 쌀 생산지다. 산악지대의 원시림과 비경을 간직한 석회동굴 무리가 숨어 있는 지역이지만, 관광객 발길은 많지 않은 곳이다. 한국인은 필리핀의 최대 외국 관광객으로, 지난해 103만여명이 필리핀을 찾았다. 이들 중 카가얀밸리 지역을 찾은 이들은 400여명 수준(카가얀밸리 관광청 추정)이다. 그만큼 국내엔 덜 알려진 지역이다. 카가얀밸리 당국이 경제특구로 지정해, 북부지역 관광·무역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북동부 해안도시 산타아나 해안의 깨끗한 섬 팔라우이섬과 카가얀밸리의 주도인 투게가라오시 주변의 석회동굴을 만나고 왔다.

형형색색 집게들의 천국 팔라우이섬 산호 해변

“발 디딜 때 조심!” 희디흰 산호 조각들이 모래처럼 깔린 해안. 날카로운 산호 조각을 조심하라는 말이 아니다. 매끄럽게 닳아가는 형형색색의 산호 조각들 사이로 꼬물꼬물 바글바글 움직이는 것들. 고둥·소라·조개껍질을 집 삼아 들어가 사는 집게(사진)들이다. 이 넓은 해변은 말하자면, 수천 수만 마리 집게들의 놀이터요 일터이고, 주택 전시장이었다. 저마다 크고 작은 색색의 집을 등에 지고 첩첩이 쌓인 산호 조각들을 넘고 또 넘어 먹이를 찾으러 이동하고 있다.

작은 것은 새끼손톱 크기의 고둥에서부터 큰 것은 달걀 크기의 소라 껍질까지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몸집이 커지면 몸에 맞는 새집을 구해 이사하는데, 집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그 지역에 다양한 조개·고둥류가 살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흔히 소라게라 부르며 애완용으로 많이 기르는 집게. 이렇게 다채롭고 아름다운 집들에 세들어 사는, 이토록 많은 집게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필리핀 북동쪽 끝 산타아나 해안의 팔라우이섬이다.

산타아나 해안 가까이 있는 면적 200㏊의 팔라우이섬은 섬 전체가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1986년)돼 있다. 화산 폭발로 생겨난 이 섬의 풍경들은 제주도와 닮은 데가 있다. 해안에 깔린 검은 현무암 무리, 곶자왈 지대를 닮은 울창한 숲, 그리고 오름을 닮은 언덕을 오르면 펼쳐지는 광활한 풀밭 등이 그렇다.

이 섬을 찾는 연 3000명 정도의 관광객은 대부분 필리핀 내국인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운 이 산호 해변(엥가뇨 해변)에 배를 대고, 북쪽 끝 언덕에 세워진 유서 깊은 등대로 오른다. 20여분간 숲길과 270개의 계단을 오르면 고색창연한 등대를 만난다. 1888년부터 4년에 걸쳐, 당시 스페인 정복자들이 중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세운 시멘트 등대와 등대지기 살림집 등이 폐허가 된 채 방치돼 있다. 이 등대는 루손섬 내륙까지 항해해 들어올 수 있는, 필리핀 최대의 강인 카가얀강 하구를 찾아 항해하는 배들의 요긴한 안내자 구실을 했다. 지금도 태양열을 이용해 불을 밝힌다.

등대지기인 아버지를 따라 10살 때까지 등대에 살았다는 팔라우이섬 주민 피델리오(60)는 “당시는 큰 추를 이용해 태엽을 감아 등댓불을 회전시켰다”며 “다섯 가족이 일주일씩 돌아가며 등대를 관리했다”고 말했다.

등대 주변에 서면 화산 폭발로 형성된 주변 섬들과 해안의 검은 절벽들 앞으로 펼쳐진 망망대해가 그림을 그린 듯 아름답게 다가온다. 2~4월엔 이곳에서 떼지어 헤엄치는 혹등고래 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뼈대만 남은 건물과 녹슨 발전시설, 부엌, 우물 터 등이 남아 있다.

140여가구 1000여명이 사는 이 섬이 자랑하는 특산물로, 절벽에 올라가 채취하는 ‘돌사타 꿀’이 있다. ‘돌사타 나라’라는 나무의 꽃만 선호하는 토종 벌들이 모은 꿀을 매년 3월 연기를 피워놓고 채취한다고 한다.

이 섬을 구석구석 둘러보려면 가이드 면허를 받은 ‘팔라우이 역사 생태 탐방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섬에 만들어진 세 코스의 탐방로를 걷는 방법이 있다. 2~3시간 코스. 집게들이 들끓는 아름다운 산호 해변, 엥가뇨 해변으로 가려면 산타아나 해안 산비센테 포구에서, 배 양쪽에 긴 대나무를 덧댄 방카 보트를 타고 40분 정도 달려야 한다.

때 묻지 않은 투게가라오 일대 석회동굴들

카가얀밸리 지역의 대표적인 자연경관은 산자락에 무수히 숨어 있는 석회동굴들이다. 무려 300여개에 이르는 석회동굴이 거미줄처럼 뻗어, 종유석·석순·석주들이 무성한 지하 궁전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동굴 무리로 칼라오 동굴계(동굴 무리)가 있다. 여러 개의 동굴이 얽힌 구조인데, 이 중 한곳에선 6만7000년 전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인류의 뼈가 발견됐다고 한다. 칼라오 동굴계에 속해 있는 시에라 동굴을 탐방했다.

카누를 타고 강을 건너서, 길옆 가파른 산비탈로 덩굴식물 줄기를 밧줄 삼아 기어오른 뒤, 땅 밑으로 뚫린 비좁은 바위 구멍에 몸을 비집고 내려가 칠흑 같은 어둠을 만나면서 동굴 탐방은 시작된다. 안전헬멧도 밧줄도 없이, 세 사람에 하나꼴로 주어진 손전등에 의지해 엉금엉금 기어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동굴엔 지금도 활발하게 자라고 있는 끈적끈적한 석순·종유석들이 무수히 우거져, 마치 외계 생명체의 축축하고 미끈거리는 입속 같은 느낌이었다.

언덕 넘고 물 건너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몸에 석회칠을 하고 나서야 동굴 가이드가 “이제 위험해서 더이상은 어렵다”는, 입구에서 겨우 300m 들어간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들어가고 나오는 동안 날아다니는 박쥐들과 벽에 붙은 곤충, 그리고 작은 화석들을 관찰한 것은 성과였다.

동굴 가이드 피오(66)가 강 상류 절벽 위의 동굴에서 해질 무렵 일제히 쏟아져 나오는 박쥐 떼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카누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랐다. 피오는 “칼라오라는 새가 박쥐와 함께 동굴에 사는데 해가 지면 칼라오 떼가 먼저 동굴을 빠져나온 뒤 박쥐 떼가 나타난다”고 했다. 하지만 칼라오도 박쥐도 이미 다 빠져나갔는지, 해가 지고 서산의 노을이 잦아들도록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카가얀밸리(필리핀)/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필리핀 여행 정보

기본 사항 인천공항~마닐라공항 운항시간 4시간.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화폐는 페소. 1페소

는 약 25원. 마닐라공항 이용 때 공항세 550페소를 내야 한다(미국 달러도 가능). 전압은 한국과 같은 220V지만, 110V용 1자형 플러그를 준비해야 한다.

날씨 필리핀 본섬인 루손섬 북부 지역은 건기인 12~2월에 날씨가 비교적 선선해져 여행하기에 좋다. 1월에는 평균기온이 23~24도까지 내려간다. 3~6월은 덥다.

숙소 투게가라오와 산티아고, 바나우에 등 도시에 호텔들이 있다. 규모와 시설, 숙박비는 우리나라 모텔급 수준이다. 동북부 산타아나시의 해변엔 수영장·스파·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춘 카가얀 홀리데이 앤 레저 리조트(선 시티)가 있다.

여행 정보 온필(www.onfill.com) 1544-0008, 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 (02)598-2290.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