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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류업체 ’죽장연’을 찾은 대학생 김대욱(사진 왼쪽), 김민경(오른쪽 둘째), 이동욱(맨 오른쪽)씨와 죽장연 대표 정연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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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
영세한 지역사회 업체나 농민들과 손잡고 사업 활성화 돕는 대학생 동아리 ‘인액터스’
전통 장류 브랜드 ‘죽장연’ 대표 정연태(48)씨는 지난해 7월 낯선 이들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하루가 숨 쉴 틈도 없이 바쁜 그였다. 모르는 이의 메일 따위는 휴지통으로 직행이다. 하지만 그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모든 음식에 가장 근본이 되는 재료는 소금입니다’로 시작하는 문서에는 평소 자신의 된장 제조 철학도 적혀 있었다. ‘세월 외엔 아무것도 담지 않습니다.’ 경기도 서해안의 천일염 생산 염전과 납품 및 파트너십을 맺자는 제안서였다. 몇년 전부터 ‘우리 식 전통 된장 제조자’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그에게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제안이었다. 정작 그의 눈에 띈 것은 제안한 이들이었다. 염전 주인도, 공무원도, 관련 업체도 아니었다. 대학생들이었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인액터스 서울대학교 지부’ 학생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들은 서해안 영세 염전 살리기 프로젝트인 ‘연프로젝트’를 5년째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신선했다. “아이디어가 많고 ‘연’(然)도 끌렸다. 죽장연의 ‘연’과 같은 한자에다 제 이름에도 ‘연’이 있다.” 그와 대학생들의 인연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26일 동아리 회원인 김대욱(23·농경제사회학부), 이동욱(23·경제학부), 김민경(20·경제학부)씨는 구불구불 4시간 이상 걸리는 죽장연 제조장이 있는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사리행 차에 몸을 실었다. 정씨가 송년 파티에 이들을 초대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끼는 업체나 분야를 선정해서 저희가 디자인이나 마케팅을 도와드리고 신사업 시작에도 도움을 드린다.” 김대욱씨가 흔들거리는 차 안에서 동아리 활동을 설명한다. 386세대가 수건 질끈 동여매고 땡볕에 밭매고 비닐하우스 농사를 했던 1980년대 농활과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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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주염전의 염전체험학습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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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염전을 장류 브랜드와 연결
‘죽장연’ 정연태 대표
젊은이들 에너지에 반해
흔쾌히 업무 제휴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염전주에게 대학생들은 어린애로만 보였다. 동주염전 백재환 염전감독은 “처음에는 별로 믿음이 안 갔지만 열흘에 한번씩은 찾아오고 체험 프로그램 계획서를 가져오면서 신뢰가 생겨났다”고 한다. 처음 인연을 맺은 동주염전에서는 올해만 5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인기다. 대학생들은 소포장 방식의 판매도 권유했다. 홍보자료나 포장지 등을 만드는 경비가 안 들어갈 리 없건만 보람이 청춘들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각종 사회적 기업 공모전 입상이나 아르바이트, 선배들의 후원을 받아 프로젝트 경비를 충당했다. 두번째 인연을 맺은 공생염전과 관련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 나섰다. 소금을 많이 쓰는 납품업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 김치공장부터 고등어 염장업체 등 각종 식품업체 100여곳에 전화를 돌렸다. 무작정 덤볐다. “정말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대학생이다 보니 안 믿는 데도 많았다.” 김대욱씨의 말이다. 유일하게 “한번 만납시다” 하고 응답한 곳이 죽장연이었다. “국제구호단체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친구가 처음 전화를 받았는데, 우리 모두 정말 기뻤다.” 김씨는 그날이 눈에 선하다. 죽장연 대표 정씨와 동아리 학생들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다. 지난해 10월께 바람이 쌩하게 부는 공생염전도 함께 방문했다. 정씨는 지금까지 전남 신안군의 천일염을 썼으나 올해 3월에는 공생염전의 소금 1000㎏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보수도 받지 않고 활동하는 학생들이 기특하고 실제 맛을 보니 품질이 좋았다. 대규모 시스템이 아닌 개인이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면서 옹기판염으로 만드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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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발효실에 걸린 죽장연의 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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