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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01 20:58 수정 : 2014.01.02 11:20

지난 12월26일 경기도 고양시 로얄새들승마클럽마장에서 여성 교관 백민씨 등이 말을 쓰다듬어주고 있다.

[매거진 esc] 여행
말띠해 맞아 배워보는 승마…시작하기 전에 인가 시설인지 공인 승마교관 있는지 꼭 확인해야

불통이 문제다. 소통과 교감을 가로막는 불통. 무슨 말인가 하면, 말이 그렇다는 얘기다. 수천년 사람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화기애애한 레저스포츠의 한 세상을 열어온 말이야말로, 참 배울 점이 많은 동물이다. 갑오년 말띠 해(정확히는 1월31일부터)를 맞아 승마 체험을 하면서 그걸 조금 깨달을 수 있었다. 초원이나 전쟁터에서 내달리며 히히힝! 날뛰는 모습만 떠올렸던 그 말이, 실은 소심하고 따뜻한 동물이란 걸 깨달았고, 서민은 엄두도 못 낼 귀족 레포츠라고 여겼던 승마에 대한 선입견도 좀 누그러졌다.

생명끼리 나누는 배려와 교감

“말에게 다가갈 땐 천천히 말의 옆쪽으로 접근하세요. 뒤로 다가가면 위험합니다.”

지난 12월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로얄새들승마클럽 초보자 승마장. 동물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즐기는 유일한 레저스포츠라는 승마 체험에 나섰다.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승마장이 이곳이다. 마장에 나서기 전 승마 경력 10년의 남정홍 교관이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말이 거칠고 공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예민하고 수세적인 동물입니다. 말을 타려면 말과 끝없이 교감하며 소통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말에게 다가가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말은 그 크고 순박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눈을 맞춰왔다.

교관의 안내에 따라, 말 갈기와 고삐를 함께 잡은 뒤 왼발로 발판을 딛고 안장에 올랐다. “양손에 고삐를 팽팽하게 잡고 가슴과 허리를 펴세요.” 생전 처음 말에 올라 보니, 말이 정말 큰 동물이라는 생각과 중심을 잡지 못하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몰려온다. 두 발에 힘을 주어 중심을 잡고 허리를 펴자, 어느 정도 안정감이 생겼다.

“쯧쯧” 혀를 차자 말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잘 교육된 말은 ‘부조’(말에게 보내는 말과 신호)를 통해 기승자와 교감하며 움직이게 된다. 출발 땐 ‘쯧쯧’ 혀를 차고, 멈출 땐 ‘워’ 하며 고삐를 약간 당기면 된다. 말이 평보(천천히 걷기)를 시작하자, 잠시 어릴 적 엄마 등에 업혀 다닐 때 느낌이 떠올랐지만, 이내 전혀 다른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두 발과 네 발의 차이다.

“허리를 펴고 정면을 보세요. 고삐를 늦추면 안 됩니다.” 고삐에 연결된 재갈을 문 말이 안쓰러워 고삐를 늦춰 잡자 곧바로 교관의 지적이 나온다. 말과의 교감이란, 말에게 밀려서도 안 되고, 말을 강압해서도 안 되는 그 중간 지점에서 시작되는 거였다. 고삐로 말을 제압하면서 확실한 신호를 보내줘야 말이 기승자의 지시에 복종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승마는 교감과 소통을 통해 리더십을 길러주는 레포츠란 말이 나오는 겁니다.”

번번이 중심이 흐트러지고, 고삐가 느슨해지는 걸 바로잡으며 평보로 천천히 마장을 몇 바퀴 돈 뒤, 교관이 약간 속도를 더해 네 발로 걷는 속보를 주문했다. 쯧쯧, 쯧쯧 혀를 두어번 거듭 차자 말이 속도를 내며 율동이 더욱 커졌다. “발에 힘을 줘 중심을 잡고, 말 움직임에 맞춰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세요.” 고삐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어섰다 앉기를 되풀이하는 동안, 율동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적응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워, 워.’ 불안했던 속보 전진을 교관이 세웠다.

손에 땀을 쥐게 한 20여분간의 승마 체험은, 기계만 다뤄온 몸의 단순무지한 신경세포들을 전혀 다르게 자극해준 느낌이었다. 마음먹은 대로 조작하고 부리는 것이 아니라, 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면서, 그 반응을 염두에 두고 느낌을 주고받으며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교감이고 소통이죠. 생명끼리 조화롭게 나누는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소통입니다.”

초보자 마장에서 교관이 속보 시범을 보이고 있다.

말은 예민하고 수세적인 동물
눈 맞추고 소통해야 다가갈 수 있어
엄마 품과 다른 포근함
리드미컬한 움직임에 몸을 맡겨야

승마 초보 딱지 뗀 이가은씨의 경우

초보자가 체험 승마를 마치자, 마장으로 한 여성이 들어와 말에 능숙하게 오른다. 석달 전 20회 쿠폰을 끊어, 승마를 시작했다는 대학 3년생 이가은(23·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다. 1주일에 1번꼴로 1회에 45분씩 말을 타, 이번이 12번째라고 했다. 20회 이상이면 구보(마장에서 달리기)를 익혀 중급자로 인정받으니, 이제 막 초보자 딱지를 뗀 셈이다.

“중학생 때 우연히 경험한 체험 승마 때의 짜릿한 느낌을 잊을 수 없어 승마를 시작했다”는 그는 “제대로 배워 마음껏 달려보고 싶은 게 꿈”이라고 했다.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120만원을 승마에 과감히 털어 넣었다는 그에게, 12번 말을 타는 동안 달라진 점을 묻자 머뭇거림 없이 답이 돌아왔다. “약간 문제가 있던 척추도 바로잡혔고, 변비도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는 “무엇보다 불룩했던 아랫배가 몰라보게 쑥 들어갔다”고 했다. 말과 교감하는 전신운동으로 “저절로 다이어트 효과를 보게 됐다”는 얘기다. “권투도 해보고, 합기도도 해봤지만, 승마처럼 확실히 효과를 보는 운동은 없었다”는 게 승마 초보 딱지를 갓 뗀 여대생의 결론이다.

로얄새들승마클럽 이승용 승마팀장은 “승마는 전신운동에다 집중력, 친화력을 요구하는 운동이어서 재활치료, 청소년 정서장애 치료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다시 마장으로 들어서는 이씨에게 말과 소통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사람과 똑같다고 느꼈어요. 민감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 내가 차분해지면 말도 차분해지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어요.”

체험승마에 나선 이병학 기자. 직원이 폰카로 찍어줬다.

승마 체험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까

전국 곳곳에 지자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승마장이 348개 있다.(2012년 한국마사회 자료) 마장 시설이나 체험 시간 등에 따라, 1회 체험 승마에 2만~3만원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한데, 초보 체험자들이 몇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승마장 중엔 체육시설로 인가를 받은 신고 승마장(200여곳)이 많지만, 시설과 교관, 안전문제 등으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운영되는 미신고 승마장(140여곳)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인된 승마교관을 보유했는지, 배상책임보험엔 가입돼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권한다.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안전모와 안전재킷, 챕스(각반) 등은 승마장에 갖춰져 있다.

고양시 로얄새들승마클럽의 경우 승마에 나서기 전, 승마교관이 안전수칙을 설명하고, 이를 어길 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각서를 작성한다. 안전사고 위험성을 인지시키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교육용 말 20여마리를 포함해 수입말·국산말 48마리를 보유한 로얄새들승마클럽에선, 교관 7명(여성 교관 2명 포함)의 지도로 초급자에서 고급자까지 수준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강습료는 45분 기준 주중 9만원, 주말 10만원. 마필과 강사를 지정해, 전문적인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일대일 레슨 강습료는 55분 기준 주중 14만원, 주말 16만원.

고양/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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