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로잉을 하고 있는 박미향 기자. 이준구 제공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esc 기자들의 취미 입문기
어린 시절 배우다 손놓은 첼로… 글보다 탐나는 그림으로 음식을 표현하기 위해 시작한 드로잉…내 손으로 무언가 만들기 위해 찾아나선 목공…이렇게 재미날 줄 몰랐네. 취미와 건강,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배우는 복싱과 국궁은 어떻고...몸이 외친다, 당장 시작하라고!
2014년 벽두에 다짐해봅니다. 올해는 누군가 취미를 물으면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를 외우듯, 독서나 여행이라고 자동대답하지 말자고. 묻는 이에게 즐겁게 풀어낼 수 있는 내 이야기를 담은 취미를 만들어보자고. esc 기자들도 이제는 술자리에서만 이런 걸 하고 싶어, 저런 걸 배우고 싶어, 라고 떠드는 ‘입취미’를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올 한 해 내 삶을 윤택하게 해줄 취미를 시작했습니다. 부러우신가요? 그럼 어여 말처럼 힘차게 달려가 등록하시길.
박미향 기자의 드로잉 배우기
|
수업 첫주에 그린 손.(왼쪽) 3주차 수업에 그린 전신. 빨리 실력이 느는 게 드로잉의 장점이다. 촬영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15년 전 미술학원 취미반에 도전한 적 있다. 남학생들의 로망, ‘샬랄라, 그림 그리는 소녀’로 변신은 쉽다고 생각했다. 망상이었다. 1시간 내내 그렸던 원통은 수면제였다. 다시는 도화지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문화 담당 기자를 하면서 불씨가 되살아났다. 7년 전 한 일본 신문에서 가는 선과 파스텔로만 음식의 맛과 질, 조리법을 표현한 지면을 본 적 있다. 콘텐츠를 달리 표현한 방식이 신선했다. 위장을 도배하는 콘지(중국식 죽)의 흥건함을, 코털을 쿡 찌르는 홍어의 시크함을, 천년을 겹쳐 넣은 것처럼 층층인 디저트 밀푀유의 결을 그리고 싶어졌다.
몇 초 만에 그림이 완성되는 ‘드로잉’을 찾아 나섰다. 일반적으로 드로잉 강좌는 짧은 시간에 그려내는 ‘라인 드로잉’ 수업을 말한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창작 드로잉’을 듣기로 했다. 지난 12월7일 첫 수업. 이미 몇 주 전부터 공식 수업은 진행된 후였다. “짧은 시간 내에 직관적인 드로잉을 하라.” 강사의 말이 떨어졌다. 브이(V)자를 한 손을 4분, 3분, 2분, 1분30초, 50초, 40초, 30초, 시간별로 각각 그려 완성해야 했다. 가장 긴 시간인 4분에 완성한 손은 그야말로 주먹을 부르는 수준이었다. 좌절이 엄습했다. 4분에 완성한 그림이 이 모양이면 40초에 완성한 그림이야 오죽하겠냐! 하지만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40초에 그린 손은 손톱도 달리고 주름도 있었다. 예상보다 훌륭했다. “시간이 많다고 잘 그리는 게 아닙니다. 짧은 시간은 집중력을 키우고 이미지를 한꺼번에 읽는 직관적인 능력을 키웁니다.” ‘복잡한 부분을 먼저 그린 후 윤곽그리기’와 ‘그 반대로 그리기’ 등의 수업이 이어졌다. 방법에 따라 그림의 질이 달라졌다. 사람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다. 드로잉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복잡한 사람을 그려낼 수 있다면 사물이나 풍경은 쉽습니다.” 전신 그리기 수업에서 이준구 강사가 한 말이다. “르몽드지에 일러스트로 써도 되겠어요.” 내 그림을 보고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이씨의 과잉칭찬이었다. 하지만 황홀했다. 첫 장의 외계인이 마지막 장에서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진짜 그림이 됐네, 거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화지에 집중하면 잡념이 없어지고 생각 자체를 비우게 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드로잉을 시작한 뒤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동료들을 힐끔 훔쳐본다. 재빨리 5절지 드로잉노트에 쓱쓱 콩테(목탄보다 단단한 그림도구)로 기사 작성에 골몰하는 동료의 찌푸린 이마와 꽉 다문 입술을 완성한다. 그 순간만은 무중력 공간에 내던져진 것처럼 소음이 사라진다. 꿀잠보다 큰 휴식이 되어 녹슨 나를 일으켜 세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남은주 기자의 목공 배우기
“목수는 톱질로 말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러나 내 톱질이 뱉어낸 나무토막을 모아보니 눈감고 자른 것처럼 삐뚤빼뚤 하나도 같은 게 없었다. 목공방 수업 둘째 날이었다.
대량생산 시대엔 내 손으로 만드는 일은 언제나 비싸다. 원목 책상은 보통 20만원부터 살 수 있지만 일일이 좋은 나무와 부속품을 골라 내 마음대로 만드는 책상은 갑절은 나간다. 그런데 왜 내 손으로 만들려 하는가. 목수 김진송 말을 빌리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한 것이거나 무엇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12월부터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 서울 마포구 목공방 ‘나무와 늘보’ 황연주 대표 말대로 “하나의 가구를 만들면서 거기서 얻는 스토리텔링은 다른 것에 비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의 책상을 만들어 주고 싶어 목공을 시작했다.
그전에도 취미 목공을 해본 일이 있다. 인터넷 목공소들이 지천이라 문짝 크기를 재어 온라인으로 잘린 나무를 주문하고 이어 박기만 하면 됐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베란다에 작업실을 차리는 ‘베란다 목공’을 한다. 밤늦게 퇴근해 집안의 ‘화장실 목공소’로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먼지는 그렇게 막는다 쳐도 소음은 어쩔 것인가. 한달쯤 해보다 결국 포기했지만 그때 나무를 만지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늦은 시간 홀로 앉아 사포로 나무를 문지르면 모든 잡념이 나무 먼지로 다져지고 쓸려나가는 느낌을 맛보곤 한다. 낮의 걱정거리는 밤에 들여다보니 톱밥만도 못할 때가 많다. 혼자 무작정 시작한 취미 목공은 실용이 아니라 정신수양에 가까웠다.
공방에서 배우는 목공은 기본기를 다시 쌓는 느리고 긴 시간이었다. 12월 공방을 찾았지만 나무에 대해 배우고, 도구를 쓰는 방법을 익히느라 세번째 수업에서야 처음으로 ‘진짜 나무’를 만져봤다. 앉은뱅이의자 만들기였는데 판자를 길쭉하거나 동그랗게 잘라 의자 다리를 만들었다. 기계로 하면 금방 만들겠지만 초보 목수를 위한 수업에선 다 손으로 해보라고 했다. 기계 없이 곡선, 대각선을 다듬으려면 먼저 톱으로 대강을 자른 뒤 끌과 사포로 다듬어야 한다. 애초 큰 책상을 만들어볼 계획이었지만 1시간 넘게 끌질을 하다가 앉은뱅이 작은 책상이나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무는 사각거리며 하얀 속살을 내보낸다. 같이 작업하는 초보 목수들은 버려지는 끌밥을 만지며 서로 “곱게 잘 나왔다”고 좋아했다. 목공은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일이 아니다. 책상을 만들려면 두달은 족히 더 필요하겠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이유진 기자의 첼로 배우기
난생처음 첼로를 잡은 지 31년 만에, 정확하게는 13년 만에 다시 악기 케이스를 열었다. 오랜 냉대 끝에 스스로 부서지는 ‘첼로 자살사건’이 일어나지나 않았을지 걱정됐지만 다행히 겉으로 봐선 괜찮다. 예닐곱살 때부터 바이올린과 첼로를 배웠지만 딱 중학교 때까지였다. 30대에 요요마의 피아졸라 탱고 앨범을 듣고선 새로 첼로를 샀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조금 난해한 곡까지 도전할 정도에 이르렀지만 일 때문에 포기했다. 이번이 세번째 시도다.
12월 중순, 출근 버스 안에서 ‘첼로교습소’ 간판을 보고 찾은 이영란 선생님은 대뜸 활긋기와 운지법을 연습하는 ‘스케일’을 해보라고 한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놀랍게도 손가락이 제자리를 기억했다. 선생님은 “성인들은 음정 짚기가 쉽지 않은데, 음악성이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꾸중을 무척 두려워하던 꼬마는 어른이 됐고, 이제 야단맞을 징조가 보이면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능청을 피운다.
두번째 레슨에서 선생님은 단호하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미뉴에트> 3번을 해보라고 한다. 연말까지 첫 연주 과제로 삼자는 것이다.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또다시 손가락이 더듬더듬 돌아간다. 선생님은 레슨을 거듭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춤곡인데 워털루 전쟁 하듯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렸을 적 콩쿠르나 학예회 무대에서 저지른 창피한 실수들이 떠올라 가슴을 후벼팠다. 이번 도전은 일종의 살풀이인 듯싶다. 선생님은 “연습을 많~이 해야 된다. 재능이 있으니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며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취미로 하는 클래식 음악 시장은 1980~1990년대와 달라진 점이 많았다. 동호회가 무척 활성화됐고 인터넷으로 다양한 장르의 악보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동호회에 가입해 회원들의 연주 음원을 들어보았다가 기만 팍 죽었다.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 다장조 등 수준급이다. 첼로 선생님은 “연습만 하면 충분히 그만큼 할 수 있다”며 독려인지 비난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음악을 전공한 자매들은 연습한 음원을 듣더니 “브라바!”라고 격려했다. 그나마 위로가 됐다.
2013년 마지막 레슨 시간. 선생님이 드디어 ‘철퇴’를 내리쳤다. “모든 음정을 플랫으로 짚고 있다. 너무 교묘해 전문가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자 음정만은 예민하게 듣는다고 자부했던 나에게 어찌 이런 일이! 하지만 충격에 빠지기엔 이르다. 1주일 세번씩 ‘특훈’을 한 덕에 미뉴에트도 조금씩 노래할 수 있는 수준이 됐고, 손가락에 이미 굳은살도 박이지 않았는가. 올 연말엔 가족들을 불러 작은 리사이틀이라도 열어볼까.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김은형 기자의 복싱 배우기
복싱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옆자리 기자와 토론을 벌인 건 지난여름부터다. 동료는 한달에 5㎏ 감량은 너끈하다는 말로 나를 꼬드겼다. 감량보다 맘에 드는 건 개인 레슨이었다. 퍼스널 트레이닝(PT)을 하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 복싱은 피티처럼 코치가 일대일로 진도를 나가며 관리한다는 게 맘에 들었다.
두달 이상 ‘입운동’만 하면서 원래의 계획이 흐지부지되려는 순간 나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복싱체육관으로 달려가 석달치 카드 30만원을 긁었다. 찌지직 영수증이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하얗게 불태우리라’ 결심했다.
인터넷 후기를 뒤지며 찾은 체육관은 명불허전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무너질 듯 허름한 링과 ‘한 칼’을 품고 있는 듯한 나이 지긋한 관장은 없었다. 시설은 깨끗했고 남성과 여성, 학생, 아이들까지 회원들의 연령대가 다양해 부담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훤칠한 키에 쾌활한 말투로 지도하는 젊은 관장님이 바람직했다.
첫 주. 3분은 너무 길고 30초는 너무 짧았다. 모든 훈련은 링의 1라운드 기준. 3분 동안 연습하고 30초를 쉰다. 뛰어도 뛰어도 1분 넘기가 힘들다. “줄넘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네요.” 벌게진 얼굴로 말하니 관장님이 대꾸한다. “줄넘기보다 더 힘든 게 뭔 줄 아세요? 도장에 나오는 거예요.” 점심시간이나 퇴근 뒤 일주일에 서너번은 해야지 맘먹었는데 두번 가기가 빠듯했다.
줄넘기와 러닝머신으로 워밍업을 하고 난 뒤 제자리 스텝과 오리지널 스텝, 잽, 스트레이트, 이것들을 혼합한 콤비네이션 자세를 차례로 배웠다. 어설픈 자세로 가드를 올리고 스텝을 밟는 거울 속 꺽다리 아줌마를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둘째 주에 감기에 걸려 쉬는 바람에 리듬이 끊겨 3주차까지 힘들었지만 4주차가 되니 꼬이기만 했던 스텝도 익숙해지고 자세도 제법 갖춰지면서 재미가 생겨났다. 거울을 보며 지루한 자세 연습을 할 때는 나도 언제쯤 저 링에 올라가 보나, 샌드백은 안 치나 답답했는데 4주차 훈련을 마치며 새하얀 핸드랩을 감고 빨간 글러브를 끼니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내가 복싱을 시작하며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가드 올리기다. 가드 올리기는 복싱의 시작이다. 나의 심장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이런 결기랄까. 운전을 시작하며 자동차라는 나만의 공간을 가졌을 때와 비슷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비록 훨씬 작지만 더 매력적이다.
앞으로 레프트훅과 라이트훅, 어퍼컷을 배워나갈 거다. 누군가와 매치를 벌일 수도 있겠지. 그 어떤 순간에도 가드를 내려선 안 된다. 이렇게 나는 나를 지키는 또 하나의 방법을 배우고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이병학 기자의 국궁 배우기
나이 좀 들면서 귀가 아프게 들어온 조언의 말씀. “노후에도 할 수 있는 운동 겸 취미 하나쯤 챙겨라.” 그런데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골프도, 등산이나 축구도,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웠다. 마음먹은 대로 이뤄온 게 별로 없는 처지에서, 뭔가 새로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래도, 이젠 뭔가 해야 할 때라는 건, 사실 몸이 먼저 알고 있는 터였다.
이건 어떨까 싶어 들른 수락산 밑 활터 수락정에서 만난 할머니의 말씀이 가슴에 닿았다. “활쏘기가 제일이지. 남녀노소 평생 할 수 있는 전통 심신 수련법이야.” 이분이 누구시던가. 50~60대 못지않은 체력과 정신력을 자랑하는, 55년 내공의 80대 여궁사였다. 월 회비는 저렴했지만 장비 등의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수락정 총무가 말했다. “생활체육 활쏘기반에 들어 체험해보고 결정하는 건 어때요.” 구청 무료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해서 ‘2000년을 이어온 민족 고유의 전통무예 국궁’ 체험에 나선 게 한달 전이다.
첫날, 소개 비디오를 두 편 보고, 둘째 주부터 빈 활을 잡았다. ‘비정비팔’(丁자도 八자도 아닌 발의 자세), ‘흉허복실’(가슴은 비우고 배에 힘을 주는 자세)의 상태로 팔을 당기고 밀며 시위를 팽팽히 유지하는 5초 동안, 어깨를 부르르 떠는 나를 보고, 강사가 혀를 찼다.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며 그가 권한 연습용 활은 25파운드짜리 초등생용이었다. “체력이 궁력입니다. 팔굽혀펴기로 어깨·등 근육을 키우세요.”
한달쯤 하면 활을 낼(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애초 무리였다. 빈 활 당기기만 두세달을 해야 쏨새(쏘는 자세)가 잡힌다고 한다. 어깨는 갈수록 뻐근해지고 빈 활 당기는 일이 다소 지루해지던 넷째 주, 마침내 주살질(줄에 연결한 화살을 쏘는 연습)에 들어갔다. 깍지를 끼고 화살을 겨누자 활을 배운다는 게 실감났다. “내친김에 직접 활을 내 볼까요.” 오, 직접 활을 쏴보라는 강사의 말씀. 턱없는 수준이지만, 느낌이라도 맛보라는 거였다.
다섯 발이 주어졌다. 첫 발. 긴장한 탓에 화살이 어디로 날아가는지도 몰랐다. 자세를 다잡아 겨눈 세번째 발시 때 날아가는 화살이 또렷이 보였다. “좋아요. 그겁니다.” 한달 만에 처음 들어본 강사의 칭찬! 네번째, 다섯번째는 더 좋았다. 과녁에 맞혔냐고? 물론 아니다. 화살이 과녁 부근까지 날아가는 걸 본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올여름쯤, 취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활쏘기라고 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를 국궁 운동 원년으로 삼을 생각이니까.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등록 전에 확인하고 가세요~
드로잉을 시작하기 전에 초보자는 도구로 저렴한 갱지 크로키북과 콩테를 추천한다. 휴대가 편한 5절지를 갖고 다니면서 자주 그리는 게 실력 연마에 최고다. 드로잉 전시 관람은 기본이다. <행복한 그림 그리기>(이준구),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오은정), <이지 드로잉 노트>(김충원) 등을 참조하면 좋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창작 드로잉’, ‘베이직 드로잉’ 강좌와 상상마당의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등의 강좌가 인기다. 수강료는 대략 두세달에 20만~30만원 안팎.
목공을 시작하기 전에 공방에서 목공을 배우려면 보통 석달에 30만~40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내야 한다. ‘나무와 늘보’ ‘별난 공작소’ 등 목공인들이 모여 서로 필요한 가구를 만들어주고 팔기도 하는 목공협동조합에서도 목공일을 배울 수 있다. 요즘엔 베란다 목공에 도가 튼 사람들이 모여 작업실을 같이 얻는 ‘열쇠공방’이 유행이다. 집에서 목공을 하려면 직각자, 톱, 끌, 드릴, 수평기 등 기본적인 도구를 갖춰야 하는데 처음부터 비싼 것으로 하지 말고 실력이 늘 때마다 바꾸는 것이 좋다.
악기를 시작하기 전에 악기를 고를 때는 본인의 개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우고 싶은 악기 연주를 충분히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서양 현악기 구입은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또는 서초동 예술의전당 앞 현악기 거리가 유명하지만 수십만원대부터 수천만원, 억대짜리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처음부터 좋은 악기를 써야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중고 악기나 새 악기 모두 사기 전에 외관상 깨짐이나 수리 흔적을 잘 살펴보고 음색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복싱을 시작하기 전에 보는 운동으로 복싱의 인기는 다소 시들해졌지만 생활체육으로 직접 뛰는 복싱은 인기 상승 중이다. 10년 전에 비하면 전문 체육관이 2~3배 늘어나 주변에서 도장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관장들의 연령대도 30대 중반~40대 중반으로 젊어졌다. 직접 가서 샤워시설이나 사물함은 잘 갖춰져 있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확인하고 등록하는 게 좋다. 일대일 레슨이기 때문에 관장이나 코치가 살갑게 챙겨주는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
국궁을 시작하기 전에 전국 360곳에 이르는 활터에서 국궁을 배울 수 있다. 서울엔 황학정·석호정·살곶이정·수락정 등 7곳이 있다. 회원 등록엔 활터에 따라 10만~100만원(대개는 20만~30만원)의 가입비를 받는다. 월 회비는 1만~4만원. 생활체육동호회에서 무료 활쏘기 체험 교실을 열기도 한다. 활은 물소 뿔과 나무 등으로 만든 전통 각궁과 합성수지로 만든 개량궁으로 나뉜다. 개량궁 20만원대, 각궁 60만원대. 화살(카본 소재) 1개에 8000~1만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