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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08 20:26 수정 : 2014.01.09 16:51

[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아주 오래전, 화장품이 내 피부를 바꿔줄 거라고 순진하게 믿던 시절 비타민C 제품에 열을 올렸던 적이 있다. 기미와 주근깨를 없애주고 피부를 뽀얗게 만들어준다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거금을 주고 병원에서만 판다는 그 유명한 ‘시’ 제품을 구입했다. 갈색 유리병에 담겨 있는 맑은 액체를 스포이트로 떠서 바를 때마다 “내일은 내 피부가 빛나리라~”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피부는 별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맑은 액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노르스름한 빛을 띠더니 점점 갈색으로 변해갔다. 판매를 한 병원에서는 “비타민C 제품은 원래 그렇다”며 “효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바로 이때부터 비타민C에 대한 나의 의심이 시작되었다.

인터넷으로 조사해보니 믿기 힘든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 제품에 사용된 엘아스코빅 애시드는 비타민C 중에서도 매우 불안정한 형태라는 것이다. 너무 불안정해서 공기, 햇볕, 열뿐만 아니라 수분과 섞여도 분해되어 버린다. 심지어 이 제품의 개발자인 외국의 대학교수는 그 불안정성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제조사와의 관계도 청산했다.(하지만 뒤에 화장품 회사를 차려 비슷한 제품을 또 만들어냈다.)

더 깊게 파고들어가 보니 비타민C 제품은 미덥지 않은 구석이 너무 많았다. 거의 대부분의 형태가 불안정하고 포장도 엉성했다. 항아리 모양의 용기, 투명한 용기에 담겨 있는 제품은 개봉과 동시에 산화가 시작되어 몇주 안에 모두 증발해 버린다. 또한 비타민C의 미백 효과를 입증한 논문들은 대개 5~10% 함량에서 실험했는데 시중에 나온 제품들은 2~3%가 고작이었다.

그 뒤로 필자는 비타민C 제품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그저 노화를 예방해주는 여러 항산화 성분의 하나로서는 인정하지만, 기미와 잡티를 없애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항산화 효과만을 위해 바르기에는 가격대가 지나치게 높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비타민C를 불신해왔는데, 얼마 전부터 이를 뒤집을 만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화장품 회사들의 노력 덕분에 비타민C가 상당히 안정화되었고, 용기 역시 빛과 공기 접촉을 최소화한 형태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비타민C를 작은 캡슐에 넣어 일회용으로 포장한 것은 매우 뛰어난 아이디어이다. 함량도 점점 높아져서 최근 홈쇼핑에서 화제가 된 캡슐형 제품의 경우 무려 10%나 되고, 가루 형태로 출시된 디(D)사의 제품은 무려 15%에 이른다.

다시 비타민C 제품을 바르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함량이 높은 제품을 바른다는 건 뽀얀 피부를 갖게 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부작용의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2~3일에 한 번씩 소량을 발라 피부가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또 자극이 있는 만큼 반드시 진정 성분과 보습 성분을 함께 발라주어야 한다.

오해는 하지 말자. 제아무리 함량이 높다 해도 비타민C는 젊음을 약속하는 기적의 유일 성분이 아니다. 비타민C 하나만 바른다고 모든 피부 고민이 끝나고 늙지도 않을까? 그저 레티놀이나 알부틴처럼, 혹은 토코페롤이나 펩타이드처럼 노화를 조금 더디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성분일 뿐이다.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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