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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08 20:34 수정 : 2014.01.09 09:45

[매거진 esc] 이동미의 머쓱한 여행

2014년 새해가 밝았다. 그 어느 때보다 새해 결심도 굳세고 의지도 강할 때다. 한 해를 잘 시작하기 위해 첫 일출을 보러 떠난 이도 있을 테고, 올해의 계획을 구상하며 경건하게(?) 집에서 새해를 맞은 이도 많을 것이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새해는 언제였던가. 물론 올해가 항상 그 어느 해보다 기억에 남는, 뜻깊은 새해면 좋으련만, 딱 떠오르는 정초의 기억은 따로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맞았던 7년 전의 새해. 그때 나는 취재차 일주일 정도를 머물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연말연시를 모두 보내게 되었다. 진마오 빌딩 안에 있는 하이엇호텔에서 그해의 마지막날 파티를 즐겼고, 세상이 끝날 것처럼 노는 상하이 친구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1월1일. 상하이에서 알게 된 현지 친구들과 웨스틴 상하이에서 샴페인 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정초부터 무슨 샴페인을 마셔?’ 하며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경험에 대해 조금 경계했던 것 같다. 하지만 뭐 그렇다고 딱히 새해 첫날부터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 무리에 합류했다. 당시 웨스틴 상하이는 올데이 샴페인 브런치로 매우 인기가 많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새해 정초부터 제대로 취했다. 한잔 두잔, 샴페인에 와인까지 거덜내고, 맛있는 여러 나라의 음식과 함께하니 술도 쭉쭉 잘 들어갔다. 웃고 떠들고 마시며 우리는 그곳에서 등 떠밀려 나올 때까지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우리 이럴 게 아니라 대만 친구의 스튜디오에 가서 한잔 더 하자! 지금은 다들 좀 취했으니, 각자 호텔에 들어가서 조금만 쉬다가 7시 정도에 다시 만나는 게 어때?”

즐겁게 취한 모두는 지금 당장 달에 가자고 해도 다들 찬성을 할 분위기였으므로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호텔에 들어와서 잠깐 눈을 붙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눈을 떴다. ‘앗? 지금 몇 시지?’ 사방이 고요하고 어두웠다. 시계는 거의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엄청난 두통에 시달렸고 배가 고팠다. 하지만 문 연 곳이 하나도 없어 주변을 한참 헤매다 길거리 식당에서 겨우 국수 한그릇을 사먹을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새해 첫날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다음날 들었다. 나의 새해는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거의 정신을 잃고 새해 첫날의 나머지를 보낸 것이 허무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잊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는 날이기도 했다. 그때처럼 신나고 흥에 겨워 새해를 축하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새해의 다짐은 1월1일이 아니라 며칠 뒤로 밀렸고, 시작은 비록 엉뚱했으나 그렇다고 인생에서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때의 추억이 종종 나를 웃음짓게 한다.

올해는 싱가포르에서 새해를 맞았다. 외국에 있으니 그때의 샴페인 브런치가 유독 생각나기도 해서 여자친구 셋이 모여 샴페인 브런치를 즐겼다. 상하이 때처럼 왕창 취하지는 않았지만 기분 좋게 새해 첫날을 보냈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샴페인 브런치는 나에게 새해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었다. 인생은 결국 즐기는 자의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의 인생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즐기면서 또 이 새로운 한 해를 엉뚱하게 즐기시기를 바란다.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이동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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