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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남서울어린이집에서 세뱃돈을 담을 복주머니를 준비해 세배연습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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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 잃어버린 설날 풍속
설은 어린아이들에겐 설레는 날이지만 원래는 ‘낯설다’, ‘새롭다’는 뜻이다. 내가 어린 시절엔 설 전날 밤에 골목에서 복조리를 사라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시절에는 반드시 섣달 그믐날 아니면 설날이라도 복조리를 집집마다 몇 개씩 구입을 했는데, 복조리 장수들이 평소에 친분이 있는 집 담 너머로 복조리를 던져 놓고 갔다. 그리고 복조리 값은 다음날 세배하러 오면서 세뱃돈과 함께 받았다. 복조리는 북두칠성의 두번째 별인 천선성의 조응을 받아 복을 많이 받고자 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천선성은 하늘의 보물창고로 인간의 식록을 주관하므로 이 별의 조응을 받으면 부자가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로 그 당시 쌀은 부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집 안엔 복조리를 달아두고, 허리춤엔 복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제사를 마치고 나면 부모님이 술을 한잔씩 주셨다. 이 술을 도소주(屠蘇酒)라 한다. 도소주를 마시면 1년 동안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마셨는데, 도소주는 나이 적은 사람부터 마셨다. 그 이유는 어린 사람은 한 해를 얻으니 축하해서 먼저 마시고, 늙은 사람은 세월을 잃으니 뒤에 마셨다고 한다.마시면 일년 무병한다는
도소주는 나이 어린 사람 먼저
집안에 복조리, 허리춤엔 복주머니
대문엔 용과 호랑이 그림
액운을 막고 복을 받으려면
먼저 복부터 많이 지으세요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은 뒤 <토정비결> 또는 그림으로 풀이한 당사주책을 펼쳐놓고 1년 운세를 미리 점쳐보고 희비가 엇갈렸던 재미도 쏠쏠했다. <동국세시기>를 보면 도화서에서 수성(壽星)·선녀(仙女)·직일신장(直日神將) 등의 그림을 그려 임금에게 올리고 서로 선물했다고 하는데 이것을 세화(歲畵)라고 한다. 세화를 나누는 것은 장수와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고 삿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필자가 어렸을 때 다락문에 호랑이 그림이 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일반 여염집에서는 벽에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였다고 한다. 또 대문에는 용과 호랑이를 붙이고 닭은 측간에 붙였는데 닭이 울면 귀신이 달아나기 때문에 귀신이 가장 많이 있다고 믿는 측간, 즉 화장실에 붙인 것이다. 이런 문배를 붙이는 것은 질병을 물리치고 역신을 몰아내는 벽사의 의미가 있다. 설날 새벽에 거리에 나가 새소리를 듣고 1년의 운세를 점치기도 했다. 까치 울음소리를 들으면 풍년이 들고,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흉년이 들고 불행이 올 징조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의 까치는 농사를 망치고 전깃줄에 까치집을 지어 아주 미움을 받는 새가 되었으니 까치도 세월을 원망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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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재의 액운을 쫓기 위해 붙였던 매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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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쫓기 위해 대문에 붙였던 호랑이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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