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05 20:18
수정 : 2014.02.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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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리의 ’허니 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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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
겨울에도 줄 서서 먹는 아이스크림과 아이스바 맛집들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인기다. 더 이상 여름의 전유물이 아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4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젊은이 두 명이 길을 걷는다. ‘소프트리’의 아이스크림을 들고 활보한다. 다가가 물었다. “추운 겨울 왜 아이스크림을 먹나요?” 서도연(27)씨는 “맛있잖아요. 겨울이라고 해서 못 먹을 이유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하면서도 차가운 유혹에 빠진 이들이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소프트리’(softree)와 ‘브릭팝’(BRICK POP)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져 있다. 소프트리는 아이스크림을, 브릭팝은 아이스바를 파는 전문점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줄 서는
소프트리
아이스크림 위에 얹은 벌집 꿀로 인기
얼음 속 생과일 살아있는 아이스바
탐스런 모양이 입맛 자극
소프트리는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20~30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홍대점이나 신사동점은 10분 이상 기다려야 아이스크림 한 개를 들고나올 수 있었다. 요즘도 긴 줄은 기본이다. 소프트리가 히트 친 메뉴는 ‘허니 칩스’다.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 위에 아삭한 벌집 꿀이 한 덩이 올라가 있다. 소프트리의 대표 임현석(34)씨는 인기 비결을 말한다. “복합적이다. 맛과 (매장의) 디자인, 디저트로서 (아이스크림이) 갖춘 형태가 이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6월1일 가로수길 뒷골목 이른바 세로수길에 지인과 함께 매장을 열었다. 본래 인테리어디자이너였던 그는 제집 드나들듯 했던 가로수길이 점점 기업들 차지로 변하면서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 과거 가로수길의 재미와 어릴 때 추억을 담고 싶었다. “밥을 하도 안 먹으니깐 어머니는 빵 같은 거에도, 심지어 아이스크림에도 꿀을 얹어주셨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문방구 앞에서 서서 먹었던 소프트아이스크림의 기억도 떠올랐다.” 개발 과정에서 심했던 맛의 편차는 매일유업의 유기농 우유인 ‘상하목장’으로 해결했다. 매일유업은 2008년 유기농 유제품 브랜드 ‘상하목장’을 시장에 내놨고 현재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폴 바셋에서 자사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임씨는 올해 1월에 법인을 설립해 현재 직영점 3개를 포함해 15개 매장을 두고 있다. 곧 색다른 디저트 시리즈도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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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팝의 아이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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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벨기에의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GODIVA)가 내놓은 ‘더블 초콜릿 소프트아이스크림’도 큰 인기를 끌었다. 사랑보다 달콤하고 인생보다 씁쓸한 초콜릿아이스크림의 위력은 컸다. 같은 날 고디바 플래그 스토어(강남구 신사동)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무섭게 아쉬운 탄성이 들렸다. “없어요? 언제 다시 나와요?” 20대 여성은 울상이다. 벨기에에서 가져오는 아이스크림의 초콜릿 재료가 떨어져 2월14일까지는 팔지 않는다는 점원의 말에 매장을 찾은 고객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5500원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젊은층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허유진 팀장은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줄 몰랐다. 여름 계절 메뉴였는데 찾는 이가 많아 겨울까지 연장했다. 현재 홍콩, 일본,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소프트리만큼이나 찾는 이가 많은 브릭팝은 아이스바다. 재작년 7월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처음 선보인 뒤 히트를 치자 매장이 10곳으로 늘었다. 돌보다 단단해 보이는 얼음덩이에는 과일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키위 씨가 씹히고 딸기의 붉은 즙이 차갑게 혀에 흐른다. 30가지 넘는 아이스바는 색도 다 달라 마치 색종이 한 다발을 보는 듯하다. 브릭팝을 출시한 몽키플러시의 홍미희 과장은 “과일을 맛있게 먹는 법을 고민하다가 나온 토종 브랜드다. 당일 매장 직접 제조, 인공첨가제 배제, 최대한 가공을 적게 해 원재료의 맛을 살리자 등이 원칙”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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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팩토리의 아이스바는 다채로운 모양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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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팝 매장에는 20~30대뿐만 아니라 10대나 40대도 눈에 띈다. 몽키플러시의 김재훈 대표는 ‘과일’을 콘텐츠로 보고 아이스바 이외에도 다양한 창의적인 시도를 할 계획이다. 사각사각 씹히는 아이스바의 인기는 2011년 경기도 안양에서 출발한 아이스팩토리(ice Factory)의 아이스바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채정한(42) 사장은 기존에 하던 일을 접고 자신만의 독특한 맛의 아이스바를 개발했다. “일본에서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이 개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배우러 갔다.” 하지만 기술을 전수받던 중 아이스바에 더 눈길이 갔다. 롯데백화점 미아점 등 총 7개 매장을 열었고 롯데백화점 분당점 입점도 눈앞에 두고 있다. “백화점은 기존의 젤라토 형태가 아닌 색다른 아이스크림을 고객들이 찾는다고 판단해 우리 아이스바를 선택했다. 수요가 늘 거라고 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아이스팩토리의 아이스바는 모양이 매우 다양한 점이 특징. 하트, 곰발바닥 등 맛보는 재미에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아이스크림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차가운 음료에 와인이나 꿀을 타 먹었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보다 이전까지로 올라간다. 냉동기술이 발명되기 전 아이스크림의 재료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눈과 얼음이었다.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는 얼음저장고가 있었고, 기원전 1100년께 중국에서도 얼음을 채취해 저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도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신라 유리왕이 얼음저장고를 만들라고 명령했다는 얘기가 있다. 왕이나 귀족 등 권력을 가진 이들 외에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호사스러운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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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디바의 ’더블 초콜릿 소프트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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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음식이었던 ‘얼음과자’는 1840년대 미국의 낸시 존슨이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발명해 특허를 받고, 1850년대 미국의 낙동업자 제이컵 퍼셀이 아이스크림공장을 세워 대량생산의 길이 열렸다.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하겐다즈나 배스킨라빈스 등이 모두 미국 브랜드인 점은 이런 배경을 안고 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영국 등의 제과업자들은 16세기쯤부터 다양한 재료를 넣어 다채로운 맛의 ‘얼음과자’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아이스크림 레시피북까지 등장했다. 그 전통은 대량생산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를 여행하다 보면 가업으로 잇는 독특한 맛의 아이스크림집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고디바 제공, 참고도서 <아이스크림의 지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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