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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경력의 독신남인 조민준씨는 인터넷 반찬가게를 활용해 식사를 해결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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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
삼각김밥에서 즉석요리 거쳐 집밥에 정착하기까지 15년 자취공력으로 고른 엄마손맛 반찬들
삼각김밥이야말로 수레, 종이, 나침반을 잇는 인류의 4대 발명품이라 칭송했던 시절이 있었다. 상경 후 자취생활을 시작했던 20대 후반의 이야기다. 외식이 주된 끼니였던 그 무렵, 어쩌다 해결하는 집에서의 요기는 8할이 삼각김밥이었다. 얼마 후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라는 문명의 이기를 들이면서부터는 각종 3분 요리와 즉석국 제품이 4대 발명품의 반열에 올랐다. 그로부터 또 몇 년이 흐르는 동안, 홀로 떠받들던 4대 발명품들의 영광은 내 우람한 체지방의 초석이 된 채 사라져갔다.
요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이나 마트에서 적은 양의 식재료를 구하기 힘들고 독신자의 식사란 예측이 어려운 법이다. 양껏 반찬을 만들어놓는다 해도 언제 또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첫 대안은 시장, 마트의 반찬가게였다. 양도 적당해 한 끼에 해치울 수도 있고, 해먹자니 손이 많이 가는 볶음이나 전 종류도 다양하게 살 수 있었다. 하나 직장을 다니는 입장에서는 규칙적으로 장을 보기도 쉽지 않거니와, 무엇보다 조미료 맛이 센 반찬이란 밥집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인터넷 반찬가게들은, 그렇게 또 한 번의 회의감으로 좌절하던 시기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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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바기찬방’의 반찬. 또바기찬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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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사실은
반찬은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밥집에 가도,
마트와 시장의 반찬을 사도
온갖 조미료와 양념으로 치장한 채
혀를 유혹하려는 강한 음식들 천지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야 깨달은 사실은, 모름지기 반찬은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밥집에 가도, 마트와 시장의 반찬을 사도, 온갖 조미료와 양념으로 치장한 채 혀를 유혹하려는 강한 음식들 천지다. 현재까지 4~5년 동안 별 회의감 없이 인터넷 반찬가게를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개의 업체들이 내놓은 반찬들은 그리 짜지도 않았고 조미료 맛이 입맛을 가시게 하지도 않았다. 그중에서도 ‘또바기찬방’(http://www.또바기.com)의 음식들은 가장 심심한 축에 속한다. 심지어 육개장도 얼큰하다기보다는 담백하고 시원하다. 매일매일 주문받은 양만큼만 조리해서 배송한다는 업체 관계자의 말대로 너무 오래 끓인 느낌이 없이 재료를 씹는 맛이 좋고 뒷맛도 칼칼하다. 건강을 위해 염분을 줄일 필요가 있거나 담백한 반찬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맞춤한 가게로,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식단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김치류, 무침, 볶음, 국/찌개 등 100여가지 기본 반찬들이 주 메뉴인데, 여기에 약간의 아이디어를 더한 사천식땅콩잔멸치볶음(120g, 5500원)과 야채오징어전(240g, 6000원) 등이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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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반찬가게인 ‘참살이 반찬가게’에서 주문한 반찬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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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반찬가게 ‘더 반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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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반찬’의 반찬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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