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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는 정리가 아니다. 꺼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소컨설턴트를 하는 박형준씨와 함께 집안 대청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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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청소의 달인에게 배우는 대청소법
대청소의 계절이 왔다. 먼지를 털고 쓸고 닦았다. 그런데도 왜 우리집은 여전히 어수선한 걸까.
장롱 속 케케묵은 물건과 숨어 있는 먼지와 묵은 때를 처치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달인은 말한다. 그럼 이제 팔을 걷어보자.
하루 종일 집안을 청소했다. 정말이지, 자신있었다.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놓인 광경을 빨리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우리집을 찾은 ‘청소의 달인’은 들어서기가 무섭게 우선 전등갓부터 쓸어보았다. 손바닥만한 먼지가 뭉쳐서 떨어졌다. 그다음은 벽을 쓸어내린다. 검은색 가루가 싸리눈처럼 흩날리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청소되지 않은 곳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청소 달인’이었던 걸까. 그는 많고 많은 수납장 중 하필 아이 방에 있는 벽장부터 열었다. 당장 안 쓰는 물건을 넣어두는 이 벽장은 우리집의 블랙홀이다. 청소 노하우와 도구가 발전하고
친환경세제 사용도 늘었지만
최고의 세제는 뜨거운 물이다
오래 묵은 때도 비누칠해
물에 불렸다 청소하면 깨끗해진다
강제로라도 버리기 청소 서비스업 9년차 박형준(41)씨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인처럼 청소 비법을 소개한 적이 있어서 청소의 달인이라 불린다. 왜 청소를 해도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는 그대로일까? 청소 달인을 초대해 청소 방법을 점검받아 보았다. 박씨는 집안 대청소를 의뢰받으면 우선 그 집의 베란다 창고와 옷장의 짐들을 모두 밖으로 꺼내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우리집에서도 벽장문부터 열었다. 지금까진 물건을 수납장에 넣어두는 ‘방어형 청소’를 해왔다. 공격적인 대청소를 위해 벽장을 털었더니 옷가지에다 텐트, 모기장, 오래된 앨범 등이 쏟아졌다. 장난감, 문구류, 여행가방들도 겁없이 다 꺼냈다. 집은 금세 이사하는 날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일단 꺼내고 나면 고스란히 다시 넣을 수는 없다. 억지로라도 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무엇을 버려야 할까?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마쓰다 미쓰히로는 “아깝다는 생각, 추억의 물건, 앞으로 필요할 것 같아 갖고 있는 것들을 버려라”(<실전! 청소력>)고 충고한다. 박형준씨의 기준도 비슷했다. “3년 동안 쓰지 않은 물건은 앞으로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고쳐서 쓰려고 했던 뻐꾸기시계는 퇴출 1순위다.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에 간직해둔 사진 필름들은 정말 아까웠다. 게다가 한 번 입고 내버려둔 옷이나 몇년째 태그도 떼지 않고 간직해둔 새 옷들에도 달인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남들이 보기에도 유행에 뒤떨어진 옷은 입지 않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버리고도 과연 후회하지 않을까? 대신 벽장 깊은 곳에서 겨울옷 상자를 찾았다. 겨우내 입을 옷이 없었던 이유를 드디어 알았다. 미리 장만해둔 아이 옷도 여러벌 발견했다.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 옷을 새로 주문했는데 이렇게 있는 줄 알았으면 사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입을 수 있는 옷만 남기고 모두 버렸더니 옷장은 5분의 1도 차지 않았다. 가짓수가 줄어드니 쓸모가 보였다. 가진 옷만으로도 올해는 충분히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쇼핑 중독과 버리지 못하는 병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들 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 무엇을 갖고 있는지 몰라서 늘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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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시작했을 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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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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