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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국내 발매된 닷지 다코타를 타는 영화 촬영감독 전용훈씨. 김재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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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라이프
한국에서 냉대받는 차종, 트럭 타는 사람들…
아웃도어 활동, 전원생활에 편리하지만 선택 폭 턱없이 부족
픽업트럭은 한국에서 흔히 ‘짐차’로 불린다. 보통은 짐싣기가 필요한 사람들의 업무용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얼마 전 열렸던 2014 북미국제오토쇼의 가장 큰 화제작은 패밀리 세단이나 스포츠카가 아니었다. 짐차, 포드 픽업트럭 F150의 신모델이었다. 세단이 주로 팔리는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F150은 전세계에서 단일 차종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다. 지난 한 해 판매량만 80여만대. 30년 이상 북미 베스트셀링 카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가히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한편 지난 연말 여성으로서 세계 자동차업계 사상 처음으로 경영자 자리에 오른 지엠 대표 메리 바라는 첫 공식 일정이었던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픽업트럭인 지엠시(GMC) 캐니언과 함께 등장했다. 가장 미국적인 차인 픽업트럭 시장에서 승부를 내지 않고는 지엠의 부활 역시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글로벌(특히 미국) 시장에서 픽업트럭은 회사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카드인 셈이다.
한국에서 픽업트럭은 아주 작은 시장이다. 에스유브이(SUV, 스포츠실용차)가 붐을 이룰 때조차 픽업트럭은 소외돼 있었다. 화물차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운전자의 경제력과 지위를 나타내는 일종의 액세서리다. 한국에서 세단을 탄다는 건 ‘먹고살 만하다’는 뜻이고, 그래서 해치백이나 왜건, 픽업트럭처럼 실용적이지만 ‘짐차스러운’ 디자인은 환영받지 못했다. 그런데 2002년 한국에서도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잠깐 꿈틀댄 일이 있었다. 무쏘 스포츠가 발매되면서다. 무쏘 스포츠는 큰 인기를 얻었던 무쏘의 뒤를 트럭 형태로 잘라 발매된 일종의 파생상품이었다. 2003년 수입 픽업트럭으로는 처음으로 크라이슬러 닷지의 다코타가 발매됐다.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던 시점이었다. 아웃도어 문화에다 개성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었다. 게다가 화물차로 분류됐던 픽업트럭의 1년 세금은 고작 2만8500원. 픽업트럭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겼다. 한국에서 굳이 짐차를 몰고 다니는 남자들은 이런 변화에 민감했다. 전원생활은 도심과 달리
거의 모든 걸 직접 해야 해요
시멘트 한 포, 합판 한 장 사도
용달을 불러야 하죠
픽업트럭이 있으면 그럴 필요 없죠
짐 싣고 내리기도 쉽고 멋도 있고
영화 현장에서 스테디캠 감독으로 일하는 전용훈씨는 2003년 국내 발매와 함께 닷지 다코타를 구입했다. “픽업트럭을 사는 게 오랜 꿈이었어요. 미국 영화 속에 나오는 픽업트럭을 보며 늘 저런 차를 하나 구입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다행히 다코타가 국내 정식 수입되면서 바로 마음을 굳혔어요. 저 같은 경우 픽업트럭은 일상생활에서도 쓸 수 있고, 일로도 사용 가능했기 때문에 주저함이 없었어요. 큰 짐을 실을 수도 있고, 험로를 돌파해야 할 때도 힘이 충분하거든요. 영화 현장에 있다 보면 예정과 다른 카메라 앵글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제 차에 달아서 사용할 수도 있고요.” 그가 생각하는 픽업트럭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안정감이다. 일반 승용차는 도저히 갈 수 없는 험로를 픽업트럭은 잘도 돌파한다. 넘치는 힘과 네 바퀴가 함께 도는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이다. 어떤 길도 걱정 없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오지 촬영이 많은 그에게 큰 장점이었다. 여기에 큰 덩치가 주는 ‘멋’은 덤이다. 물론 고작 5㎞/ℓ에 불과한 연비가 아쉬운 부분이지만 장점에 비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사업가인 김영동씨는 2004년식 쉐보레 S10을 탄다. 3년 전쯤 픽업트럭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딜러를 통해 구입했다. 그는 픽업트럭의 장점이 무조건 ‘멋’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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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김영동씨가 딜러를 통해 구매한 쉐보레 S10의 뒷모습. 김재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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