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3.12 20:07 수정 : 2014.03.14 11:24

충남 서산시 음암면 탑곡1리에 거주하는 농부 유광수씨가 재배한 달래를 들고 있다.

[매거진 esc] 요리
제철식재료산지투어 | 봄나물과 새조개 산지인 충남 서산 채취현장과 전통시장 탐방
겨울 추위 이겨낸 생명력
달래와 냉이
풍작으로 가격 낮아져
남해안 지역 새조개 풍년
샤브샤브로 먹으면 제맛

“지난번에는 아랫집이가 찍었나. 어휴 많이들 와, 왜 그렇게들 연락들을 해와. 근디 혼자 왔어? (방송 제작팀은) 많이들 오던디.” 충남 서산시 음암면 탑곡1리의 주민 이용래(61)씨가 건넨 첫마디다. 카메라를 든 외지인들로 마을이 북적대면 탑곡리의 동네 개조차 달래 수확기가 된 것을 안다. 대표적인 달래 산지답게 탑곡리(1~4리)는 미디어들의 취재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6일 주민 유광수(64)씨의 비닐하우스를 살포시 열고 들어가자 유씨 부부가 굵은 갈고리 삽으로 땅을 푹푹 파서 달래를 캐고 있다. 330.5㎡(100평) 정도의 비닐하우스에는 농부들의 땀 냄새가 흥건하다. 유씨가 달래 뭉치의 흙을 털자 이씨 부부가 무릎에 딱 얹어두고 잡풀을 뽑는다. 대략 15㎝ 길이의 달래가 마치 세수를 한 듯 깨끗해진다. “이젠 (방송은) 안 혀. 어휴 힘들어. 뭔 달래로 음식도 해 달래지, 하루 쟁일 걸려. 뭘 물어볼라 그랴.” 유씨의 아내 신복자(63)씨는 불평을 해도 속내는 찾아오는 손님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동네)가 시초여. 바다 갔다 온 해풍 쐬지, 황토에서 자라지, (달래 질이) 좋아!” 유씨의 자랑에 모두 “그려, 그려” 맞장구를 친다. 주민들은 6~7월에 질 좋은 “알달래”(종자)를 캐서 9월쯤 밭에 심는다. 11월이 되면 비닐하우스에서는 달래가 파릇파릇 잘 자라 농부의 손을 기다린다. 다음해 봄까지 수확이 이어지지만, 노지는 4월이나 돼야 캘 수 있다. 향이 좀더 강한 것이 노지 달래의 특징.

유광수씨와 그의 아내 신복자씨.

기특하게도 달래는 뿌리까지 먹는다. 달래된장국은 구수한 된장과 어울려 향긋하고, 달래부침개는 막걸리 생각이 절로 난다. “우덜은 달래간장 해묵어. 김에다가 밥하고 싸봐, 을마나 맛 좋은데. 삼겹살이랑 싸 묵으봐, 아유 말도 못해.” 신복자씨의 자랑이 이어진다. “잠자는 데 좋아. 달래 캔 날은 아주 잘 자. 동생이 그랴, 언니는 피부가 좋아서 좋겠다구. 다 달래 때문이여.” 실제 달래는 불면증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뿌리를 달여 약주처럼 마시면 더 효과적이다. 이른 아침 7시에 시작한 밭일이 낮 12시를 넘어서자 유씨 부부는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탑곡1리에 거주하는 50가구 중에 35가구 정도가 달래농사를 짓는데, 이들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떨어졌다고 아쉬워한다. 전날 달래 한 상자(8㎏)가 6만원에 팔려나갔다. 탑곡리 농사꾼이 알려주는 질 좋은 달래 구별법은 간단하다. 줄기가 잘린 데가 없고, 전체적으로 마르지 않고 향이 강할수록 좋은 거다.
충남 서산시 음암면 부장리도 냉이산지로 유명하다.

달래만큼이나 봄을 알리는 채소가 냉이다. 서산시 음암면은 냉이도 산지다. 차로 3분도 안 걸리는 부장리 일대는 전국적인 냉이 산지다. 30여가구가 농사를 짓는 작은 마을인 부장1리. 갯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황토에서 자란 이곳 냉이는 맛도 질도 좋다. 쭉 뻗은 신작로 옆에 납작하게 엎드린 냉이들이 잔뜩 보인다. 어째 비닐하우스가 안 보인다. 비용적인 면에서 노지 생산이 더 낫기 때문이다. 냉이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흙바닥에 붙어 있지만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강한 생명력 때문이다. 냉이는 각종 비타민과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북어국과 쌍벽을 이룰 만큼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부장리가 고향인 서연화(74)씨는 “옛날에는 그냥 풀이었시유. 찾는 사람 많아지고 하니께 동네 작목반도 생기고, 그래서 해유”라고 한다. 작목반장 유덕환씨의 말에 따르면 며칠 전 한 상자(4㎏)에 4만7000원에 팔린 게 최고가였다고 한다.

봄은 들과 산에서만 시작되는 게 아니다. 바다에서도 봄바람은 분다. 새조개 한 접시면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지난달 28일 찾은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10여년 전부터 매년 새조개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음식점이 즐비하다. 본래 포장마차촌이었던 이곳은 지난해 9월 항구를 정비하고 해산물타워를 지었다. 가게마다 새조개 잔치다. 새조개는 조갯살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리 모양의 조갯살이 바다의 바닥을 짚고 이리저리 이동하는 모양새가 마치 새처럼 보여 붙인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생산량이 적었던 새조개는 거의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됐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이후 전남 광양만, 여수 일대, 서해안 지역에서까지 생산이 늘면서 국내 유통도 가능해졌다. 현재는 사천 등 남해안 지역에서도 생산된다. 새조개는 어디서 어떻게 와서 한반도 인근 바다에 정착했는지 연구가 진행중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신윤경 박사는 바닷속에 살포시 깔린 황토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남당항과 그 일대의 새조개 생산도 80년대 간척사업을 하면서 천수만방조제가 생기고 황토가 갯벌에 유입이 되면서 시작됐다. 2000년 이후 여수 일대는 적조현상이 심했다. 그 해결책으로 대량의 황토를 살포한 뒤부터 새조개의 생산이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는 남해안 지역이 새조개 풍년이다. 지난해 8월 적조현상이 심해지자 여수 지역에서는 다른 어종에 미칠 영향과 2차 오염을 염려해 황토 살포를 금했지만 통영이나 남해안 지역에서는 황토를 뿌렸다. 신 박사는 올해 남해안 새조개 풍년이 황토 살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새조개는 인공 양식이 어렵다. 1년산인 새조개는 4~5월이 산란기다. 5월이 되면 채취가 금지된다.

새조개샤브샤브.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새조개축제가 열려 미식가들을 부른다.

바닷바람 부는 남당항에 ‘대하 튀김 껍질 깟슈’란 펼침막이 펄럭인다. 국수 가락처럼 관광객의 웃음을 뽑아낸다. ‘홍성 남당항 새조개축제’ 김승진 위원장은 올해는 가격이 지난해보다 내려 찾는 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위원장이 운영하는 식당인 ‘갯마을’에서는 1㎏에 4만5000원, 포장판매는 3만8000원 한다. 어부 경력 35년의 신재균(68)씨는 “우덜은 처음에 새조개가 먹는 건지 몰랐어. 뭔가 조개가 막 생기는데, 못 먹는 건지 알았지. 우덜이 바보였지”라고 옛날을 회상한다. “밤에 몰래 와서 캐 가는 사람들이 있더라구. 우덜 동네 사람은 아니었지. 그때 알았어, 먹는 건지. 고급인 것도.” 새조개는 수심 20~50m 바다에 나가 형망틀을 던져 긁어 올린다. 20t 이상의 큰 배에서나 조업이 가능하다. ‘갯마을’을 찾은 주민 이귀임(63)씨는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으면서 “달아, 아주 달아. 탱탱하다”면서 연신 탄성을 지른다. 새조개는 굽기도 하지만 주로 갖은 채소와 함께 샤브샤브로 먹는다. 김 위원장이 알려주는 질 좋은 새조개 고르는 법도 쉽다. “검은 부분의 색이 검을수록, 살이 탱탱할수록 신선한 것이지. 아주 맛나. 새조개는 신의 선물이여.”

산지를 떠나 상경하면 입에서 그 맛이 아른거린다. 서울 마포구의 ‘목포낙지’는 그런 이들을 위한 해산물 전문점. 충남 태안의 당암포구에서 새조개를 가져온다. 새조개를 쌓아두지 않고 너른 수족관에 흩어 놨다. 해감을 위해서란다. 사장 최문갑씨는 깔끔한 단맛이 좋으면 내장을 빼는 게 좋고, 조개 자체의 풍미를 즐기고 싶다면 같이 먹는 게 좋다고 한다. 물론 싱싱한 새조개에 한해서다. 들어서 흔들었을 때 무게감이 있고 소리가 안 나는 게 신선한 새조개다. 목포낙지는 최풍열(87)씨가 1987년에 낙지요리 전문점으로 열었다. 그의 아들 문갑씨와 규호씨가 몇년 전 맡으면서 메뉴가 다양해졌다.


>>> 서산동부전통시장

충남권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서산시 동문동). 새조개, 주꾸미, 말린 꽁치, 해풍에 말린 우럭포, 게, 굴, 달래, 냉이, 감태까지 풍성하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수산물까지 풍성한 게 특징. 1956년에 문 연 시장은 2만3140㎡(7000평) 규모에, 500여명이 시장상인연합회 회원일 정도로 이 일대에서 규모가 꽤 큰 종합시장이다. 100장에 4만원 하는 감태(동광상회. 041-665-3692)가 눈에 띈다. 감태는 11월에서 3월 초까지 나오는데 김과는 또다른 식감이다. 연합회 최연용 회장은 우럭포를 ‘안동간고등어’처럼 상표등록해 시장의 대표 먹거리로 세울 예정이다. 우럭회하고는 또다른 맛이다. 재래시장은 맛집도 있기 마련. ‘시장순대’(041-665-5190)에는 돼지족탕(5000원·사진)이 있다. 족탕 하면 발 목욕이 떠오르겠지만 아니다. 돼지족발을 푹 삶아 뽀얀 국물을 낸 탕이 있다. 탕에는 설탕 가루처럼 흰 족발이 있어 뜯어 먹는 동안 저절로 보양이 된다. 서산 지역의 대표 향토음식인 게국지(훈희네김치. 041-662-1843)도 포장 판매한다. 가정에서 바로 끓이면 된다. 각종 바다생물을 그린 벽화, 아치형 천장 등 볼거리도 많은 시장이다.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 산지와 숨겨진 우리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박미향 기자의 제철식재료산지투어’를 매달 한번씩 연재합니다.

서산 홍성/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도움말 국립수산과학원 신윤경 박사, 참고도서 <나물수첩>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