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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7 19:14 수정 : 2014.03.17 22:31

외고 l ‘자하 하디드 360도’ 전시 리뷰

최경원 현 디자인연구소 소장
자하 하디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다. 그의 방한 기간 동안 대다수의 매스컴은 그가 건물에 새겨넣은 가치보다는 건축가의 성품을 생중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아까운 지면을 통해 독자들은 건축물을 보는 안목이나 교양을 증진시킬 기회를 잃었지만 다행히 이 시대 최고의 건축가가 남기고 간 건축물과 여러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디디피 개막과 더불어 그가 디자인한 가구와 여러 소품들을 모아 놓은 ‘자하 하디드 360도’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건 커다란 행운이다. 한마디로 그가 디자인한 ‘작은 건축들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1차 전시는 26일까지 디디피 디자인놀이터에서, 2차 전시는 4월4일부터 5월31일까지 국제회의장 알림터에서 연다.

건축가들이 건축 설계를 하다가 틈틈이 ‘부업’처럼 다른 디자인을 하는 것과 달리, 자하 하디드는 거의 본업처럼 가구나 소품들, 자동차 디자인 등을 해왔다. 그의 작업량을 보면 실로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 또한 매우 높다. 세계적 찬사를 받은 루이비통의 실리콘 가방(2006)을 비롯해 그가 만든 가구·소품 등의 디자인 명작들을 보면, 당장 건축을 때려치우더라도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로 충분히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다.

그간 ‘건축물 같지 않은 건축’을 선보여 온 그는 역시, 이번 1차 전시에서도 ‘가구 같지 않은 가구’들, ‘소품 같지 않은 소품’들을 보여준다. 머큐릭 테이블 컬렉션(2013·사진)은 마치 20세기 전반에 활약했던 영국 헨리 무어의 조각 작품 같다. 재료도 가구에서 잘 쓰지 않는 대리석으로 만들었다.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 세계에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비선형적 형태인데, 이런 모양은 그저 희한하게 튀려고만 해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평생을 다져온 그의 조형능력이 만든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들은 곡면의 아름다운 리듬을 세심히 따라가며 즐기는 것이 좋은 감상방법이다.

DDP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소품 전시
‘비선형’ 건축 스타일 그대로
산업 디자이너로도 손색 없어

그는 적지 않은 명품 브랜드들과 디자인들을 해왔다. 라코스테를 위한 부츠(2010)도 그런 디자인들 중 하나인데,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가꾸어 가는 솜씨가 돋보인다. 이것은 자하 하디드의 모든 디자인들이 가진 공통점이기도 하다. 형태가 너무 강렬하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려운데 그는 난제를 훌륭히 풀어냈다. 이 부츠에서 가장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종아리를 스프링처럼 감으면서 신게 되어있는 충격적인 구조다. 사물을 새롭게 해석하는 거장의 천재적인 솜씨를 잘 보여준다. 부츠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아이템에서도 일반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가능성을 이끌어낸 것은 그야말로 심오한 사색과 지성이 만든 결과일 것이다.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에서 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지적인 가치들이다.

‘하이힐 같지 않은 힐’인 노바 슈즈(2013)에서는 그의 파격적인 형태 감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지극히 불규칙하고 뜬금없는 형태 같지만, 이것은 궁극적으로 ‘자연’을 환기시킨다. 20세기 동안 세계 디자인은 주로 이성을 바탕으로 질서정연한 기계미학을 추구했었다.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들은 거의가 이런 기계적인 20세기적 조형을 근본적으로 거부하면서 불규칙성을 추구한다. 현대인들이 바라던 성능 좋은 기계가 아닌,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는 자연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될 리퀴드 글라스 테이블(2012)을 보면 단박에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은 플라스틱 테이블이 아니라 바닥에서 솟아오른 물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에서는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가치들이 중층적으로 녹아있다. 그가 그만큼 재미있고 의미있는 건축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경원 현 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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