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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l ‘자하 하디드 360도’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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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 현 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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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디자인한 가구·소품 전시
‘비선형’ 건축 스타일 그대로
산업 디자이너로도 손색 없어 그는 적지 않은 명품 브랜드들과 디자인들을 해왔다. 라코스테를 위한 부츠(2010)도 그런 디자인들 중 하나인데,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가꾸어 가는 솜씨가 돋보인다. 이것은 자하 하디드의 모든 디자인들이 가진 공통점이기도 하다. 형태가 너무 강렬하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려운데 그는 난제를 훌륭히 풀어냈다. 이 부츠에서 가장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종아리를 스프링처럼 감으면서 신게 되어있는 충격적인 구조다. 사물을 새롭게 해석하는 거장의 천재적인 솜씨를 잘 보여준다. 부츠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아이템에서도 일반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가능성을 이끌어낸 것은 그야말로 심오한 사색과 지성이 만든 결과일 것이다.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에서 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지적인 가치들이다. ‘하이힐 같지 않은 힐’인 노바 슈즈(2013)에서는 그의 파격적인 형태 감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지극히 불규칙하고 뜬금없는 형태 같지만, 이것은 궁극적으로 ‘자연’을 환기시킨다. 20세기 동안 세계 디자인은 주로 이성을 바탕으로 질서정연한 기계미학을 추구했었다.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들은 거의가 이런 기계적인 20세기적 조형을 근본적으로 거부하면서 불규칙성을 추구한다. 현대인들이 바라던 성능 좋은 기계가 아닌,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는 자연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될 리퀴드 글라스 테이블(2012)을 보면 단박에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은 플라스틱 테이블이 아니라 바닥에서 솟아오른 물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에서는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가치들이 중층적으로 녹아있다. 그가 그만큼 재미있고 의미있는 건축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경원 현 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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