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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9 19:38 수정 : 2014.03.20 10:15

디제이 철이.

[매거진 esc] 김훈종의 라디오 스타

지구조각가를 아시나요? 아신다면 당신은 ‘디제이 철이와 함께 아자아자!’ 청취 경험이 있는 분. 모르신다면 오늘 여러분께 라디오의 신세계를 열어젖힌 희한한 프로그램 하나를 소개하고자 하오니, 귀 기울여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디제이 철이.(사진) 네, ‘철이와 미애’의 그 ‘철이’ 맞습니다. ‘너는 왜’의 때밀이 춤을 기억하시죠. 조금 더 연배가 있으시다면 ‘나미와 붐붐’의 그 붐붐? 하실 겁니다. 까맣고 동그란 선글라스를 끼고 토끼 춤을 추던 그 사람. 가수이자 음반제작자 신철은 2004년부터 에스비에스 ‘디제이 철이’로 변신합니다.

지구조각가. 아자아자에서는 포클레인 기사들을 지구조각가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땅을 파는 게 아니라 지구라는 오브제를 멋들어지게 조각한다는 표현이죠. 중장비 기사뿐 아니라 하루 일과 대부분을 운전대 앞에서 보내야 하는 버스 기사, 택시 기사, 택배 기사 등등이 방송의 주청취층입니다. 아니, 단순한 청취자가 아니라 그들이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실제 주인공이에요. ‘디제이 철이’는 그저 거들 뿐.

청취자가 보내는 하루 평균 문자 건수 3만건. 이 숫자를 간단한 비교로 설명하죠. 라디오 프로그램 전체 청취율 부동의 1위를 몇년째 고수중인 에스비에스 ‘두시탈출 컬투쇼’의 평균 문자 수신 건수는 3000건. 3만 대 3000. 그만큼 아자아자 청취층의 참여는 열정적입니다. 아니 광적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죠. 한마디로? 아자아자에 미친 겁니다. 이 프로그램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토, 일 주말 4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음악이 흐르고 청취자가 직접 만들어 보내온 문제를 출제하고 청취자들이 문자로 보내온 정답과 오답을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라디오를 들으며 무료하게 운전대에 갇혀 있던 이들에겐 동아리 활동 같은 일이 됐습니다. 프로그램에 자기 이름 한번 불리기를 고대하며 50원의 유료문자를 몇백건씩 보내고 생방송 한번 구경하겠다고 휴가까지 내고 부산, 남해, 광주, 여수에서 올라오는 그들. 그들에게 아자아자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아니라 박카스인 듯합니다.

라디오계의 블록버스터, 아자아자는 6시간 혹은 8시간씩 방송할 때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2005년엔 광복절 기념으로 35시간 연속 생방송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요. 먹는 거야 초코바, 사탕 등으로 때운다 쳐도 문제는 화장실이었습니다. 그때 디제이 철이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나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이 왜 명곡인지 깨달았다죠. 두 곡을 이어 들으면 러닝타임 12분. 변비만 아니라면 ‘큰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네요.

아자아자에는 조장, 지부장, 출제위원, 고문 등등 다양한 계급이 존재합니다. 프로그램 충성도, 기여도, 전파의 열성도를 따져 주어진 계급입니다.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거 무서워요. 애들 리니지 하는 거만 무서운 게 아니구나 어른들도 이렇게 열심히 빠지는 게 있구나 싶어요.

요즘도 가끔 택시를 타고 에스비에스로 가달라고 하면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디제이 철이를 아냐고. 한때 제가 담당 피디였다고 말씀드리면 저를 한번 쳐다보시며 고맙다고 해요. 얼마 전 어떤 택시 기사분이 자기 휴대전화 뒷번호가 뭔지 아냐고 묻더라고요. 디제이 철이의 아자아자가 울려퍼지는 주파수 103.5를 따 1035라고 하네요. 감동입니다.

김훈종 SBS 라디오 피디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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