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4.02 19:49 수정 : 2014.04.03 11:34

1960년대 유행을 타고 록과 모터사이클 유행이 다시 돌아왔다. 패션 브랜드까지도 로커 집단의 모터사이클, 카페레이서 유행에 맞춘 스타일을 내놓았다./사진 베엠베코리아 제공

[매거진 esc] 라이프
폭주족 이미지 벗어나 세련된 스타일과 도심 속 간편한 기동성 자랑하는 카페레이서 인기

비틀스 하면 생각나는 고수머리와 딱 달라붙는 회색 양복. 그런데 그들은 정식 데뷔 전 독일의 함부르크 클럽가에서 이름을 날릴 때만 해도 검은 가죽 재킷에 길게 기른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 넘기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로커’ 스타일이었다. 비틀스는 사실 1950년대에 시작되어 1960년대 말까지 이어진 록과 모터사이클 열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밴드였다. 그런 비틀스가 모드족으로 변신한 것은 당시의 유행 때문이었다. 196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모드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기존의 로커 집단과 충돌했다. 알고 보면 그들의 패션과 정체성은 정반대였다. ‘모드족’은 이탈리아제 슈트와 상고머리로 멋을 냈지만, 노동자 계층이었으며 마약을 상용하는 이들도 많았다. 좋아하는 음악도 록이 아니라 모던 재즈 계열이었다. 커다란 모터사이클보다도 스쿠터를 선호했다. 반면에 가죽 재킷을 입고 커다란 모터사이클을 타는 ‘로커스’는 겉모습은 사나웠지만 부잣집 도련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달랐던 그들은 영국 런던의 잘나가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였던 카나비 스트리트에서는 연일 패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모드족의 완벽한 승리. 이후 로커 복장을 한 사람은 카나비 스트리트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데뷔를 앞둔 비틀스는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이 영화 <백비트>로 그려지기도 했다.

한강공원 등에 모이는
기존 모터사이클
동호회원과 달리
카페나 패션매장 선호
날씬한 복고풍 디자인 바이크
예쁘게 꾸미기에도 큰 관심

유행은 돌고 돌아 로커의 시대가 다시 찾아왔다. 패션계는 바이커 룩으로 가득하고, 모터사이클을 즐겼던 배우이자 생전에 패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매퀸이 다시 워너비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등 유행은 1960년대를 다시 찾고 있다. 로커들이 타던 모터사이클이 다시 인기를 끌면서 당시의 모터사이클을 재현한 바이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로커들의 모터사이클은 ‘카페레이서’라고 불린다. 카페 앞에 모터사이클을 나란히 세워놓고 수다를 떨거나 모터사이클 자랑을 하다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그 노래가 끝나기 전에 특정 지역을 먼저 찍고 오는 사람이 이기는 ‘레이스’를 즐겼기 때문이다. 카페레이서는 도심 지역에서 주로 타는 바이크이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 편의성이나 화물 적재 능력보다는 남의 눈길을 끄는 개성적인 겉모습과 복잡한 도심을 자유자재로 달릴 수 있는 민첩성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패션쇼 무대, 모터사이클 동호회와 모터사이클 회사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카페레이서의 귀환을 예감할 수 있다.

카페레이서를 지향하는 이들의 취향은 좀 다르다. 기존 모터사이클 동호회원들이 즐겨 모이던 한강공원이나 도심지의 아지트를 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모터사이클이 한군데 모여 있으면 어쩐지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모이는 곳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강남의 멋스러운 카페나 벨스타프 등의 패션 관련 매장, 햇살을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양재천 인근 바(Bar)다. 홍대 앞에도 어느 카페레이서 애호가가 올여름 개장을 목표로 카페레이서들의 아지트를 짓고 있기도 하다.

혼다 CB1100EX는 카페레이서를 상징하는 모터사이클이다.

카페레이서가 다시 큰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나 모터사이클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레이서는 대형 투어링 모터사이클과 달리 시내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즐길 수 있고, 지금 유행하고 있는 패션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굳이 강원도까지 가지 않고, 강남의 카페 앞에 세워놓기만 해도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때문에 바쁜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잠깐의 짬만 있으면 취미 생활로 모터사이클을 즐길 수 있으며, 지나치게 눈에 띄는 라이딩 복장이 아니라 평상시에 입는 가죽 재킷으로도 편하게 탈 수 있다. 또한 겉모습이나 세부 디테일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는 과정도 취미 생활의 일부가 된다. 구석구석 세차하는 과정을 즐기는 라이더도 많다. 타고 달리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베엠베(BMW)는 모터사이클 제작 90주년 기념 모델 ‘아르나인티’(R9T)를 완전히 카페레이서풍으로 꾸몄다. 최첨단 기술과 편의장비, 안전장치를 내세웠던 베엠베의 이미지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복고풍 모터사이클이다. 로커들이 개인적인 취향에 맞게 모터사이클을 꾸미고 개조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 당시부터 개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도 특징. 시트 형상은 물론 핸들바, 머플러의 형태, 외부 장식에 이르기까지 오너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다. 2년간 한정 생산되는 이 모터사이클은 지금 사려고 해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에이비에스(ABS·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나 열선 그립 등 꼭 필요한 안전장비와 편의장비만 채택해 가격 상승을 막았다는 점도 호평의 이유다. 지금까지 카페레이서를 표방한 모터사이클을 생산한 브랜드는 이외에도 많았지만, 베엠베가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엠베의 클래식 모터사이클 R9T.

국내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유럽제 모터사이클이 강세를 보이자 소형 바이크 시장에 주목했던 혼다도 최근 카페레이서 스타일의 클래식 모터사이클 CB1100EX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1969년 최초의 4기통 750㏄ 모터사이클을 생산하면서 대형 바이크 시장을 주름잡은 혼다는 수많은 유럽 모터사이클 메이커를 도산하게 만든 바이크계의 거물이다. 1960년대 카페레이서의 대명사였던 영국 모터사이클 ‘트라이엄프’는 영화 <대탈주>에서 스티브 매퀸이 직접 타고 연기를 선보였던 바이크를 본떠 만든 ‘보너빌 스티브 매퀸’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는 2003년 잠시 수입됐던 것이 전부였지만, 끊임없이 인기를 끌면서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하면서 국내 재진출 소문이 일고 있다.

카페레이서는 패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스타일이다 보니 라이더뿐 아니라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패션에서도 그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바버’나 ‘벨스타프’ 같은 영국 아웃도어 브랜드는 모터사이클 마니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다가 일반인들에게도 사랑받기 시작했다. 벨스타프의 김수성 대표는 “예전에는 모터사이클 마니아가 주고객이었지만 최근에는 5할 이상이 일반 고객”이라며 “바이커 패션을 즐기다 뒤늦게 모터사이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베엠베 모터라드의 신진욱 이사는 “아직도 우리나라는 모터사이클이라고 하면 ‘폭주족’을 연상하지만, 실제로 대형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이상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유럽에서도 예전에는 ‘폭주’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계층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취미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모터사이클을 ‘달리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삶을 더욱 재미있게 해주는 도구’로 받아들이는 순간, 편견이 사라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글·사진 신동헌 <레옹> 편집장, 사진 베엠베코리아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