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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2 20:07 수정 : 2014.04.03 09:47

서울패션위크 모습.

[매거진 esc] 스타일
막 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돋보인 패션디자이너 3인방 인터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3월21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개관 행사 중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단연 서울패션위크였다. 엿새간 진행한 2014년도 가을·겨울 시즌 서울패션위크는 서울디자인재단의 주관 아래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참여한 80여명의 디자이너 중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 3인방, 한상혁(에이치에스에이치), 계한희(카이), 이수형·이은경(서리얼벗나이스)을 만났다.

한상혁의 에이치에스에이치
남성복 이력을 여성복으로 확장
계한희의 카이
고급 스트리트 웨어에 역점
이수형·이은경 서리얼벗나이스
초현실적 콘셉트에 세련된 마감

‘사이’에 존재하는 가치 탐구

-에이치에스에이치, 한상혁

자신의 영문 머리글자(HSH)를 변주한 ‘에이치에스에이치’(HEICH ES HEICH)의 한상혁은 기업형 남성복 브랜드 본(BON)과 엠비오(MVI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했던 베테랑이다. 제일모직(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을 떠난 이후 근 3년 만에 서울패션위크 복귀 무대를 가졌다. 그는 15년 넘게 패션디자이너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컬렉션 직후 그는 “관객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무대에 서는 순간, 조금 울컥했다”고 했다.

“에이치에스에이치 브랜드 콘셉트는 ‘사이’(between)입니다. 남자와 여자, 아이와 어른, 기술과 예술, 따뜻함과 차가움, 과거와 미래 등 상반되는 두 가지 사이에 존재하는 가치를 연구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이 우리 옷을 입을 때, 우아하고 도도해 보이면서도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면 좋겠어요.”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변화는 오랜 기간 만들어온 남성복 대신 여성복 비중을 높였다는 점이다. 남성복의 틀을 유지한 여성복은 턱시도, 슈트, 셔츠 같은 남성복의 대표 제품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세공했다. 그는 “(컬렉션을) 보는 사람에게는 큰 변화처럼 느껴졌을 법하지만 이제 더는 남성복 디자이너라든지 여성복 디자이너라는 수식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주제는 ‘새로운 어른’(New Adult)이었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세상의 이치를 알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고 일관성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을 떠올리며 옷을 지었다. 그가 발표한 15번가량의 컬렉션을 복기하면, 이번 시즌은 특히 빨강과 검정, 상아색의 ‘제한된 색상’과 가죽, 양모(울), 면, 실크의 ‘소재’로 마무리한 점이 돋보인다. 기존 한상혁이 추구하던 세부 마감들, 곧 원단으로 감싼 납작한 라펠, 등판 지퍼가 열리는 턱시도 재킷의 발전형은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 보였다.

사실 그는 패션기업 소속으로 서울패션위크에 첫발을 내디딘 바 있어, 이번 컬렉션은 사실상 첫번째 단독 컬렉션이었다. 가장 좋았던 점에 대해 “마케팅 관점이 아닌 디자이너로서 옷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또 “힘들었지만 삽화(일러스트)와 도식화를 그리고, 가봉을 보고, 패턴을 정리하면서 내 몸의 세포들이 꿈틀거리는 황홀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카니에 웨스트도 반한 감각-카이, 계한희

‘카이’(KYE) 컬렉션이 열린 날은 서울패션위크가 막을 내린 지난 수요일(3월26일)이었다. “이제 ‘빅 쇼’는 카이 컬렉션만 남았네요.” 서울패션위크 관계자가 옆좌석에서 나누던 사담이었다. 디자이너 계한희는 자신의 브랜드 ‘카이’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카이가 이제 3년차가 됐어요. 지금까지 6번의 독자적인 컬렉션에 런던과 서울, 뉴욕 컬렉션까지 하게 됐고, 여러 편집매장에도 들어갔지만 스스로 계속 압박하면서 진행하고 있어요. 욕심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좋은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기본적으로 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스트리트 웨어가 ‘카이’ 컬렉션의 주를 이룬다. 힙합 음악가들이 컬렉션 첫 줄(front row)을 채우는 모습도 자주 본다. 그는 카이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고급 스트리트 웨어’(하이엔드 스트리트 웨어)를 꼽았다. “예전에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만으로 컬렉션을 만들었다면, 이제 함께 일하는 각국 쇼룸과 구매자(바이어), 기자(프레스)들의 요구가 많아지다 보니 어깨도 더 무겁다”고 했다.

이번 컬렉션의 미세한 변화는 스타일링에 있다. 미리 컬렉션을 치른 뉴욕에서 유명 스타일리스트 티나 차이(Tina Chai)의 도움을 받았다. 그간 ‘마니아’적인 요소들이 더 대중적인 기호로 바뀌는 과정이다. 이에 그는 “도시적인 감각을 지니고 남과 다른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컬렉션을 구상한다”고 말했다.

계한희는 지난해 11월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이 처음 만든 ‘루이뷔통모에에네시 영 디자이너 프라이즈’의 후보로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다. 우리나라는 물론 극동아시아 쪽 패션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출전했다. 총 서른명의 디자이너 중 카린 로이트펠트(전 <보그> 프랑스판 편집장)와 니콜라 게스키에르(루이뷔통 수석디자이너) 같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뜻깊은 경험이었다. 그는 “그동안 파리, 밀라노, 런던 디자이너들보다 너무 큰 핸디캡이 있다고 생각한 게 사실이었지만 이번 참여를 계기로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낀 점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5월에는 그가 1년 넘게 준비한 책이 출판된다. 아직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전방위 예술가로 활약하는 카니에 웨스트와의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디자이너들.

만 레이와 만난 초현실주의

-서리얼벗나이스, 이수형·이은경

이수형·이은경 듀오 디자이너는 2011년 가을 ‘서리얼벗나이스’(SURREAL BUT NICE)를 만들었다. 서울패션위크의 신진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인 ‘제너레이션 넥스트’ 컬렉션은 이번이 두번째다. 하지만 둘은 브랜드를 내기 전부터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경험한 실력파다. 이수형은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 여성복 컬렉션 보조 디자이너(어시스턴트)와 국내 마틴 싯봉(Martine SITBON) 여성복 디자이너를 거쳐 본과 엠비오의 컬렉션을 맡았다. 이은경 역시 남성복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고 엠비오 남성복 디자이너로 일했다.

“브랜드 설립 후 몇 년간 서울패션위크 참여에 신중했어요. 먼저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말 그대로 ‘다음’(넥스트) 디자이너에게 가장 효과적인 홍보의 장이기도 합니다.”(이수형)

지난해 10월 서리얼벗나이스의 첫 런웨이 컬렉션을 보고 어쩌면 저리도 꼼꼼하게 세부사항(디테일)을 신경쓸 수 있나 감탄했다. 신인 디자이너의 역량은 아니었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하니 각자 충실히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였기 때문이었다.

“이수형씨는 엠비오 컬렉션 경험으로 (컬렉션) 구성의 기승전결과 강약조정을 염두에 둬서 연출하고, 저 또한 실제로 입기 적합한 상품을 동시에 생각해요. 서리얼벗나이스의 강점은 옷의 완성도라고 자부합니다.”(이은경)

이번 컬렉션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구속’(bondage)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드러내면서도 세련되게 마감한 점이다. 이수형은 브랜드 이름의 ‘초현실주의’(서리얼리즘)처럼, 그 대표 작가 만 레이에 주목한 것이 무척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만 레이의 연인이던 ‘키키’ 알리스 프랭은 전방위 예술가였고 여러 예술가의 뮤즈였어요. 그녀의 짧은 삶을 상상했을 때 ‘가난한 예술가이기보다는 삶을 충분히 즐기면서 상류층 문화부터 서민의 삶까지 다양하게 누리지 않았을까?’ 싶었죠.”(이수형) 서리얼벗나이스는 당장 ‘입고 싶은’ 남성복도 함께 선보였다. “남성복으로의 확장은 배양(인큐베이팅) 단계”라고 한다.

“여성복의 안정화가 급선무이고요. 제품과 이미지를 확실히 만들고, 브랜드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충성도(로열티)가 생기는 브랜드였으면 좋겠습니다.”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스펙트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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