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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9 19:45 수정 : 2014.04.10 15:50

하도리의 농부 임종근씨가 재배하는 아스파라거스.

[매거진 esc] 요리
4월 제철 식재료 산지 투어 | 아스파라거스와 생산지 남원의 재래시장 구경
남유럽이 원산지인 아스파라거스는
살짝 굽거나 데쳐 먹기만 해도
사각사각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국내 재배가 늘면서
제철 가격도 많이 내렸다

<춘향전>의 고향 전북 남원시의 4월은 봄볕이 찬란하다. 지난 4일 찾은 남원시는 84회를 맞은 ‘남원춘향제’ 준비로 활기차다. 고즈넉한 소도시는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고성처럼 낡은 풍경이 매력적인 이곳이 요즘 각광받는 고급 식재료, 아스파라거스의 주산지라니 놀랍다. 아스파라거스는 주로 대도시 레스토랑의 화려한 접시에 오른다.

봄채소의 황제, 아스파라거스는 콩나물에 들어 있는 것으로 많이 알려진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와 강원도 양구, 경기도 평택 등에서 재배되고 있다.

하도리의 농부 임종근씨가 재배하는 아스파라거스.

남원시 금지면 하도리. 남원시농업기술센터 채소기술담당 최진호씨가 아스파라거스 생산 농장으로 안내한다. “해발 500m의 청정지역이죠.” 그는 “일본에서 종자를 가져와 90년대 중반부터 재배를 했다”고 말하면서 “보통 싹이 올라오면 25~26㎝ 정도에서 자르는데 운송 중에 말라서 (유통업체가) 2㎝ 정도 잘라 판다”고 한다. 아스파라거스는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소담한 모양의 싹이 나온다. 이 싹을 잘라 먹는 것이다. 하도리의 농부 임종근(60)씨가 비닐하우스로 소매를 잡아끈다. 그가 아스파라거스를 뚝 잘라 입에 넣어준다. 부끄러움 탈 겨를도 없이 비단처럼 부드러운 즙이 혀를 휘감아 돌아나간다. 아삭아삭하다. “친환경 재배니깐 그냥 먹어도 됩니다. 5월 말까지 수확하지만 3~4월이 가장 양이 많죠.” 임씨의 말이다. 그는 5년째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짓고 있다. 임씨가 질문을 던진다. “암수 구별해보쇼?” 도시민이 알 도리는 없다. “올라온 꼴 보면 알지요. 암컷은 줄기가 굵고 휘어져 올라오는 게 안 예뻐요. 수컷은 반듯하니 쭉 올라온 게 당당합니다.” “흰색 아스파라거스도 있잖아요? 그게 더 고급 아닌가요?” 도시민의 아는 체에 그가 또 답을 한다. “고급은 뭔! 왕겨 같은 걸로 덮어서 햇빛을 못 보게 키우면 되는 것뿐입니다. 비용이 좀 더 들긴 하지만요.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어요.”

남유럽이 원산지인 아스파라거스는 살짝 굽거나 데쳐 먹기만 해도 사각사각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죽순처럼 새순을 잘라 먹는 게 특징인 채소다. 2000년이 넘는 재배 역사를 가진 아스파라거스는 주로 유럽의 귀족들이 애용한 채소였다. 17세기에 이르러 미국으로 건너갔고 18세기에는 일본에서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1980년대쯤 우리나라도 고급 호텔 등에서 통조림 형태의 아스파라거스를 재료로 사용했다. 마트나 시장에서 아스파라거스를 고를 때는 한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줄기가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게 좋다. 줄기가 좀 질기다 싶으면 표피를 얇게 벗겨 요리하면 독특한 아스파라거스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육류, 해산물 등 어떤 식재료와도, 파스타, 스테이크, 심지어 라면과도 잘 어울리는 채소다. 아스파라거스는 베이컨에 돌돌 말아 살짝 익혀도 맛있다. 간편한 조리에도 맛이 일품이라서 캠핑 마니아들도 즐겨 찾는다. 요리전문가들은 되도록 조리를 적게 하라고 조언한다. 하나로마트에서 국내산 아스파라거스를 판매하는데 150g에 3500원(4월3일 기준)이면 살 수 있으니 지금은 귀족채소라고 할 만큼 값비싼 건 아니다.

하정동의 ‘깜돈’.

남원시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남원 공설시장(금동 262-1)에는 뜻밖에 아스파라거스가 좀처럼 안 보인다. 거의 전량이 도시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최씨는 “그게 뭐냐고, 먹는 거냐고 묻는 사람도 많아요. 젊은 사람들이나 좀 알까”라고 설명한다. 잘 차려입은 새댁처럼 단정한 아스파라거스 묶음을 만날 수는 없지만 공설시장은 재미있는 풍경이 많은 여행지다.

구불구불 시장 골목을 돌자 귀청을 뚫는 ‘펑!’ 소리가 난다. 뜨거운 김이 눈앞을 가린다. 추억의 뻥튀기 가게다. ‘조산튀밥’은 박향남(50)씨가 2대째 운영하는 집이다. 조산튀밥 뒷길에는 순대집들이 몰려 있다. 남원의 순대는 별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순대와 조금 다르다. 피 안에 선지만 넣어 익혔다. 거친 야생의 피맛이다.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선일식당’의 주인 원숙자(67)씨는 “옛날 순대예요. 오래전부터 남원에서 만들었어요”라고 증언한다. “새끼보는 여자들한테 좋죠.” 차림표에 새끼보국밥과 삶은 새끼보가 있어 눈이 백만배 팽창한다. 새끼보는 돼지의 태반을 말하는데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지만 가난하던 시절 이만한 영양식도 없었다. 좀처럼 맛보기 힘든 우리 전통음식이다. 국밥이나 막창도 푸짐한데 가격이 모두 1만원을 안 넘는다.

선일식당의 ‘새끼보국밥’과 피 안에 선지만 넣어 익힌 ‘순대’.

선일식당의 ‘새끼보국밥’과 피 안에 선지만 넣어 익힌 ‘순대’.

공설시장은 미역귀, 돌각, 돌자반, 미역, 돌김 등을 파는 건어물상이 몰려 있다. 남원 토박이인 ‘삼원상회’의 유성윤(71)씨는 “우리 동네는 부각이 최고라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가 알려주는 부각 만드는 법도 고서 <시의전서> 저자도 울고 갈 판이다. 보리새우, 다시마 등으로 우린 육수에 소금과 마늘을 넣어 간을 한다. 찹쌀을 넣어 끓이면 풀이 되는데, 그 풀을 마른 김에 자작자작 바른다. 간단하다. 그는 이 부각을 프라이팬에 살짝 전 부치듯이 데우면 바삭하게 먹을 수 있다고 먹는 법도 알려준다. 수강료가 비싼 전통음식강좌 저리 가라다.

이제 남원 여행의 마지막 대미는 ‘남원추어탕’이 아니다. ‘새집추어탕’, ‘논두렁추어탕’, ‘현식당’ 등의 추어탕 맛집들이 천거동에 몰려 있지만 식도락가들은 남원흑돼지를 찾아 나선다. 지리산나들목 인근의 ‘고원흑돈’에서는 버크셔 순종 흑돼지의 여러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영농법인 지리산주식회사의 흑돈 판매 브랜드 ‘버크셔세상’이 운영하는 곳. 서울 강남의 ‘천지양’, 이태원의 ‘인스턴트 펑크’, 영등포의 ‘지리산참숯불구이’ 등이 이곳 흑돈으로 맛을 낸다. 일반 소비자들도 택배 주문이 가능하다. 삼겹살 100g 기준 2500원. 하정동의 ‘깜돈’에서도 지리산흑돼지 맛을 볼 수 있다. 운봉읍에 위치한 돼지고기 유통업체인 ‘토담향돈촌’의 흑돈 브랜드인 ‘토담흑돈’이 차림표에 나온다. 전 농협목우촌대표 양두진씨가 체인사업을 맡았다. 토담흑돈도 택배로 주문할 수 있다.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사육하는 고기는 육질이 쫀득하고 질이 좋다. 지리산 일대는 흑돼지 사육의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남원/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5월4일까지 ‘아스파라거스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카페 ‘드 셰프’에서 ‘메추리알, 석류, 자몽소스를 곁들인 가리비와 튀긴 아스파라거스’ 요리법을 보내왔다.

재료: 아스파라거스 3개. 밀가루 20g, 달걀 1개, 빵가루 30g, 가리비살 3개, 메추리알 2개, 버터 10g, 단맛의 비스킷(굵게 부스러뜨린 것) 5g, 소금과 후추, 자몽 1/2개, 레몬 1/4개, 겨자소스 5g, 꿀 5g, 소금, 후추, 석류 알갱이 조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조금.

만들기: <278A> 메추리알은 끓는 물에 약 90초 삶은 다음 얼음물에 식힌 뒤 껍질 깐다. <278B> 끓는 소금물에 약 30초 데친 아스파라거스는 얼음물에 식히고, 물기를 제거한다. <278C> 2의 아스파라거스 윗부분 1/4을 남기고 나머지 밑동을 밀가루에 묻힌다. 달걀 푼 물에 적신 뒤 빵가루를 입혀 튀긴다. <278D> 가리비살은 소금, 후추로 간하고 버터를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278E> 자몽, 레몬은 짜서 섞는다. 겨자소스와 꿀을 넣고 잘 섞은 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넣어 섞는다. 소금과 후추로 맛낸다. <278F> 접시 중앙에 과자 가루를 뿌린 뒤 튀긴 아스파라거스를 놓는다. 그 위에 가리비와 삶은 메추리알을 반 잘라 놓는다. <2790> 5의 자몽 드레싱을 뿌리고 석류 알갱이로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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