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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9 19:58 수정 : 2014.04.10 20:28

뮤지컬 배우 김호영.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스타 축제 사회자들

축제의 계절을 맞아 전문 진행자들이 바빠졌다. 대본 없는 무대의 스타들, 예술제와 지역제에서 잘나가는 축제 엠시 두 사람을 만나봤다.

퍼포먼스 진행자 뮤지컬 배우 김호영

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여린 미성으로 마이크를 잡자마자 너스레를 떨기 시작한다. “어머나 시상에, 저 근육 좀 봐. 나하곤 근본적으로 다른 애들이 있어.” 19금 공연 <미스터쇼>에서 진행을 맡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왼쪽 사진)씨가 진행을 맡으면 즐겨 취하는 방식은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전 항상 이런 반전을 즐겨요. 제 외모 자체가 남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잖아요. 패션쇼에서나 볼 것 같은 튀는 옷으로 나타나서 아줌마처럼 수다를 떨면서 축제를 찾은 관객들과 동질감을 느끼려고 해요.”

그는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기도 전인 2001년 국제청소년연극제에서 연극인 이윤표와 함께 공동 사회를 맡아 처음 무대에 올랐다. 그때 자신에게 진행자의 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단다. 그 뒤 하이서울 페스티벌, 성균관대 대학 축제, 해운대 여름 바다 축제 등 크고 작은 축제 무대를 쏘다니기 시작했다. 풍성한 바지나 실크로 만든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세요. 본능에 충실해. 와우!”

우리나라 축제 평균 수명 2년. 요즘 평범한 축제는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축제문화연구소 김정환 대표연구원이 2012년 헤아려보았더니 전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는 2467개였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이 대동소이한 게 문제. 그래서 축제의 주제를 내세운 공연이 트렌드가 됐다. 뮤지컬 배우는 그 사이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김호영씨가 생각하는 요즘 축제는 뮤지컬을 닮았다. “공식적인 행사는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지역 축제는 개그맨이 한다고들 생각해요. 뮤지컬 배우는 양쪽을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출연자가 안 올라와도 당황할 일이 없어요. 제가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무대를 만들어요.” 반전 무대를 즐기는 김호영씨가 즐겨 쓰는 방법은 축제가 템포를 잃어갈 무렵 노래로 무대를 장악하는 것이다. “제가 <왕의 남자> 원작 연극인 <이>(爾)에서 공길 역을 했다고 하면 관객들이 ‘어쩐지 쟤 목소리나 외모가 그럴 법하다’고 수군거려요. 그러다가 제가 연극의 주제가인 이선희의 ‘인연’을 부르면 삽시간에 조용해져요. 관객들이 내게 빨려 들어오는 듯한 순간이 닥쳐와요. 제게는 그때가 축제의 하이라이트예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축제 무대 60~70개에 올랐지만 그가 가장 인상깊게 담아둔 축제는 두가지란다. 하나는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열린 문화제, 다른 하나는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조수교회에서 열린 조수 비엔날레. “오늘 스님들 힘드셔서 어떡하지~” “지금 이 순간 박수친 자에게 하나님의 영광이 있을지어다” 이런 멘트를 날리며 법당과 예배당을 뒤집어 놓았다. 근엄한 자리, 경건한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도발하는 것, 그가 생각하는 진짜 축제는 이런 것이란다.

축제 전문 엠시 공주빈.

지역 축제 전문 엠시 공주빈

벚꽃이 바람에 섞여 비처럼 날리던 4월7일. 그날도 공주빈(35·오른쪽)씨는 무대에 섰다. 전남 영암왕인문화축제의 마지막 행사 불꽃놀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행사 진행 경력 17년차인 그가 가장 사랑하는 축제의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네 근심걱정은 저 불꽃에 활활 태우소서!” 신들린 듯 말이 터진다고 했다.

공주빈씨는 원래 목포문화방송 리포터였다. <생방송 화제 집중>, <전국 시대>, <투어 대한민국> 같은 프로그램에서 까불고 맛있게 먹고 억척스러운 사람으로 6년을 살았다. 브이제이 시대가 오면서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축제 진행자로 전업했다. 그는 처음 몇년은 “시작하겠습니다”와 “끝내겠습니다” 두가지 말만 해야 했다. 지금은 제주들불축제, 부산불꽃축제, 목포해양문화축제, 광주김치축제 등 1년에 200회 이상 크고 작은 무대에 서면서 하루에도 2~3번 자신의 말을 맘껏 털어내고 있단다. 지역 축제라 하더라도 1부는 보통 서울에서 내려온 개그맨이나 연예인들이 진행한다. 그다음에 등장하는 이들이 공주빈씨 표현대로라면 “축제 문지기 노릇을 하는” 지역 축제 사회자들이다.

축제 엠시는 말로만 해나갈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출연자들이 미처 도착하지 않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도 사회자들 몫이다. “그룹 에스지(SG) 워너비가 2시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혼자 무대에서 옷을 7번 갈아입으며 쇼를 한 적도 있어요. 풍선 아트도 하고, 왕자옷 입고 행진도 하고, 댄스스포츠도 하고, 5 대 5 가르마 하고 나와서 개그도 했어요. 요즘 잘 쓰는 방법은 음악 퀴즈예요. 노래를 부른 다음 이 노래가 누구의 노래냐 사설을 풀면 사람들이 귀를 쫑긋해요. 사회를 잘보려면 지역을 잘 알아야 해요. 저는 축제가 열리는 동네 슈퍼나 식당에 가서 동네 사람들과 한참 말을 섞죠.”

공씨는 고향인 전남 보성 득량역 앞에 옛날 물건과 가게를 재현한 ‘추억의 거리’라는 거리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제가 생각하는 요즘 축제의 트렌드는 산책이에요. 요즘 관객들은 무대만 쳐다보고 있기보다는 마음대로 걷고 사진 찍으며 자신들이 축제를 만들죠. 그래서 얼마 전엔 디제이처럼 신청곡과 사연 받으면서 축제를 진행해본 적도 있어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나 대화를 이어가는 게 지역 사회자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역시 말을 시작했다 하면 청산유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미스터쇼 프로덕션, 공주빈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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