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배우 김호영.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스타 축제 사회자들
축제의 계절을 맞아 전문 진행자들이 바빠졌다. 대본 없는 무대의 스타들, 예술제와 지역제에서 잘나가는 축제 엠시 두 사람을 만나봤다. 퍼포먼스 진행자 뮤지컬 배우 김호영 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여린 미성으로 마이크를 잡자마자 너스레를 떨기 시작한다. “어머나 시상에, 저 근육 좀 봐. 나하곤 근본적으로 다른 애들이 있어.” 19금 공연 <미스터쇼>에서 진행을 맡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왼쪽 사진)씨가 진행을 맡으면 즐겨 취하는 방식은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전 항상 이런 반전을 즐겨요. 제 외모 자체가 남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잖아요. 패션쇼에서나 볼 것 같은 튀는 옷으로 나타나서 아줌마처럼 수다를 떨면서 축제를 찾은 관객들과 동질감을 느끼려고 해요.” 그는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기도 전인 2001년 국제청소년연극제에서 연극인 이윤표와 함께 공동 사회를 맡아 처음 무대에 올랐다. 그때 자신에게 진행자의 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단다. 그 뒤 하이서울 페스티벌, 성균관대 대학 축제, 해운대 여름 바다 축제 등 크고 작은 축제 무대를 쏘다니기 시작했다. 풍성한 바지나 실크로 만든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세요. 본능에 충실해. 와우!” 우리나라 축제 평균 수명 2년. 요즘 평범한 축제는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축제문화연구소 김정환 대표연구원이 2012년 헤아려보았더니 전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는 2467개였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이 대동소이한 게 문제. 그래서 축제의 주제를 내세운 공연이 트렌드가 됐다. 뮤지컬 배우는 그 사이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김호영씨가 생각하는 요즘 축제는 뮤지컬을 닮았다. “공식적인 행사는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지역 축제는 개그맨이 한다고들 생각해요. 뮤지컬 배우는 양쪽을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출연자가 안 올라와도 당황할 일이 없어요. 제가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무대를 만들어요.” 반전 무대를 즐기는 김호영씨가 즐겨 쓰는 방법은 축제가 템포를 잃어갈 무렵 노래로 무대를 장악하는 것이다. “제가 <왕의 남자> 원작 연극인 <이>(爾)에서 공길 역을 했다고 하면 관객들이 ‘어쩐지 쟤 목소리나 외모가 그럴 법하다’고 수군거려요. 그러다가 제가 연극의 주제가인 이선희의 ‘인연’을 부르면 삽시간에 조용해져요. 관객들이 내게 빨려 들어오는 듯한 순간이 닥쳐와요. 제게는 그때가 축제의 하이라이트예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축제 무대 60~70개에 올랐지만 그가 가장 인상깊게 담아둔 축제는 두가지란다. 하나는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열린 문화제, 다른 하나는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조수교회에서 열린 조수 비엔날레. “오늘 스님들 힘드셔서 어떡하지~” “지금 이 순간 박수친 자에게 하나님의 영광이 있을지어다” 이런 멘트를 날리며 법당과 예배당을 뒤집어 놓았다. 근엄한 자리, 경건한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도발하는 것, 그가 생각하는 진짜 축제는 이런 것이란다.
|
축제 전문 엠시 공주빈.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