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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3 19:31 수정 : 2014.04.24 20:40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

[매거진 esc] 성석제의 사이(間) 이야기
제가 누구한테 이런 말발을
배웠겠습니까
바로 여러분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8박9일 동안 최고 가는 관광 코스를 다녀오셨어요. 만일에 중국에 올 기회가 단 한 번밖에 없다면 우리 윈난성을 선택하라고 합니다. 그만큼 윈난성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볼거리가 많지요. 아열대부터 설산까지 다 있으니까요. 물론 그걸 며칠 만에 갔다 오려니 피곤하기야 하시겠지요. 하지만 아침부터 그렇게 찡그린 얼굴로 앉아 계시면 곤란하죠.

여기는 푸얼차를 마시는 자립니다. 그것도 일반 중국인이나 외국 관광객은 맛보기 힘든 최고 등급의 푸얼차죠. 솔직히 가이드가 버스에 태워서 끌고 와서 할 수 없이 이 자리에 앉아 있다 하는 식으로 짜증을 내고 있는 게 제 눈에는 보입니다. 푸얼차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마실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받아들이기 싫은 사람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한테 세발자전거나 곰인형이 좋지, 그 아이를 천재로 만들어줄 선생님이나 다이아몬드가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먼저 한 잔씩 나눠드린 차를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돈 한 푼 안 받습니다. 색깔이 어떻습니까? 맛은 어떠세요?(“정말로 좋습니다” 하는 이구동성의 반응)

그 차가 맛이 좋다 하면 솔직히 여러분은 이때까지 푸얼차, 완전히 헛마셔온 겁니다. 정말 제대로 된 차가 어떤 건지 모르는 거죠. 그건 만들어진 지 5년 이하짜리 생차입니다. 다음 차를 드셔 보세요. 어떻습니까.(“맛이 보통은 넘는데요” 하는 조심스러운 반응)

지금 드신 차는 푸얼차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숙차입니다. 짚 맛이나 썩은 맛, 잡미가 남아 있을 겁니다. 물론 몸에 나쁘다거나 엉터리라는 건 아닙니다. 기본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럼 정말 좋은 차는 어떤 맛이냐. 아무런 맛이 없습니다. 향기도 없습니다. 무미, 무향이죠. 다만 뒷맛이 달게 돌아옵니다. 그걸로 좋은 차와 나쁜 차를 구분할 수 있지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생차는 커피처럼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셔야 합니다. 카페인이 많기 때문이죠. 숙차는 우려서도 마시지만 끓여서 마실 수 있습니다. 오래될수록 맛이 좋아지죠. 카페인이 전혀 없으니까요.

(손님 중 한 사람이 손을 들며 “정말 카페인이 없나요? 그렇다면 세계적인 발명인데요” 한다.)

아, 딱 잘라 말해 전혀 없습니다. 푸얼차는 5년 이상 숙성되는 과정에서 카페인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서 몸에 유익한 당 성분 이런 걸로 바뀝니다. 카페인이 없으니까 밤에 마셔도 잠자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차가 가지고 있는 좋은 성분은 다 가지고 있지요. 소화작용, 이뇨작용, 항암작용, 노화방지, 피부보호, 혈액순환 촉진, 콜레스테롤 감소, 혈압·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 성인병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여러분한테 제가 지금 공짜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를 드리는데 남이 하는 말을 쉽게 좀 믿지 마세요. 인터넷이고 뭐고 절대 믿으면 안 됩니다. 직접 경험한 걸 믿으세요. 제가 여기서 푸얼차만 13년간 다뤄온 사람입니다. 제 말이 맞지 어설프게 대충 아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무책임하게 써갈겨놓은 걸 믿겠습니까.

(손님이 끈덕지게 대꾸한다. “저 아는 사람은 다르게 이야기하던데요. 카페인 없다고 해서 많이 마셨더니 가슴이 막 뛰고 잠이 안 와서 혼났다고.”)

아, 그런 경우는 가짜를 마신 겁니다. 여기 보시는 것처럼 10년 된 숙차 진짜배기 하나를 가지고 녹차나 생차를 섞어서 세 개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베이징(북경) 같은 데서 여섯 배 이상 이익을 남길 수 있거든요. 그건 속아서 산 사람의 책임인 거죠.

푸얼차 좋은 건 알지만 만들어 마시기 힘들다고, 비싸다고 꺼리시는 분들 계십니다. 지금부터 제가 어떻게 푸얼차를 마시는지 설명을 드리지요.

자, 숙차는 카페인이 없기 때문에 끓여도 된다고 말씀드렸죠? 먼저 이렇게 적당량, 그러니까 어른 엄지손가락 삼분의 일 정도의 양을 덜어냅니다. 뜨거운 물로 한 번 씻어내지요. 차에 붙어 있을 먼지나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1.8리터 주전자 기준 6그램 이하를 넣어서 1분도 좋고 24시간도 좋고 계속 끓여서 드시면 됩니다. 다섯 주전자까지 끓여도 약효는 똑같습니다.

이렇게 끓인 차는 여름에 상온 상태에서 일주일은 갑니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더 오래가겠죠. 푸얼차는 진하고 연하고 차고 뜨겁고에 상관없이 쭉 마시면 됩니다. 잠자기 전에 우유를 1대1로 넣고 푸얼차라테를 만들어 마시면 수면제로 특효가 있습니다. 부작용 전혀 없고요. 푸얼차 끓일 때 생강을 20그램쯤 넣고 같이 끓이면 기관지 같은 호흡기관에 진짜 좋은 차가 됩니다.

이렇게 몸에 좋은 차를 만드는 과정은 어린아이도 할 수 있습니다. 이걸 어렵다고 하면 녹차, 커피, 코코아, 홍차, 두충차, 모과차, 생강차, 국화차, 대추차, 우롱차(오룡차), 철관음, 룽징차(용정차), 쥔산(군산) 침차 만들어 마시기는 훨씬 더 어렵지요. 인스턴트가 아닌 바에야.

떡으로 된 푸얼차는 보관하기도 쉽습니다. 그냥 냉장고 위에 올려놓으시면 됩니다. 가정집에서 제일 식품을 보관하기 좋은 데가 거기예요. 거기다 썩은 호박을 갖다놔도 일 년은 보관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왜 여러분이 여기까지 와서 푸얼차를 사야 하느냐. 원산지라서 그렇죠. 중국 사람들도 한국에 가면 꼭 인삼 사옵니다. 그게 싸고 좋아서만 그런 건 아닙니다. 원산지니까 그런 거죠. 여기서는 푸얼차 1킬로그램에 160만위안 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 사진 보이시죠? 신문에 난 사실입니다. 푸얼차 따는 나무는 백퍼센트 야생이고 교목이에요. 키가 10에서 30미터나 되죠. 재배를 해보려고 묘목을 키워봤는데 사람이 인공재배를 해가지고는 80센티미터 이상 자라지를 않습니다.

자, 이 차 덩어리 하나가 357그램인데 5년 된 겁니다. 이거 하나면 4인 가족이 석 달은 충분히 마십니다. 가격은 300위안입니다. 이건 만든 지 10년이고 500그램인데 1천위안밖에 안 합니다. 이건 13년 된 것으로 백퍼센트 유기농 차나무에서 딴 새순으로만 특별히 제조했고 1킬로그램이고 3천위안입니다. 이거면 4인 가족이 최소 3년은 마십니다. 이걸 사시면 이 두개를 함께 드립니다. 비싸다고요?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원산지의 정품 13년짜리 특제품을 한 달에 우리 돈으로 단돈 만원이면 마실 수 있는데도요? 가족이 없으신 분은 혼자서 10년도 더 드실 수 있지요. 아마 돌아가실 때까지 이렇게 귀한 푸얼차를 매일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거짓말하는 게 아닙니다. 최고급 푸얼차를 물 마시듯 마신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최고위 간부들, 부자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거 다 아시죠? 전세계에서 권력 있고 돈 많은 사람 수백만명이 매일 푸얼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한다하는 재벌들, 높은 사람들 다 이 차 사다가 드십니다. 그게 푸얼차가 어떤 차보다 사람한테 좋다는 명백한 증거죠.(“정말 말 잘한다” 하는 손님의 반응)

제가 누구한테 이런 말발을 배웠겠습니까. 바로 여러분,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가르쳐 주신 덕분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거기 사장님, 선생님도요? 감사합니다. 정말 이번 여행에서 본전을 한 방에 뽑을 좋은 선택 하신 겁니다. 거기 카페인 선생님, 그냥 돌아가셔도 좋습니다만 나중에 이런 기회가 절대 다시는 없다는 건 꼭 알아두시고. 예, 예.

성석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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