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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3 19:39 수정 : 2014.04.24 20:39

<김창렬의 올드스쿨>

[매거진 esc] 김훈종의 라디오 스타

라디오센터 사무실 한쪽 벽면에 커다란 화이트보드 하나가 걸려 있다. 거기엔 <김창렬의 올드스쿨>, <두시탈출 컬투쇼> 등 파워에프엠 주요 프로그램 이름이 적혀 있고, 프로그램마다 이번주 초대 손님과 코너 이름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화이트보드만 슬쩍 훑어봐도 일주일 동안 파워에프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간 이 화이트보드는 백지처럼 텅 비어 있었다. 고정 코너, 게스트 초대는 모두 취소됐다. 모든 프로그램은 오롯이 위로의 노래와 사연만 가지고 일주일째 생방송중이다.

라디오는 그 어떤 미디어보다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민감한 매체다. 청취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일이 라디오 디제이의 업이다. 뉴스 앵커가 냉정한 표정으로 사실을 전달할 때, 디제이들은 열정을 품고 청취자의 마음에 안테나를 기울인다.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올드스쿨> 디제이 김창렬은 일주일째 말이 없다. 광고방송이 나갈 때면 스튜디오 부스 밖으로 나와 제작진과 농담을 주고받던 쾌활하고 장난기 가득했던 그는 요즘 라디오 부스에 늘 멍하니 앉아 청취자 사연만 바라보며 침울해하고 있다.

지난 17일 김광석의 ‘기다려줘’란 신청곡을 띄우며 한 중년 청취자의 문자 사연을 소개하다가, 결국 그는 감정에 북받쳐 생방송 도중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사연은 이러했다. “창렬씨, 고2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그냥 이유 없이 눈물이 났어요. 딸아이는 아무 말 없이 저를 꽉 안아주더라고요. 요즘 정말이지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너무도 부끄러워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제발,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게 함께 기도해줘요.”

<김창렬의 올드스쿨>을 왜 듣느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그의 활기찬 에너지 덕분에 피로를 풀어버린다’면서 그의 파이팅을 칭찬한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담당 피디로서 지켜본 디제이 김창렬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공감 능력’이다. 청취자에게 진심을 던지고, 진심을 받는다. 이런 사건(?)도 있었다. 한 여성 청취자가 유방암을 이겨낸 4년 세월 동안 자신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지켜준 남자친구에게 띄우는 프러포즈 사연을 보내왔다. 역시나 채 몇 줄도 못 읽고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뭐 여기까지는 감성 풍부한 라디오 진행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디제이 김창렬은 달랐다. 청취자와 전화로 인터뷰를 하다가 “두 분이 결혼을 한다면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해 가을, 그는 대학 축제 행사와 각종 콘서트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빡빡한 일정을 쪼개 디제이 디오시 멤버들까지 데리고, 먼 지역까지 찾아가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잔인한 4월이 지나고, 또 몇 주가 지나면 비었던 화이트보드가 점차 게스트들의 이름과 코너명으로 빽빽하게 채워질 것이다. 디제이 김창렬도 “함께해요!”를 다시 외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라디오국은 일상을 되찾겠지만 이번 사고 희생자 가족들이 잃어버린 것은 결코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온다.

김훈종 SBS 라디오 피디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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