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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풋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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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타일
노출의 계절, 건강하고 아름답게 발 관리하는 법
남자의 집에 간 여자가 끈끈이 쥐덫을 밟았다. 간신히 끈끈이판을 발바닥에서 떼어낸 여자, 화장실 변기 위에 걸터앉아 수세미로 발을 닦기 시작한다. “이걸로 문지르면 잘 닦여요.” 남자가 콩기름을 건넸다. 콩기름을 발에 바르는 여자를 남자가 흘끔 쳐다본다. 그날 밤, 남자는 여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섭고 화끈하고 재밌는데 열라 우아해. 심지어 발도 예뻐. 여자 발에 꽂혔다면 이상한 거야?”
스무살 남자(유아인)와 마흔살 여자(김희애 )가 주인공인 제이티비시 드라마 <밀회>의 한 장면이다. 남자가 자신의 발을 “예쁘다” 느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혼자 있던 여자는 슬쩍 자신의 맨발을 바라본다. 여기서 슬그머니, 시청자들도 자신의 발을 바라보게 된다. “심지어 발도 예뻐.” 말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괜히 발뒤꿈치 각질을 손가락으로 비벼보고 깨진 발톱을 만져본다. 발, 발이라….
샌들과 슬리퍼의 계절이 다가온다. 양말 속 발이 빛 볼 날 머지않았다. 긴급 조치로 발톱에 색칠해봤자 눈 가리고 아웅. 겨우내 발톱 무좀, 각질, 굳은살이 점령한 발을 가릴 길이 없다. 하이힐 위에서 고생한 발이라면 어느새 발가락이 휘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불편한 신발을 신고 다니느라 절뚝대거나 밴드를 덕지덕지 붙였다면 그 어떤 치장도 빛나지 않는다.
발만큼 건강해야 예쁜 부위가 또 있으랴. 주인을 잘 만난 발은 나이와 관계없이 부기가 없고 보들보들하다. ‘건강한 발’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은 “제대로 닦고, 바르고, 만져라”라고 조언한다. 발을 가꿔 내 몸을 관리하고 나아가 스타일까지 살리는 비법을 정리했다.
거품내서 구석구석 닦아라
잘 닦는 일이 첫번째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수세미를 들 필요는 없다. 우선 화장실로 가서 미지근한 물을 세숫대야에 받는다. 발을 담그고 발의 긴장을 풀어준다. 일산병원 족부클리닉은 “발 관리의 기초는 우선 발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를 청결하게 씻어야 한다”고 안내한다.
발은 하루 종일 양말과 신발에 갇혀 있다. 신발 속 온도는 섭씨 27.5도, 25만개의 땀샘에서는 온종일 한 컵 분량의 땀이 분비된다. 세균 번식이 쉬운 환경이니 발을 씻을 때는 비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발 전용 세정 제품도 있다. 티타니아에서 나온 ‘발 샴푸’는 세정 기능에 유·수분 공급 기능을 더해 씻고 나면 보드라운 느낌이 남는다. 그라피코의 ‘풋메디’는 ‘발 전용 비누’로 남성용(민트향)과 여성용(복숭아향)으로 따로 나왔다. 그물망에 비누를 넣어 발에 문지르면 거품이 풍성하게 난다.
각질 제거 용품을 사용할 때는 발 전체가 아닌 해당 부위에만 발라주는 것이 좋다. 유한양행의 발 관리 브랜드 나인풋은 2주에 한번 사용하는 각질 관리 제품인 ‘풋 스크럽 워시’와 전용 버퍼인 ‘풋 파일’을 판매한다. 각질 제거에 제품을 사용할 경우 자연스럽게 벗겨지는 부분만 문질러 닦아내는 것이 좋다. 손톱깎이나 가위로 벗겨내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족욕은 발 건강에 좋은 취미다. 최근에는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족욕 전용 입욕제는 물론 차 마시며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여럿 생겼다. 서울 안국동과 압구정에 있는 ‘티테라피’(02-518-7506)에서는 수제 한방차를 마시며 한약 성분의 족욕제를 이용할 수 있다. 제주 올레길이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에는 효소발효 음료를 마시며 족욕을 하는 ‘릴렉스&쉼팡 족욕카페’(064-794-8859)가 있다.
청결이 첫번째 조건
각질제거 용품은
해당 부분에만 사용해야 ‘국내 발관리사 1호’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김수자 전 수원여대 교수는 “자기 전에 로션이나 발 크림으로 발 마사지를 하는 일은 ‘오늘 하루 내 하중을 싣고 돌아다니느라 애썼다, 고맙다’는 인사”라며 “발끝에서 심장 방향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뭉친 근육이나 막힌 혈관을 풀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성인이 하루 5000~8000 걸음을 걷는 만큼 매일 풀어주는 것이 좋다. 너무 바빠서 발을 돌보지 못해왔다면 지압봉을 이용해서 둘째, 셋째 발가락 아래 움푹 들어간 발바닥 부분인 ‘용천’ 부위를 지그시 눌러주는 것이 좋다. 눌렀는데 많이 아프다면 그만큼 발을 많이 혹사했다는 신호다. 4초씩 5번 정도 눌러준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풀어주고 발등을 쓸어올리고 발바닥과 종아리를 두들겨주면 좋다. 자기 직전 팔과 다리를 하늘로 향해 털어주는 자세도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이런 자세를 ‘모관 털기’라고 하는데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톱스타인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가 즐겨 하는 운동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발이 붓지 않고 혈액 순환이 잘되게 하는 ‘만지기’ 단계는 우리 몸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수자 전 교수는 “발바닥 가운데 아치 부분에 주름이 많고 발등에는 부기가 없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발이 건강한 발”이라고 말했다. 날씬한 발이 예뻐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사진 더풋샵,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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