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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30 19:48 수정 : 2014.05.01 15:55

적멸보궁 순례길을 만든 신용자씨

[매거진 esc] 적멸보궁 사찰 탐방

“차를 타고 순례하는 이들은 많죠. 선인들 오가던 옛길을 이용한 적멸보궁 순례길을 만들면 좋겠다 싶어 탐사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국내 5대 적멸보궁 사찰 중 경남 양산 통도사를 제외하고, 강원도내 4대 적멸보궁 사찰을 잇는 옛길을 찾아내 처음으로 ‘옛길 따라가는 적멸보궁 순례길’(적멸보궁 팔백리길)을 완성한 신용자(62·사진)씨. 신씨는 2년 전인 2012년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설악산 봉정암에서 평창 오대산 상원사, 정선 태백산 정암사, 영월 사자산 법흥사를 최단거리로 잇는 산길·마을길을 뒤져내, 324㎞에 이르는 순례길을 마련했다. ‘길미녀’(길에 미친 여자)로 불리는 그는 강원도내 옛길을 찾아내 답사해 온 여성 옛길 탐사 전문가다.

“고서적과 선인들 여행기, 지명유래집과 고지도 등을 참고해 옛길을 찾았는데, 무엇보다도 직접 옛길을 오가던 마을 어르신들의 생생한 증언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혼자 걷기도 했고, 때로는 남편과, 때로는 지인 서너명과 함께 거의 매주, 주말을 이용해 하루 20㎞ 안팎의 산길·마을길을 걸어서 답사해 리본 달기 작업을 했다. 주민들이 알려준 옛 지명도 확인하고 기록했다. 신씨가 보여준 5만분의 1 지도 복사본들엔, 몇번씩 지우고 다시 표시한 코스들이 많았다.

“분명히 있어야 할 옛길이 몇번을 오가도 안 보일 때 가장 힘들었어요. 나중에 코앞에 두고 헤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게 여러번이지요.”

신씨가 탐사한 길들은 주민들이 대를 이어오며 장 보러 오가고, 땔감 구하러 또 약초 캐러 넘나들던 산길·강변길·고갯길 들이다. 신씨는 “어르신들의 기억 그대로, 수십년간 인적이 끊긴 옛길이 산자락에 남아 있는 것을 찾아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옛날 스님들이 적멸보궁 사찰 순례를 했다면, 아마 대체로 제가 걸었던 코스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신씨는 조만간 전체 구간을 다시 답사할 계획이다. 현재 ‘총 17박 18일 코스’로 잡은 순례 일정이, 하루 20~30㎞를 걷는 구간이 있는 등 빠듯해 일정을 늘리고 구간을 짧게 세분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0여%에 이르는 찻길 구간도 줄이고, 일부 탐방이 금지된 구간을 에둘러 가는 옛길도 확정할 생각이다.

“번뇌를 내려놓고 마음을 다스리며 걷는 옛길입니다. 부디 누구나 순례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자체나 불교단체 등에서 탐방로 팻말 설치작업을 해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마친 셈”이라는 신씨는 적멸보궁 순례길을 걸으며 기록한 내용을 정리하고,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 주변 옛길까지 곁들여 올가을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둘레길·올레길 걷기 열풍이 이어지는 요즘, ‘옛길 따라가는 적멸보궁 순례길’은 뚜벅이족의 새 도전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춘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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