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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부문 최우수상 수상자 전수만씨의 작품. ‘학생사회는 아직도 겨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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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사진
제1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수상작과 주요 출품작 지상전시…6월2일까지 토포하우스서 전시회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의 추억 저편에는 매주 발간되던 대학신문을 편지지로 돌돌 말아 친구에게 보낸 기억이 있다. 편지지에는 때로 꽃분홍색의 감정이 담기기도 했다. 대학신문의 낭만이다. 대학신문은 당대의 치열한 사회이슈와 학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학생다운 열정으로 심도 깊게 다룬 언론이었다. 1987년 6·10민주항쟁이 벌어진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뿌연 연기를 뚫고 학보사 사진기자는 셔터를 눌렀다. 학내민주화투쟁에서도 진실을 알리고자 펜대를 놓지 않았다. 대학언론은 지성의 바로미터이자 예비언론인들에게 수련의 장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사와 청암언론문화재단은 대학신문에 활기를 불어넣고 기자정신을 높이려는 취지로 ‘송건호 대학사진상’을 제정했다. 고 송건호(1927~2001) 선생은 존경받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언론인이며 한겨레신문사 초대 사장을 역임했다.
지난달 30일에 마감한 제1회 사진공모전에서 총 5점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보도부문 최우수상에는 서울대의 전수만씨가, 우수상에는 부산대 정민진씨와 중앙대의 최아라씨가 선정됐다. 생활부문은 최우수상에 카이스트 양현우, 우수상에 서울여대 이혜란씨가 선발됐다. 사진가 한금선씨와 한겨레신문사 사진부 이정용 기자가 출품작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심사에 참여한 한금선씨는 “많은 사진이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서 수상작 선정에 고심했지만 그중에서도 사진적 접근과 내용이 잘 결합돼 대상을 정확하게 표현한 사진을 골랐다”고 선정기준을 밝혔다. 이정용 기자는 “사진에 담긴 대학생다운 시선에 주목했다.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이미지 전달도 창조도 쉬워졌다. 아마추어라지만 프로 수준에 준하는 작품이 많았다”고 심사 소감을 말했다. 전수만씨는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총학생회장 선거 유세 현장을 망원렌즈를 적절히 사용해 표현했다. 한금선씨는 “불편하지만 직시해야 하는 대학의 현실을 잘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라이벌 대학과의 농구경기에서 승리를 쟁취한 순간을 찍은 양현우씨의 작품에 대해서는 이정용 사진기자가 “대학생활의 참신하고 발랄한 표정을 잘 담았다”고 덧붙인다. 아쉽게도 수상은 못했지만 내용이 훌륭한 작품 21점이 수상작들과 함께 6월2일까지 ‘토포하우스 아트센터’(서울 관훈동)에서 전시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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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부문 우수상 수상자 최아라씨의 작품. ‘흑석동의 빛과 그림자’. 도시개발로 월세가 올라 더 허름한 곳으로 자취방을 옮기는 학생들의 상황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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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부문 우수상 수상자 정민진씨의 작품. ‘왜 죄없는 주민들을 쓰러뜨리나’. 밀양송전탑건설 항의 현장.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이 탈진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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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간 기자, 텅 빈 유세장
보도부문 최우수상 서울대 전수만씨
“하루에 400~500장을 찍어요.” 서울대 <대학신문>의 사진기자인 전수만(25)씨는 4학년인데도 카메라에 매달려 산다. 학보사 사진 취재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취재한 내용이 한 장의 사진으로 인쇄되면 뿌듯하다. “김금화 무당과 줄타기 명인 김대균 선생님을 찍은 일은 잊지 못합니다.” 인간문화재 기획기사로 시작한 취재였지만 인생의 큰 가르침을 얻었다. “줄타기는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균 선생님은 자신의 길에 확신과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의 날카로운 카메라는 대학 현실에 눈을 돌렸다. “예전보다 학생회나 학생자치활동에 관심이 없어요. 대학을 둘러싼 사회의 변화도 한 이유겠죠. 이러다 보니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창구가 계속 좁아지고 있어요.” 그는 몇 년 전 역대 최저 투표율로 학생회장 선거가 무산된 뒤 재선거 실시를 앞두고 있는 유세장을 찾았다. 짐작대로 학생들은 무관심하게 지나갔고 그는 셔터를 눌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이 왔다는 사실이 안타깝죠. 결국 손해나 피해는 학생 자신이 입는 거예요.” 그 사진은 제1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보도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상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부모님이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보도사진은 정확한 목적성을 띠고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시각언어로 진실을 보여줘야 하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수상의 기쁨을 말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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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부문 최우수상 수상자 양현우씨의 작품. ‘양보 없던 농구대결 “우리가 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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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부문 우수상 수상자 이혜란씨의 작품. ‘어깨에 쌓인 씁쓸한 기대감’. 군입대를 앞둔 남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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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박다빈씨의 작품. ‘정화’. 태안의 청포대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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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배상재씨의 작품. ‘아이들이 받은 것은 선물 아닌 희망’. 경희대 학생들의 ‘사랑의 몰래산타’ 행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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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보다 먼저 눈길 가는 게 사진의 매력”
생활부문 최우수상 카이스트 양현우씨
카이스트 대학원 1학년인 양현우(22)씨는 사진과는 거리가 먼 화학이 전공이다. “학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카이스트신문>에 사진기자로 문을 두드린 이유다. 학부 2학년 때부터 교정을 누비면서 셔터를 눌렀다. 그는 학내시위같이 갈등이 맨살로 드러난 현장도 찍었지만 평범한 주변인들의 인물사진에도 애정을 담아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은 글과 다르게 현장의 모습을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점이 좋아요. 글보다 더 눈길이 가잖아요.” 그는 몇 초도 안 되는 찰나를 프레임에 넣는 데 재주가 용하다. 몇 년 전 10년간 이어진 포항공과대학교와의 라이벌전에서도 그의 능력은 진가를 발휘했다. 긴박한 농구경기가 펼쳐진 코트. 카메라를 들고 시시각각 변하는 점수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우리가 이기는 순간을 찍고 싶었어요. 상대팀은 매우 침울할 건데 그것도 같이 프레임에 넣으려고 생각했지요.” 그의 예상은 적중해서 카이스트는 환호했고, 포항공대는 침울했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잽싸게 셔터를 눌렀다. “선수들이 본인들의 심정을 잘 드러냈다고 말해줘서 기뻤어요.” 대학생다운 재기발랄함과 뜨거운 청춘의 입김이 프레임에 담겼다. 당시 1면에 실렸던 이 사진은 제1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생활부문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제는 기자로서 사진기는 내려놨지만 관심과 애정마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사진)제보도 할 생각이고요, 행사 사진 등 더 다양한 사진을 계속 찍을 겁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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