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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28 19:23 수정 : 2014.05.29 16:59

우포늪에서 만난 중대백로.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가볼 만한 습지 4곳
경치 좋고 숲길 좋고 배울 것 많은 국내 대표 습지들

원시림 가까운 숲의 매력
울주 무제치늪
늪지 감싼 수련 제철인
태안 두웅습지

습지(늪)는 다양한 생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다. 사람이 손대지 않으면 생물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스스로 그렇게 되는’(自然) 생명의 땅이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내륙습지·연안습지·인공습지들이 ‘람사르습지’에 등록돼, 보전되고 있다. 람사르습지 목록에 이름을 올린 국내의 습지 중 어렵지 않게 탐방이 가능한, 경치 좋고 숲길 좋고 배울 것 많은 습지 몇 곳을 둘러봤다.

무제치늪 가는 숲길.
울주 무제치늪 울산광역시 정족산(700m) 자락,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일대에 펼쳐진 산록 습지다. 주변 주민들이 가물 때 늪에서 ‘무우제’라는 기우제를 지냈던 데서 무제치란 지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빗물로 유지되는 습지로, 현재는 습지의 수량이 매우 적다. 이 습지의 주요 볼거리인 끈끈이주걱, 꼬마잠자리도 제철(여름)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무엇보다 원시림에 가까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오솔길 탐방로가 아름다운 곳이다. 무제치늪은 6000년 전에 형성된 4개의 고층자연습지(제2늪 1만년 전 형성)로 이뤄졌다. 멸종위기종 2급인 꼬마잠자리를 비롯한 200여종의 곤충류와 이삭귀개·땅귀개 등 260여종의 습지식물이 살고 있다.

1늪까지 5분, 2늪까지는 다시 10분쯤 숲길을 걸으면 된다. 가장 넓은 1늪에 전망대(나무데크)가 설치돼 있고, 서식 동식물에 대한 설명판도 세웠다. 밧줄을 쳐놓아 늪 안쪽으론 들어갈 수 없다. 2늪에도 밧줄을 쳐놓았으나, 전망데크는 없다. 3늪, 4늪은 밧줄을 쳐놓지 않았지만, 늪지의 수량은 더 말라 있다. 1늪의 일부 물 고인 곳 주변엔 소금쟁이들과 산개구리, 실잠자리, 도롱뇽 알 등이 보였다. 빗물이 어느 정도 고이는 6~8월이 탐방 적기일 듯싶다.

무제치늪으로 가려면 보쌈마을(보삼마을)을 지나야 한다. 이 마을은 나름대로 이름난 영화 촬영지다. <뽕> <앵두> <씨받이> <변강쇠> 등 비슷한 계열의 영화들이 촬영된 곳이다. 울산 하늘공원(묘원) 부근 영암사에 차를 대고 한시간쯤 걸어오르면 무제치늪 감시초소가 나온다. 차단기가 열려 있다면 초소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태안 두웅습지의 수련.
창녕 우포늪 인제 대암산 용늪에 이어 두번째로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습지다. 탐방객들이 우선 규모(습지보호지역 8.547㎢, 담수지역 2.313㎢)에 놀라고, 다양한 생물종에 놀라고, 그 방치된 아름다움에 또 놀라게 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 늪이다. “담수 면적이 약 70만평, 축구장 210개 넓이이고요. 겨울철에 날아오는 철새만 160여종에 이릅니다. 식물종은 국내 종의 70%가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지요.”(김군자 우포늪 해설사)

봄엔 신록과 야생화, 여름엔 마름·개구리밥·가시연꽃 등으로 덮이는 습지 풍경, 가을이면 단풍과 새벽 물안개, 그리고 겨울엔 무수히 날아드는 철새 등으로 사철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포늪은 창녕 열왕산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다 낙동강과 합류하는 토평천 물줄기에 6000년 전쯤 형성됐다고 알려진다. 일부에선 주변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을 들어, 1억4000만년의 유래를 지녔다고 보기도 한다. 우포늪이란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 습지는 소벌(우포)을 비롯해, 나무벌(목포)·모래벌(사지포)·쪽지벌 등 4개의 대형 늪으로 구성돼 있다. 습지 주변은 람사르습지 지정 전까지 주민들이 농경지로 이용해 왔던 곳이다.

탐방로는 초입의 시멘트길(옛 농로)에 이어, 물가로 이어지는 널찍한 흙길, 물억새·사초 무리 우거진 오솔길, 물가를 벗어난 숲길 등 다양한 길들이 이어진다. 주차장이 있는 생태관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3개 코스(30분 1㎞, 1시간 2.5㎞, 3시간 8.4㎞)와, 나무벌(목포) 쪽을 따로 둘러보는 2시간짜리 코스(4.8㎞) 등 4개의 탐방코스가 마련돼 있다. 13명의 해설사가 안내소에 교대로 근무하며 하루 3차례(오전 10시30분, 오후 2시, 3시) 해설을 진행한다.

개별적으로 둘러볼 요량이라면, 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들고, 소벌(우포) 습지를 한바퀴 도는 3시간짜리 탐방코스를 걸어볼 만하다. 주말이면 탐방 인파가 몰리므로, 한적한 산책을 바란다면 이른 아침을 선택해야 한다. 일부 구간이지만 자전거를 빌려 타고 둘러볼 수도 있다. 2시간 3000원.

강화 초지리 매화마름군락지와 매화마름.
강화 초지리 매화마름군락지와 매화마름.
태안 두웅습지 차량으로 습지 가까이까지 다가갈 수 있는 곳이다. 사막 지형으로 이름난, 태안군 신두리 사구(천연기념물) 해안 가까이 형성된 ‘사구배후습지’다. 굴곡 심한 해안의 앞쪽에 모래가 쌓이면서 사구지대와 내륙 산지 사이에 민물이 고이면서 형성된 습지다. 길이 200m, 폭 100m가량의 두웅습지는 약 4500~7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잠시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동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식물 311종, 육상곤충 110종, 어류와 양서류 20여종이 살고 있는데, 금개구리·표범장지뱀 등 희귀종도 다수 포함돼 있다.

요즘 볼거리는 늪을 수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수련들이다. 붕어마름·애기마름 깔린 늪 일부를 수련들이 메우고 있다. 늪 주변의 모래밭에선 개미귀신이 파놓은 모래함정(개미지옥)들을 볼 수 있다. 개미귀신은 명주잠자리의 유충이다. 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탐방하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강화 초지리 매화마름군락지 국내에서 가장 규모 작은 람사르습지다. 초지리 도로변의 3000㎡ 넓이의 논이다. 경지 정리로 멸종위기에 처한 매화마름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주민을 설득하고 성금을 거둬 확보한 습지다. 매화마름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 수생식물로, 꽃은 물매화를 닮고 잎은 붕어마름을 닮아 매화마름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옛날엔 논 어디서나 볼 수 있었으나, 농약·비료 사용과 오염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이다. 4~5월에 지름 1㎝가 채 안 되는 하얀 꽃을 피운다.

초지리 매화마름은 지난 5월 중순 한창 만개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워낙 작은 꽃들이 논바닥 가까이 붙어 있어, 자세히 들여다봐야 꽃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도로 옆 군락지와 논(수로) 사이에 짤막한 탐방로를 마련해 놓았다. 도로가 좁아 차는 초지삼거리 주변에 주차해야 한다.

이밖에 순천과 보성 벌교의 갯벌, 고창·부안 갯벌, 제주 동백동산 습지와 물장오리 습지 등도 탐방하기 좋은 람사르습지들이다. 대암산 용늪과 오대산 고산지대 습지 등은 훼손 우려로 일반인 탐방을 금지하고 있다.

창녕·울산·태안·강화/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람사르습지는?

람사르협약은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 보호에 관한 협약’이다. 1971년 이란의 해안도시 람사르 회의에서 채택돼 람사르협약이라 부른다. 람사르습지란 물새 및 생물종 다양성을 위해 람사르협약에 근거해 등록·지정 보호하는 습지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람사르협약에 가입해 인제 대암산 용늪을 람사르습지로 처음 등록한 이래 2012년 말 현재까지 창녕 우포늪, 울주 무제치늪, 신안 장도습지, 태안 두웅습지, 제주 물영아리오름, 전남 무안갯벌, 순천만·보성갯벌, 강화도 초지리 매화마름군락지, 오대산 질뫼늪·소황병산늪·조개동늪, 제주 물장오리오름, 충남 서천갯벌, 한라산 1100고지 습지, 고창·부안갯벌, 제주 동백동산습지, 고창 운곡습지, 신안 증도갯벌, 그리고 2012년 등록한 서울 한강 밤섬 등 모두 18곳의 습지를 등록해 보호하고 있다.(지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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