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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28 19:25 수정 : 2014.05.29 17:00

경남 김해 화포천 습지생태공원 탐방로에서 바라본 습지. 습지 가까이 다가가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김해 화포천 탐방

김해 대암산에서 발원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화포천은 10년 전만 해도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했다.
5년간의 지킴이 노력으로 50년 전 모습을 되찾은 이곳은 이제 한반도의 배꼽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생태의 보물창고로 변신했다.

물기 축축한 곳, 물에 일정 기간 젖어 있거나 잠겨 있는 땅이 ‘습지’다. 얼핏, 물빛 탁하고 수초 우거져 음습해 보이지만, 촉촉하게 또 흥건하게 젖은 이곳이야말로 생명의 원천이요, 생태의 보물창고다. 늪이나 갯벌 등 동식물 먹이사슬이 순조롭게 유지되고 굴러가는 건강한 생태습지들에서는 애벌레·어른벌레가 마음껏 꼬물거리고, 개구리도 새들도 목청껏 우짖는다. 국내 여행지 갈 만한 데 없다 없다 하시는 분들, 이맘때 가족끼리 연인끼리 손잡고 찾아가 거닐어볼 만하다. 물방개·소금쟁이, 실잠자리·물잠자리, 노랑어리연·가시연 들이 살아가는 모습 곁눈질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석 같은 우리나라 습지들의 경관과 생태에 감동먹지 않을 수 없으리라. 때는 마침, 풀도 나무도 연초록 새잎 달고 한바탕 우거져 싱그럽게 빛나는 늦봄이니 이보다 더 아름다울 데가 있을까. 경남 김해시의 화포천 습지가 그런 생태습지 중 한 곳이다.

화포천. 쓰레기장에 가까운 늪지대였다가 생태습지로 되살아난 곳이다. 김해 대암산에서 발원해 13개의 지천을 아우르며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국내 최대의 하천형 배후습지로 꼽히는 곳(습지 길이 8.4㎞)이다. 10년 전만 해도, 주변 공단에서 흘러온 오폐수에 비닐봉지들과 페트병·폐타이어에서부터 폐냉장고까지 쓰레기하치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5~6년 전부터 자원봉사단체인 ‘화포천 지킴이’ 회원들의 노력으로 쓰레기는 말끔히 치워지고 습지는 50~60년 전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공단서 흘러온
페트병·폐타이어 등 가득
지금은 수달·삵·귀이빨대칭이 등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600여종 동식물의 삶터로

5년 전 이맘때,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쓰레기 수거와 생태습지 공원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다섯번 새봄이 바뀐 뒤 지난 주말 다시 둘러본 화포천 습지는, 온갖 생명들이 저마다 한세상 만들고 우거져 ‘살만한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물길을 넘나들며 산책할 수 있는 탐방로와 쉼터를 갖춘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이 조성됐고, 공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생태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생태학습관도 마련됐다.

“수달·삵·귀이빨대칭이·노랑부리저어새 등 멸종위기종 10여종을 포함해 600여종의 동식물이 화포천 습지에 살거나 찾아오고 있습니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정민정 사무국장은 “해마다 새로운 멸종위기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는 화포천 전체 생태계가 갈수록 건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주변 마을 주민들이 쓰레기를 줄이고, 친환경 쌀을 생산하기 위해 논에 비료·농약을 안 쓴 덕이다.

2.995㎢에 이르는 전체 습지 중 1.59㎢에 조성된 생태공원은 노랑부리저어새뜰·노랑어리연꽃뜰·창포뜰·물억새뜰·큰기러기뜰·퇴래뜰 등 여섯 구역으로 나뉜다. 이맘때 방문객 발길이 가장 많이 이어지는 곳이, 노란 연꽃이 한창 꽃잎을 열기 시작한 노랑어리연꽃뜰 탐방로다. 갈대·물억새와 버드나무들 무성한 물길을 나무다리로 넘나들며 습지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코스다. 길이 2㎞에 불과하지만, 쉬엄쉬엄 경관 감상하고 꽃이며 수서곤충들 관찰하며 걷노라면 1~2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왼쪽부터) 털갈퀴덩굴. 벌사상자.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노랑어리연. 여왕벌을 따라 분봉한 벌들이 버드나무 가지에 붙어 있다.
탐방로 곳곳에 그 구간에 자라고 서식하는 동식물들의 특징 설명과 사진을 곁들인 팻말을 세워놓아, 예습 없이 찾아가도 깊이있는 자연학습을 할 수 있다. 물가와 수면 일부를 덮은 식물은 대부분 물억새와 갈대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잎이 가늘고 흰 잎맥이 도드라진 게 물억새요, 잎이 넓고 부드러운 게 갈대다. 물가에 울창한 숲을 이루며 들어찬 나무는 버드나무들이다. 정 사무국장은 “버드나무가 번성한다는 건 습지의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먼 훗날엔 이곳 습지도 점점 줄어들어 마른 들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 탐방로의 가장 큰 매력이 습지 가까이서 다양한 생명들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무데크 옆 물가의 풀잎을 뒤집어보니 빨간색 알들이 붙어 있다. “왕우렁이의 알입니다. 논우렁이는 알을 몸속에서 부화시켜 새끼를 낳지만, 왕우렁이는 직접 알을 낳아 식물에 붙이죠.”

부엽식물인 마름이 뒤덮인 수로를 빛나게 하는 것이, 이제 한창 피어나기 시작한 노랑어리연꽃 무리다. 작고 아담한 꽃이어서 멀리서 보면 볼품이 없어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노란 꽃잎 둘레에 무수히 솜털들이 돋은 어여쁜 모습이다. 물가를 벗어난 탐방로에선 보라색 꽃송이들이 아름다운 지칭개 무리와 털갈퀴덩굴, 희고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넓적한 큰 꽃처럼 보이는 사상자, 파랑·하양 등 다양한 빛깔의 수레국화, 흰 개망초꽃 같은 다채로운 토종 및 귀화종 식물의 꽃들을 만날 수 있다. 꽃들은 벌과 곤충들의 식탁이 되고, 식물들 줄기와 잎은 실잠자리, 노린재 들의 쉼터가 된다.

습지를 오가며 물고기잡이에 나선 흰 중대백로와 회색 왜가리들 사이에서 유난히 큰 몸집의 흰 새를 발견했다면, 황새(멸종위기종 1급)라고 보면 된다. 2년 전 일본에서 부화시킨 새로 지난 3월 스스로 화포천으로 찾아들어 살고 있다고 한다. 버드나무숲에서 “개개개 비비비” 요란하게 우짖는 개개비 소리나, 참붕어 등 물고기들이 뒤치며 수초 휘젓는 소리는 일부러 듣지 않아도 탐방하는 내내 귓전에 맴돈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hwapo.gimhae.go.kr)에 예약하면 가족 단위 대상 ‘주말 가족 화포천습지 생태관찰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1인당 주중 3300원, 주말 5500원) 생태공원에서 양성한 생태지도사들이 매달 주제를 달리해,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습지생태 관찰·체험을 이끈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옆 봉하마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와 묘소가 있다. 그가 대통령 퇴임 뒤 꾸던 꿈 중 하나가, 화포천 일대를 “대규모 청정 환경생태학습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화포천 주변은 노 전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쓰레기 줍고 청소하며 산책하던 곳이다.

그의 꿈은 이제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가 어릴 적 깃들어 살던 화포천이 아름다운 옛 모습을 되찾았고, 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도 마련됐다. 내년 말까지는 김해시가 조성하고 있는, 화포천 습지 상류 진영역에서 낙동강까지 습지 전체를 아우르는 탐방로인 ‘아우름길’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해/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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