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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갑씨가 힘겹게 민어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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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
92㎏ 거구 요리사도 땀 뻘뻘, 여름철 보양식 일품 민어 해체과정을 지켜보다
배를 가르자
창자·부레·쓸개 등 와락
껍질·내장까지 버릴 것 없어
살도 부위별로 맛 달라
“서울에서 이렇게 큰 민어 본 적 있어요? 길이가 110㎝가 넘어요.” 서울 마포구 ‘목포낙지’의 주인장 최문갑(46)씨가 자랑에 나선다. 민어는 92㎏ 거구의 남자라도 한 손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13㎏이 넘는 덩치다. 그가 두 손으로 꼭 붙잡았지만 살겠다고 버둥대는 녀석의 안간힘을 당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형마트나 민어전문점에서 주로 유통되는 민어는 5~6㎏ 정도가 대부분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도 있지만 민어에게는 안 통한다. 민어는 클수록, 수컷일수록 육질이 좋아 맛있고 가격이 비싸다.
최씨는 파닥거리는 민어 앞에서 홍조를 띤다. 올해 5번째 ‘민어 해체쇼’ 도전이다. 본래 낙지 전문가였으나 몇 해 전 장어에 도전해보고는 더 큰 생선에 눈이 떠졌다. 그가 예리한 칼끝을 민어의 흑갈색 꼬리에 꽉 박는다. 푸드덕 민어의 머리가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처럼 천장을 향해 튀어 오른다. 아가미를 따자 피가 솟구치고 줄줄 흐른다. “아예 산지에서 피를 뽑아 오기도 한다. 맛을 유지하는 데 이 과정이 참 중요하다.” 그가 ‘붉은 광장’의 적색기보다 더 빨간 아가미를 확 들춘다. “이렇게 붉어야 신선한 거다.” 맥을 못 추고 늘어진 민어는 도마에 올라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될 준비를 마친다. 배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르자 개선문처럼 활짝 열린다. 창자, 부레, 쓸개 등 분홍빛 내장이 와락 쏟아진다. 본래 민어는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내장은 젓갈을 담그고, 알은 잘 말려 술안주로 최고인 어란이나 찜을 해먹는다. 신선한 부레는 별미 중의 별미인데, 그것 자체로 맛이 뛰어나 기름장만 살짝 묻혀도 최고의 맛을 선물한다. 덩치가 큰 놈이라 부레도 소 혓바닥 몇 개는 붙여놓은 듯 크다. 최씨가 핏기를 없애고 막을 제거한다. “처음엔 실수도 했다. 부레 손질을 잘 못해 턱없이 적은 양만 나왔다.” 몸통을 반으로 쩍 가르자 곱디고운 흰 살이 찬란한 빛을 발산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최씨가 응축된 외마디를 지른다. “응응!!” 힘껏 민어의 등뼈를 도려낸다. 성인 팔만한 길이다. 뼈는 단단하고 크다. 힘이 필요하다. 임산부나 기력이 쇠한 이들에게 좋다는 민어탕의 재료다. 뼈를 폭 끓여야 마치 오래 끓인 사골처럼 진한 맛이 나온다. 등살을 오려내자 최씨가 “두께 한번 봐라” 말한다. 1㎝ 정도다. 도톰하고 담백한 민어회 맛이 여기서 나온다. 등살은 전이나 탕의 재료도 된다. 주로 회로 먹는 뱃살은 더 고소하다. 등살, 꼬리살, 뱃살, 늑간살 등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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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의 배를 가르자 내장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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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 껍질에 붙은 살을 최문갑씨가 잘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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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맑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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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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