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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1 19:34 수정 : 2014.06.12 11:17

폴딩 트레일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사치품의 상징에서 가족 여가문화로 내려오기까지… 주차 등의 문제는 아직도 삐걱

장면 하나. 지난 4월, 서울의 한강공원 주차장에 정박하고 있던 캠핑카 수십대가 줄줄이 그곳을 떠났다. 주차료를 내가며 길게는 1년 가까이 머물던 이들이었다. 캠핑카를 포함한 대형 차량에 그동안 받던 할인된 가격의 ‘월 주차료’ 대신 비싼 일일 주차료를 부과하겠다는 관리소 쪽의 통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캠핑을 장려해 한강공원을 관광 명소로 만들지는 못할망정 법규에도 없는 단속을 통해 캠핑카를 몰아낸 셈입니다.” 주차장에 캠핑 트레일러를 정박해두고 저녁마다 아이와 함께 운동을 하고 들러 쉬곤 했다는 고길준(39) 유엔 산하 관광자원 국제거래표준화위원회 부의장의 말이다. 주차장을 관리하는 한강사업본부 쪽은 “주말이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한강공원에 캠핑카를 세워두고 숙식까지 하는 이들을 보고 위화감을 느낀 시민들의 민원이 폭주했다”며 단속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캠핑 바람 불면서
카라반, 모터홈, 폴딩 트레일러 등 수입
국내 업체도 제작하며
5천만원대 이하로 낮아져

장면 둘. 경기도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성이 오갔다. 지상 주차장에 캠핑 트레일러를 정박해 둔 입주민에게 관리소장이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입주민은 “비용도 따로 냈는데 주차장에 캠핑카를 못 대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관리소장이 “아파트 주차장은 이런 것을 대놓는 곳이 아니다. 트레일러가 주차선을 넘어 위험하다. 관리인은 주차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등 다양한 이유를 댔다. 입주민 이아무개씨(40)는 “주차 구역 표시 안쪽에 세워두었는데도 억지를 쓰기에 그럼 덩치가 큰 외제차는 왜 단속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모터홈
캠핑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어떤 이들은 ‘집보다 캠핑카’라며 로망을 품고 또다른 이들은 “위화감을 조성하는 사치품”이라며 눈을 흘긴다. 아름다운 강변에 캠핑카를 세워도 되느냐의 문제부터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분쟁까지 모두 이 ‘다른 시각’에서 비롯된 문제다.

국내에 캠핑카가 처음 수입됐던 1990년 <한겨레>는 “호화 캠핑 트레일러 인천항에, 침실 목욕탕 일류 호텔 수준…과소비 비난”이란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1990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435만원에 불과했으니 당시 가격으로 한대에 1억~2억원을 호가하던 수입 캠핑카에 대한 시각이 좋았을 리 만무하다. 결국 이 수입 트레일러들은 과소비에 대한 여론의 질타만 받은 채 미국으로 반환됐다.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은 미국에서도 ‘귀족들의 전유물’로 시작됐다. 1908년 미국 포드사가 ‘모델 티(T)’를 출시하면서 ‘오토캠핑’의 시대가 열렸다. 대량 생산을 통해 자동차 가격이 낮아지자 사람들이 차량을 개조해 캠핑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 시대 가장 유명한 오토 캠퍼는 바로 포드사의 사장인 헨리 포드였다. 그는 자신의 멘토인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만든 하비 파이어스톤과 함께 여러 차례 자동차를 몰고 캠핑을 떠났다. 첫 캠핑에는 가이드 두명과 요리사 한명을 대동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르며 소박해졌고 대중화됐다.

한국에서도 ‘과소비 논란’으로부터 20년이 흘러 1인당 국민소득이 5배 늘어난 2563만원을 기록한 2010년부터 캠핑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4~5년 사이 독일,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카라반(차로 견인하는 캠핑 트레일러), 폴딩 트레일러(텐트를 펼칠 수 있게 되어 있는 트레일러), 모터홈(차와 캠핑 공간이 한 몸인 캠핑카), 트럭 캠퍼(트럭 뒤에 싣는 형태의 캠핑 트레일러) 등 다양한 캠핑카가 수입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캠핑카 제작에 나서면서 가격도 1천만~5천만원으로 낮아졌다. 캠핑카를 대여해주는 캠핑장까지 출현해 갈수록 캠핑카 문화가 대중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카라반
캠핑 마니아로 시작해 현재는 캠핑카 수입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기용 스타카라반 대표는 “최근에는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카라반 구입을 문의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캠핑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때 특히나 더 캠퍼들 스스로가 캠핑카 주변의 쓰레기를 먼저 줍고, 주변 환경을 철저히 보호하며, 캠핑카를 정박한 지역의 물건을 구입하는 등 기본 에티켓을 지켜 좋은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핑 전문지 <더 카라반>의 권민재 대표는 “현재 캠핑카 문화의 주축을 이루는 세대는 40대로 주로 중학생 이하의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을 원하는 이들”이라며 “이들이 국내 여행을 통해 건강한 가족 여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현재 개발이 잘 되지 않은 국도 휴게소를 캠핑 정박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본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영국의 방송인이자 ‘진지한 캠퍼’라는 매슈 드 어베이투어가 쓴 <캠핑이란 무엇인가>는 캠핑의 기본을 돌아보게 해준다. “우리는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캠핑을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날씨와 불을 배우고, 산과 들을 마음대로 누비고 돌아다니는 것을 통해 든든한 배짱과 용기를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캠핑 여행에 데리고 다닌다. 캠핑은 주말 동안만이라도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디지털 영역의 끝없는 주의 산만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캠핑 과정에서 겪게 마련인 갖가지 역경과 제약, 현대적 미디어에 대한 욕구로부터의 자유는 창의적인 개성과 인격을 형성시킨다.” 이러한 열망으로 이번 주말에도 어떤 이들은 캠핑카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더 카라반> 제공


>>> 캠핑카 알고 고르자

캠핑 트레일러를 끌려면 SUV를 꼭 구입해야 한다? X

캠핑 트레일러를 끈다고 하면 힘 좋은 지프나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 기아 프라이드가 800㎏, 현대 클릭이 1100㎏, 현대 쏘나타가 1700㎏의 견인 능력을 갖고 있다. 1500㏄급의 소형 가솔린 승용차도 견인능력이 1000㎏이 넘기 때문에 소형 트레일러라면 견인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사용이 반복되다 보면 차체가 휘거나 상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터홈이 카라반보다 비싸다? O

일체형 캠핑카인 ‘모터홈’은 기본적으로 ‘자동차’이니 견인형인 카라반보다 비싸다. 하지만 카라반을 견인하려면 따로 자동차가 있어야 하니 전체 비용은 따져보기 나름이다. 현재 수입 모터홈은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고 중소기업이 제작하는 국산 모터홈은 8천만~1억원을 호가한다. 세미 모터홈 격인 현대 스타렉스가 4천만~5천만원이다. 카라반은 국산이 천만원대 중반에서 시작되며 수입은 주로 2천만~5천만원 사이다. 폴딩 트레일러는 천만원대 중반, 트레일러가 침실이 되는 텐트 트레일러는 600만~900만원 정도다. 모터홈은 카라반보다 기동성이 있지만 정박해두고 놀다가 잠시 차를 써야 할 경우 짐을 다시 싸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 때문에 미국에서는 모터홈 뒤에 단거리 이동용으로 소형차를 견인해 다니는 이들도 있다.

캠핑 트레일러용 면허증을 따로 취득해야 한다?

카라반의 무게가 750㎏ 이하라면 따로 면허를 취득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보다 무거운 대형 트레일러를 끌기 위해서는 따로 트레일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트레일러 면허는 대형 면허와는 별개이며, 1종이나 2종 보통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넘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필기시험은 없고 기능시험만 있다.

캠핑카, 크면 클수록 좋다? X

카라반은 기본적으로 침대, 화장실, 냉장고, 가스레인지, 개수대, 옷장, 테이블 등으로 구성된다. 가족이 몇 명인지, 아이들을 위한 이층침대를 넣어야 하는지, 어느 공간을 주로 쓰는지 등에 따라 크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형 카라반의 경우 따로 면허가 필요하니 가족 수가 적고 야외활동 위주의 캠핑을 한다면 중급 이하도 충분하다. 유럽식과 미국식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가벼운 소재, 깔끔한 디자인의 유럽식 카라반은 여기저기 떠돌고 싶은 캠퍼들에게 어울린다. 반면 미국식 카라반은 모양이 단순하고 튼튼하며 무거운 것이 특징이다. 이동보다 정박에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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