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18 19:18
수정 : 2014.06.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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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강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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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좋아서 하는 인터뷰
김강인은 김가든으로도 불린다. 김강인은 그래픽디자이너다. 주목받고 있다. 지금 유명인은 아니고, 앞으로 유명해지지 않을까. 작품이 좋으니까. 그는 글자와 그림을 사용해 이질적인 요소를 배열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는 거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디자인 전문가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른다. 궁금하지도 않다. 나는 김가든과 김강인이라는 이질적인 이름 사이에 있는 그의 삶이 궁금하다.
나는 에스엔에스(SNS)에서 그의 이름을 알았다. ‘김가든’은 김강인이 살며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이었다. 그는 경기도 가평에 산다. 분당에도 아주 작은 집이 있지만 많은 시간을 정원이 있는 김가든에서 보낸다. 사전을 찾아보면 ‘가든’은 정원을 가꾼다는 뜻도 있다. 하늘에 있는 영혼들이 지상을 내려다보면 정원사와 그래픽디자이너를 같은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삶을 가꾸며 살고 있다.
부러운 마음으로 김가든을, 아니 김강인을 만났다. 그는 미인과 왔다. “부인이에요. 한 달 전에 결혼했어요.” 둘은 어울렸다. 김강인은 소심한 산적 같았고, 부인이 공주님 같았다. 미녀와 미남보단 미녀와 야수가 어울리지, 암. 새신랑은 어떤 사람이에요? 내가 물었다. “욕심이 없어요. 대신 여유 있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래서 좋아하나 봐요.” 신랑이 이어서 대답했다. “욕심이 없는 건 불가능해요. 욕심을 안 가지려고 노력하는 거죠. 쉽진 않은데, 가평에서 지내면서 마음이 더 편해졌어요.” 김강인은 스물여덟살이다. 나보다 어리다. 하지만 그는 벌써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서울을 떠날 수 없다. 왜 못 떠나지? 어떻게 사는 게 옳은 거지?
“어떻게 살든 자기 마음이잖아요. 디자이너들은 돈 없고 시간 없다고 불평이 많아요. 저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따라오는 피폐하고 불안정한 생활을 게스트하우스와 전원생활로 바꿔보고 싶었어요. 불평만 늘어놓는 디자이너 무리에 편승하기 싫었고, 생활 방식 자체를 바꿔서 일하는 시간과 그 이외의 시간을 모두 제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살고 싶었어요. ‘더 경험 쌓고’,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이라는 충고를 듣지 않고, 지금처럼 ‘젊은’ 상태에서 다른 방식을 찾고 싶었어요. 인생을 통째로 설계하고 싶은 거죠.”
김강인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삶을 태연하게 내려놓고 무엇인가 만들고 있다.
“저는 평범한 디자이너면서 평범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일지 몰라요. 하지만 이 두 가지를 같이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평범한, 이라는 표현은 잘못됐다. 그의 디자인도 그의 게스트하우스도 평범하지 않다. 그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그가 디자인한 자신의 청첩장을 볼 수 있다. 토마토와 수박바가 단순하게 그려져 있다. 나는 그가 삶과 디자인을 별개로 두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부인처럼, 나도 그와 있으니까 마음이 편했다. 그는 나에게 모종이 심어진 김가든의 정원과 이층에 있는 방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따뜻했다. 태어나기 전에 나도 그런 곳에 살았던 것 같았다. “원래는 엄마가 아파서 같이 가평으로 내려간 거였어요. 가평에서 집 짓고 풀도 가꾸면서 엄마도 많이 행복해하셨어요.” 그의 엄마는 이제 햇살이 되어 김가든에 놀러 온다.
나는 김강인과 더 친해지고 싶어졌다. “놀러 갈게요. 방은 몇 개 있어요?” “두 개요.” “얼마예요?” “한 사람이면 3만원이요. 두 사람이면 6만원. 원래 2만원으로 하려고 했는데 부인이 3만원으로 하자고 했어요.” “너무 싼데.” “얼마를 받아야 하는 거죠?”
김강인의 작은 정원엔 지금 방향 없이 자란 여름풀이 눈부시다.
이우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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