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남서부 으스파르타와 부르두르 경계에 솟은 아크 산 서남쪽 자락(부르두르 지역)의 고대 도시 사갈라소스 유적지. 지금도 발굴작업이 진행중이다. 원형극장 위쪽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
[매거진 esc] 터키 으스파르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고리인 터키 아나톨리아 반도는 2000년의 세월이 닦아 반짝반짝 빛나는 고대유적으로 가득한 곳이다.
지중해의 푸른 물빛과 어울려 그 아름다움은 한층 고조되고 여기에 보태지는 장미향은 천상과 지상의 구별을 어렵게 한다.
“일주일 동안 돌덩어리 구경만 하고 다닌 거 같네요.”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난 한 한국인 관광객의 터키 여행 소감이다. 그럴 만하다. 터키가 자리한 아나톨리아 반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고리 구실을 하며 고대부터 무수한 문명들이 명멸했던 지역이다. 수천년 전 문명의 흔적은 무수한 대리석 돌기둥과 성벽, 무너진 건물 터 들로 남았다. 다양하게 다듬어진 대리석 조각들엔 빛나는 인류 문명사의 세월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아나톨리아 남부에 동서로 뻗은 산맥이 토로스 산맥이다. 터키 동쪽 유프라테스강 상류에서 터키 남부 지중해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해발 3000m급의 고봉들로 이뤄진 이 산맥의 정상부는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석회암 바위지대다. 석회암이 굳어져 생긴 변성암이 대리석이다. 토로스 산맥 남서부 일대 곳곳에, 무너지고 깨지고 금가고 닳아빠진 아름다운 대리석 유적들이 무수히 깔려 있다. 터키 남서부 지중해 해안의 중심도시 안탈리아(안탈야)에서 북쪽으로 약 120㎞, 으스파르타(이스파르타)와 부르두르 경계에 솟은 ‘아크다으’(하얀 산) 산자락에서 만난 사갈라소스 유적도 그중 하나다. ‘장미의 도시’ ‘호반의 고도’로도 불리는 으스파르타 일대를 탐방하는 일은, 그래서 하양(대리석)·분홍(장미)·파랑(호수) 등이 어우러진 ‘삼색 여정’이라 할 만하다.
|
사갈라소스 분수대 옆 건물 벽에 장식된 뮤즈 여신들 조각상.
|
안탈리아에서 120㎞ 북쪽에
위치한 으스파르타 탐방은
대리석과 장미, 호수의 빛깔이
어우러진 삼색여정이다 가이드 두르순은 “사갈라소스는 번성했을 당시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요정의 도시’ ‘열정의 도시’ 등으로 불리며 각국의 황제들이 모두 탐을 냈던 도시”라며 “피시디아 유적 중 가장 원형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9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는 원형극장도, 냉·온탕까지 갖췄다는 목욕탕도, 시민들의 모임의 장소이자 장터였던 아고라도, 그리고 분수대·교회·도서관·절벽무덤 들까지 무너져내린 모습이다. 하지만, 고대 도시국가들이 갖췄던 모든 구성요소의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 종달새 울고 도마뱀 줄달음치는 탐방로를 따라 2~3시간이면 대충 한바퀴 둘러볼 수 있다. 맨 위쪽에 자리잡은 원형극장 무너진 돌더미 위에 올라서면, 푸른 하늘 아래서 소리없이 명멸하는 뜬구름 조각들과 함께 옛 도시 흔적을 한눈에 짚어볼 수 있다. 폐허가 된 뒤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사갈라소스 유적은, 1706년 파울 루카스라는 프랑스의 탐험가에 의해 유럽에 알려졌다. 하지만 1985년에야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영국·벨기에 합동발굴단이 본격 발굴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발굴작업이 진행중이다.
|
으스파르타 괴넨 지역 주민들이 장미꽃을 따고 있다.
|
|
터키 남서부 여행
|
|
에이르디르 호수. 호수 남쪽 언덕 위에서 본 모습이다.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