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02 19:26
수정 : 2014.07.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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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
서울시내 매운 비빔냉면 5대천왕 매운맛 비교
40~50년 역사 자랑하는
비빔냉면 맛집들
평양식보다 저렴한 가격
매콤한 맛에 중독된
단골들 줄 이어
코앞에 닥친 무더위를 이열치열 전법으로 퇴치하려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유독 매운 음식에 관대하다. 매운맛은 사람이 느낀다는 5가지 미각에는 없다. 통각의 산물이라는 게 정설이다. 입안을 활활 태우는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땀이 솟구친다. 뻘뻘 흘린 땀방울 때문에 바람이 불면 시원하다. 중독성이 있다. 장안의 맵기로 소문난 비빔냉면집들이 있다. 누리꾼들은 ‘매운맛 냉면 5대 천왕’이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비빔냉면집들이 추천하는 맛있게 먹는 법은 겨자와 식초 등을 뿌려 먹는 것. 그 매운맛을 찾아 길을 나섰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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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정도를 알려주는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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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풀기는 참아주세요 청량리 할머니냉면
30년 단골이라는 안종기(58)씨. 자녀들과 와 매운 비빔냉면을 먹어치운다. 할머니냉면은 서울 청량리 시장통에 있다. 30여년 전 김정숙(70)씨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문을 연 곳이다. 손님들은 허리가 휜 김씨의 어머니를 보고 ‘할머니냉면’집이라고 불렀다. 할머니가 작고한 뒤에는 김씨와 그의 아들 신재웅(43)씨가 운영한다. 냉면 하면 고향이 이북이겠거니 하겠지만 김씨는 서울이 고향이다. 신씨는 “어머니는 2남 1녀를 냉면장사 해서 키우셨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식탁이 고작 4개인 작은 식당이었다. 15년 전 인근 병원에 근무하던 젊은 간호사들 덕분에 유명해졌다. 소독약 등 각종 ‘병원 냄새’에 찌든 간호사들이 퇴근길에 매운맛으로 그 냄새를 툴툴 털고 갔다고 한다. 오후 5시가 넘어도 할머니냉면집엔 땀 흘리면서 비빔냉면을 먹는 이들이 많다. 매운 냉면은 소스가 맛을 좌우한다. “청양고추, 마늘, 생강, 양파 등을 섞어 만드는데 그 배합 비율이 중요하다. 알려줄 수 없는 우리 집만의 비밀이다.” 신씨의 말이다. 현재 용두동과 면목동에 신씨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할머니냉면’이 있다. 면에는 설탕이 뿌려져 있다. 고명인 무와 무절임 사이로 참기름이 흐른다. 오죽 매웠으면 벽에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자제해주세요’란 글귀가 적혀 있다. 불쾌감을 주는 행동으로 ‘코풀기’를 들었다. 가격은 4000원. 매운맛을 즐기는 이들은 양념장을 더 달라고 한다.
만두가 놀란 혀를 달래줘 동아냉면
동아냉면은 서울의 보광동, 이태원동, 홍익대와 숙명여대 인근 등 여럿 곳에 있으나 보광동 동아냉면이 본점이다. 유동아씨가 주인. 주인장의 이름을 따 냉면집 이름을 지었다고 알려졌다. 보광동 본점은 문 연 지가 대략 40여년이 되었다고 한다.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다. 보광동 허름한 삼거리에 있지만 동아냉면의 매콤한 맛에 중독된 멋쟁이 20~30대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소’자 냉면은 여성들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 식성이 좋은 이들은 ‘대’자를 주문하는 게 좋다. 빨간 벽돌과 낡은 분식점 같은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손님들은 만두를 같이 주문해 매운맛의 강한 한방 펀치를 물리친다. 가격은 소 5000원, 대는 6000원.
월남고춧가루 세네~ 소문난 육남매냉면집
30여년 전 육남매가 똘똘 뭉쳐 연 집이다. 지금은 대부분 칠순이 넘은 노인이 되었다. 현재는 둘째 아들 김용해(82)씨와 그의 딸 김정녀(43), 사위 하덕수(53)씨가 운영한다. 서울 토박이들이다. 경동시장 안의 명물인 이 집은 소스에 들어가는 ‘월남고춧가루’가 비법이란다. 양파나 마늘, 생강 같은 채소와 경동시장에서 파는 약재도 조금 들어간다. 1990년대 초 시장을 찾은 이들 사이에서 맛나다는 소문이 났다. ‘소문난 육남매냉면’을 먹어야 장을 제대로 다 본 거라는 말까지 돌았다. 잘 볶은 돼지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가는 게 특이하다. 최고 매운맛, 강 매운맛, 덜 매운맛 3가지가 있다. 가격은 4000원. 본래 ‘강 매운맛’만 판매하다가 더 매운 맛을 찾는 장안의 매운맛 고수들의 발걸음이 늘면서 메뉴를 늘렸다. 김정녀씨는 “우리 면에는 도토리 가루가 들어간다”고 자랑한다. 재래시장과 같이 성장하고 호흡하는 냉면집이다.
포장마차에서 탄생한 별미 해주냉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에 있다. 냉면집은 모델촌을 마주 보고 있다. 그런 환경 탓에 냉면집은 묘한 풍경을 제공한다. 주로 20~30대가 손님이다. 30여년 전 김춘자(68)씨가 처음 문 연 집이다. 선친이 해주가 고향이라서 이름을 ‘해주냉면’이라고 붙였다. 소스는 김씨가 문 연 첫해부터 8년간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었다고 한다. 본래 그는 모텔 앞에서 포장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장사를 했다. 칼국수만 팔던 그는 더운 여름이 되면 고민에 빠졌다. 92년 고민 끝에 여름메뉴로 비빔냉면과 물냉면을 출시했고 대박을 쳤다. 아예 칼국수 판매는 접고 냉면만 전문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고춧가루, 양파, 마늘 등의 소스 재료에는 육수가 들어간다고 한다. 취향에 따라 설탕, 겨자, 식초를 뿌려 먹는다. 현재는 김씨의 자녀인 황지은(38), 선빈(36)씨가 어머니를 돕고 있다. 가격은 4500원.
숙성된 매운맛 깃대봉냉면
50년이 넘은 냉면집이다. 경상도가 고향인 조성철씨가 처음 문 연 곳인데 지금은 조씨의 딸 조성미(53)씨와 사위 노한종(60)씨가 운영한다. 2000년대 초 지금의 위치인 서울 숭인동으로 이사했다. ‘깃대봉’이란 이름은 손님들이 지었다. 창신동에서 영업하던 시절 간판도 없던 냉면집을 손님들은 ‘깃대봉냉면집’이라 불렀다. 냉면집 앞에 태극기 게양대가 있었다. 사위 노씨는 “장인어른이 음식으로 유명하신 분께 직접 맛을 배웠고 그것을 기반으로 지금의 맛을 만드셨다”고 한다. 소스의 비결은 숙성에 있다고 말한다. 고춧가루, 청양초, 갖은 채소들을 섞은 것을 1주일간 숙성시킨다. 차림표에는 6가지 맛이 있다. 매운맛, 보통 맛, 덜 매운 맛, 안 매운 맛, 거의 안 매운 맛, 하얀 맛. 인기를 끈 맛은 보통 맛이다. 2002년부터 메뉴를 다양화했다. “너무 매워 못 먹는 이도 있고 아이들도 먹었으면 하는 생각에 (메뉴를) 늘렸다”고 한다. 가격은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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