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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02 19:35 수정 : 2014.07.03 10:07

2 2014년 6월16일 열린 스파르탄 레이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고강도 운동이 뜬다
이우성 시인의 스파르탄 레이스 참가기…고강도 달리기 대회 인기 쑥쑥

사람은 이상하다. 굳이 힘든 일을 하려고 한다. 지난 6월16일 스파르탄 레이스를 다녀왔다. 스파르탄 레이스는 피트니스 브랜드 리복이 후원하는 장애물 경기다.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에서 일년에 70번 정도 열린다. 아시아에선 작년에 한국에서 처음 열렸고 이번이 두번째였다. 세계를 여행하며 스파르탄 레이스에 참가하는 도전자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민소매 셔츠를 입은 근육질 외국인이 많았다.

스파르탄 레이스는 난이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뉜다. 한국에선 가장 쉬운 등급의 레이스가 열렸다. 그래도 5㎞를 달려야 한다. 그 사이에 장애물이 15개나 된다. 하지만 ‘스파르타’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전투, 용맹한 전사 같은 이미지는 매혹적이다. 평소 꾸준히 러닝을 해왔기 때문에 장애물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이 나를 한 단계 강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가장 쉬운 등급의 레이스니까 손쉽게 ‘스파르타’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거라는 알량한 속내도 있었다.

2 2014년 6월16일 열린 스파르탄 레이스.
착각이었다. 결론을 적자면 아무나 용사가 되는 게 아니었다. 레이스는 홍천 비발디파크 스키장에서 열렸다. 설마 저 슬로프를 올라가나?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참가자들은 최대 경사도 28도에 이르는 슬로프를 몇 차례 오르고 내리면서 별의별 장애물을 통과해야 했다. 수직으로 솟은 2.5m 나무 벽을 누구의 도움 없이 넘어야 했고, 100㎏에 달하는 타이어를 온몸으로 들어 뒤집어야 했다. 맨손으로 밧줄을 타고 7m를 올라가 종을 쳐야 했으며, 커다란 대리석을 공중으로 들어 올려야 했다.(난, 여기서 실패해서 벌칙을 수행해야 했다. 건장한 외국인도 쩔쩔맸으니까.) 지구력, 근력, 민첩성을 갖추어야 하는 레이스였다. 볕이 뜨거운 일요일 아침, 하늘엔 구름이 없었고 정신이 몽롱했다.

평범한 달리기 대신
장애물, 철인3종경기 등
고통 맞서는 운동 즐기는
직장인들 많아

하지만 무거운 몸을 겨우 끌고 가다가도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면 지지 않으려고 달려들었다. 일상에서 도전이라고 하면 로또를 사거나, 금연을 결심하고, 내일은 절대 지각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것 정도였다. 대개는 이틀 만에 다시 담배를 피우거나 어김없이 늦게 일어나지만 스스로를 낯선 세계의 출발선에 두고 싶은 마음은 식지 않았다. 스파르탄 레이스는 용맹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경쟁하는 대신 자신이라는 상대와 싸우는 대회다. 돌아갈까, 그만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걸음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떤 힘에 끌려간 것이다.

결승선에 몸을 밀어 넣었을 때 진행 스태프 중 한 명이 다가와 목에 무엇인가 걸어주었다. ‘피니셔’(완주자·FINISHER)라고 적힌 완주 메달이었다. 어찌 됐건 메달을 얻었다는 사실이 내게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올해 스파르탄 레이스에는 3300명이 참가했으며 90% 이상이 완주했다. 서로가 서로를 끌고 가지 않았다면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 리복은 8월 중에 한 단계 높은 난이도의 스파르탄 레이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선 대회의 난이도를 통해 짐작하건대 10㎞ 이상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을 만큼의 지구력, 두 팔의 힘만으로 턱걸이를 스무 개 이상 할 수 있을 정도의 근력을 기른다면 한 단계 높은 스파르탄 레이스에도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스파르탄 레이스의 다양한 장애물은 우리에게 어떤 운동 능력이 부족한지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유용하다.

2013년 아쿠아슬론에서 한강으로 뛰어드는 참가자들.
최근 독하게 마음을 다지고 참가해야 하는 운동 프로그램이나 대회가 많아졌다. 지난 6월 나이키는 달리기 대원을 모집했다. ‘나이키 펙(Peg) 31 크루’는 31명을 뽑아 3개월 동안 러닝 컨설팅, 코칭, 트레이닝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남자의 경우 10㎞를 50분 이내에 달리거나, 하프마라톤을 1시간 50분 안에 달리거나 풀코스를 완주한 경험이 있어야 도전할 수 있었다. 여자도 이에 준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31명 주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해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달리기 자체가 자발적인 고통을 거쳐 성취로 달려가는 운동이 아니던가.

고통, 이라는 단어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이들이 또 있다. 철인들이다. 서울시 철인3종경기 연합회는 8월17일에 아쿠아슬론 대회를 개최한다. 철인3종 경기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쿠아슬론 대회는 철인3종 경기보다 형식은 간단하지만 내용은 역시 간단치 않다. 성인 경기에서 완주하려면 1.5㎞를 수영한 뒤 10㎞를 달려야 한다. 동네 작은 수영장을 60번 왕복해야 하는 길이이고 달리기 코스도 미니마라톤 정도다. 그런데 과연, 정말, 이렇게 힘든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철인3종경기 연합회 사무국의 이충근씨는 “작년에 500명이 참가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안전에 더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작년 못지않은 인원이 참가할 거라고 사무국은 전망한다. 참가자 대부분은 30~40대 직장인이라고 했다. 2014년 대회는 7월31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는다. 혹독한 환경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이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단체로 우르르 한강에 뛰어드는 쾌감은 덤이다. 달리기 인구 400만명. 이제 어지간한 대회로는 그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우성 시인, 사진 리복·철인3종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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