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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09 19:12 수정 : 2014.07.10 11:28

[매거진 esc] 체험형 추리 열풍

“여기, 한 여자가 죽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간 전후로 여자의 아파트 현관 폐쇄회로화면(CCTV)에 찍힌 사람 중 알리바이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6명. 남편, 빈집털이범, 남편이 의심하는 아래층 노총각, 피해자의 여고 동창, 정수기 관리 여성. 지금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용의자 중 바닥에 있는 발자국 주인이 있나요?” “발자국은 빈집털이범의 운동화 자국이었습니다.” “테이블 위 커피잔의 지문은요?” “피해자의 지문이었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연장 무대 위에는 한 여성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150여명의 참가자들은 무대에 올라 쓰러진 여성과 그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추리 퀴즈’를 준비한 사람은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이자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를 세운 표창원 소장. 국내에서는 처음 열린 오프라인 추리 대회인 ‘제1회 도전, 셜록 홈즈!’ 현장은 범인을 맞히려는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네 팀으로 나뉘어 치열한 추리 경쟁을 벌였지만 참가자들은 결국 범인을 맞히는 데 실패했다. 20여분 동안 ‘주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피범벅의 여자가 부스스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여고 동창과 영화 하나 보고 함께 집으로 와 커피를 마시는데 갑자기…” 범인은 여고 동창. 죽은 여자가 손에 쥐고 있던 긴 머리카락, 개수대에 놓여 있는 설거지된 커피잔, 휴지통에 버려진 립스틱을 닦은 휴지 등이 유력한 증거물로 제시됐다. 사건이 베일을 벗을 때마다 객석에서 “나도 알았는데”와 “저걸 몰랐다니”가 뒤섞인 탄성이 터져나왔다.

국내 첫 추리 대회를 준비하며 표 소장은 긴장을 했다. 100만원의 상금을 걸었지만 7만원의 비싼 입장료와 추리 대회라는 낯선 행사에 대중이 얼마나 호응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초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참여한 이번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표 소장은 다음달 경기도 분당에서 ‘과학수사대(CSI)/프로파일링 체험전’을 개최한다.

<셜록>, <시에스아이 과학수사대> 등 외국 추리물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오프라인 대회를 비롯해, 추리 예능 프로그램, 추리 뮤지컬 등 국내 추리 관련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는 일본에 라이선스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문화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지난 2월 ‘추리 특집’을 방영한 뒤 인기를 끌어 후속편을 준비 중이다. 제이티비시는 지난 5월부터 추리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크라임 씬>을 내보내고 있다. 매번 살인 현장이 세트장에 재현되고 출연진들이 각자 맡은 역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범죄 현장 관찰 및 분석, 토론을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도전, 셜록 홈즈’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대학생 김나현(19)씨는 “어려서부터 추리를 워낙 좋아해 실제 사건들을 알아보고 조사한 뒤 나만의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나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 씬>을 통해 추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출판계에는 셜록 등 ‘스테디셀러’의 인기가 꾸준한 가운데 국내 추리 작가들의 신작이 줄이을 예정이다. 김수진 민음사 홍보팀장은 “2002년 셜록 시리즈를 출간한 이후 2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는데 특히 올해 초에 영국 드라마 <셜록>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판매가 2배 이상 늘었다”며 “기존의 추리 독자는 물론 자녀들의 논리력 향상을 위해 부모들이 아이에게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네오픽션상’을 통해 추리소설 작가를 꾸준히 발굴해온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이수지 편집자는 “이번달에 이재찬 작가의 제5회 네오픽션상 수상작인 <안젤라 신드롬>이, 다음달에 2회 수상자인 유현산 작가의 <두번째 날>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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