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16 19:20
수정 : 2014.07.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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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 미마녀’ 야마다 요시코. 누리집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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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아리카와 마유미의 요즘 여자
※<10년 전을 사는 여자, 10년 후를 사는 여자>를 쓴 아리카와 마유미가 요즘 일본인들의 삶을 통해 변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는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여성들의 롱 헤어는 대체 몇살까지 용서될까?” 남성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여성이라면 단번에 이해할 것이다. 아마도 한국 여성도.
우리 어머니 세대는 무조건 뽀글뽀글 파마가 아니면 숏 헤어로 ‘아줌마’를 상징하는 헤어스타일을 창안해낸 사람들이다. 헤어스타일뿐만이 아니다. 새빨간 립스틱에 볼연지가 선명한 화장, 허리둘레가 헐렁헐렁한 패션 등 누구라도 아줌마라 부를 것 같은 스타일이 있었다. 일단 결혼하면 적어도 30대부터는 그런 스타일에 자연스레 포섭됐다.
우선 지금 일본의 30~50대의 독신 여성들은 자신을 아줌마의 문화에 포함시키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의식적으로 20대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브랜드를 입고, 헤어스타일도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엄마가 된 여자들은 자신이 ‘아줌마’라는 것을 오히려 한층 더 인정하지 않는다.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패션잡지에는 ‘미마녀’(美魔女)라는 말이 흘러넘친다. ‘미마녀’라는 것은 마법을 건 것처럼, 깜짝 놀랄 아름다움과 젊음을 간직한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2010년 한 잡지사가 내건 ‘국민 미마녀 콘테스트’를 시작으로 ‘숙녀라도 아름답지 않은가!’라는 붐이 불기 시작했다. 여기서 ‘숙녀’는 레이디라는 뜻의 숙녀(淑女)가 아니라 성숙한 여자 숙녀(熟女)를 말한다.
잡지에 등장하는 독자 모델들은 한결같이 “딸과 옷을 바꿔 입는다”, “딸과 거리를 걷다 보면 자매가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말한다. 그 말에는 여성이라는 스테이지에서 절대 내려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살랑살랑한 긴 생머리, 굵은 웨이브 머리 등으로 ‘와, 50대도 롱 헤어가 괜찮구나’ 하며 우리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긴 머리를 오랜 시간 유지하려는 여성을 만나보면 어떤 고집과 안쓰러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리 젊은 스타일을 갖췄어도 얼굴이나 체형의 노화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행동이나 사고방식, 대화 주제나 습관은 ‘아줌마’인데 말투는 그렇지 않으면 위화감이 든다. 젊은 세대가 쓰는 말을 일부러 흉내 낼 때는 위화감이 더욱 커진다.
젊고 아름답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과, ‘젊게 보이려 하는 것’, ‘멋져 보이려고 애쓰는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분명히 다르다. 그 경계를 나누는 기준은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자기 확신’이다. 젊을 때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고,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신경 쓸 때가 무척 많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불안을 부채질하던 젊은 시절을 생각해보면, 나이드는 것이 더 좋은 점이 많다. 자신이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조금 뻔뻔해져도 된다. 그러나 미마녀들의 ‘나는 여전히 괜찮다’라는 착각에도 역시 어떤 자기 확신이 없다. 젊은 세대와 자신을 비교하는 마음만 있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 숙녀들의 인생은 길다. 남은 인생을 미마녀로? 아니면 몇살의 나이로 살아야 좋은 것일까?
앞으로 일본의 싱글맘 증가, 급격한 만혼과 비혼, 무기력, 무책임, 무감동을 특징으로 하는 3무 세대 등을 통해 요즘 여자의 모습을 다루려고 한다. 여성들이 얼마나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알리려는 게 아니다. 그건 사회비평가들이 할 일이다. 괴테가 말했다. “자신의 길을 헤매면서 걸어가는 어린아이가 남의 길에 흔들리며 걸어가고 있는 어른보다 낫다.” 이런 현상을 내다보며 10년 후를 겁내고 있는 여자들이, 스스로의 전략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리카와 마유미 작가·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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