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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봉구비어는 여름밤 특히 손님이 많다. 사진 압구정 봉구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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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스몰비어 열풍
저렴한 술값과 안주값으로 얇은 호주머니 청춘들 부르는 스몰비어집들
‘스몰비어’(small beer)란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 맥주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판매처를 대략 생맥주 전문점, 삼겹살 구이 등을 파는 한식당, 바(bar)나 카페, 클럽, 다이닝 레스토랑 등으로 구분해 영업을 한다. 최근 이 분류에 새로운 이름이 끼어들었다. 스몰비어다. 맥주사 관련 서적을 뒤져보면 물이 귀하던 지역에서 알코올 함량이 낮은 맥주(스몰비어)를 마셨다는 얘기가 있지만 지금 회자되는 스몰비어는 그런 개념은 아니다. 소규모 맥주점을 말한다. 식음료업계의 신조어다. 오비맥주 남은자 마케팅부장은 “작년부터 스몰비어집들이 강세다. 3~4평에서 커봐야 20평 이내 규모, 튀김 같은 간단한 안주, 오래 앉아서 질펀하게 마시는 게 아니라 퇴근길에 간단하게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이고 주 고객층은 20~30대”라고 한다. 주인의 취향이 묻어난 개성 있는 카페풍도 특징이다.
퇴근길 간단하게 한잔하는 선술집과 호프집의 만남
열정감자·봉구비어 포문 열자
용구비어·춘자비어 등 줄줄이 포문을 연 곳으로 서울 내자동의 ‘청년 장사꾼 감자집’(구 열정감자)의 성공을 꼽는 이가 많다. 2012년 8월부터 지금까지 대박 행진이다. 20대 청년들이 똘똘 뭉친 가게에 열정 넘치는 20~30대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청춘의 문화를 만들었다. 2000~3000원대의 맥주와 감자튀김의 가격은 주머니 얇은 청춘들이 수다방을 열기에 충분했다. 마치 과학실험실 용기 같은 잔과 ‘감자 팔아 장가간다’ 같은 문구는 위트가 넘친다. ‘압구정 봉구비어’도 비슷한 분위기의 스몰비어집이다. 2011년 11월 부산에 첫 가게를 열었다. 현재 부산에 95개 매장, 서울에 196개 매장(2013년 2월 상경)이 있다. 영호남권까지 합쳐 총 550여개다. 처음 부산의 동네 이름 대신 ‘압구정’이란 엉뚱한 팻말을 달아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단골들은 혼돈을 피하고자 ‘압구정’을 떼고 봉구비어라고 부른다. 압구정과 별 연관 없는 지역에 문을 열며 왜 이름에 ‘압구정’을 붙였나 물었더니 본사 직원이 웃으면서 “있어 보이잖아예”라고 답했다. 봉구비어의 강송의대리는 “봉구라는 이름이 너무 소박해서 ‘압구정’을 달면 좀 세련되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의 ‘압구정’까지 진출하자는 목표도 담겨있는 이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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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봉구비어 감자튀김. 사진 압구정 봉구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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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퀸즈의 와플키친.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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