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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06 19:08 수정 : 2014.08.07 13:57

임덕현 셰프

[매거진 esc] 요리
서울에서의 이력 접고 제주로 내려간 요리사들…관광객에 집중하기보다 지역주민들과 호흡하려는 움직임

최근 제주도의 인기는 더 높아진다.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요리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신들만의 손맛을 제주도에서 펼치는 요리사들이 있다. 제주/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김태효 셰프 제공

고향이 부르는 소리가 정겹다

스시호시카이의 임덕현 셰프

세상은 연어를 닮은 사람과 아닌 사람, 두 종류다. 임덕현(39)씨는 전자다. 그는 십여년 타향살이를 끝내고 올해 3월 귀향해 스시호시카이의 주방을 맡았다. 고향에 들고 온 무기는 고급 스시 조리기술. 도쿄에서 일본요리학교 수학, 일식당 등에서 기술 연마, 서울 청담동 ‘스시효’의 7년간 생활 등, 제법 내세울 만한 경력에도 대도시가 아닌 고향에 터전을 잡았다. 연세든 아버지를 돌보겠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어린 시절 놀이터였던 바다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썰물 때 맨발로 들어가 문어도 잡고, 성게 따는 게 놀이였다.” 낚시도 도시사람과는 다르다. 눈을 부라리고 바닷물을 빤히 쳐다보다가 잡고 싶은 ‘놈’(생선)이 지나면 낚아챘다. 그는 지금 고향에서 생애 가장 큰 꿈에 도전하고 있다. 스시호시카이는 1인당 최소 7만원이 넘는, 섬에서는 꽤 고급 스시집이다. 제주에는 의외로 고급 스시집이 없다. “고향에 없는 것으로 승부하자 결심했다.”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요리사가 되면 매일 맛있는 것을 먹겠구나 하는 소박한 생각을 했었다. 그 꿈은 이뤄졌지만 새로운 도전에 가슴이 떨린다. 자리돔, 돌돔 등 제주산 신선한 생선이 일본에서 수입한 적초로 빚은 샤리(초밥 밥)에 오른다.

스시


김희주
제주 식재료가 부르는 소리에 응하다

제주슬로비의 김희주

김희주(41)씨는 지난해 9월 ‘제주 슬로비’에서 총주방장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원서를 냈다. 그의 본래 직업은 영화와 공연 의상 담당자였다. 2004년 공연이 막을 내리고 영화가 끝나자 휴식 여행을 떠났다. 인형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프랑스 파리를 선택했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달콤한 1년은 그를 다른 세계에 눈뜨게 했다. 결국 2011년에 프랑스 ‘르 코르동 블뢰’(요리학교)에 입학했다. 여기까지는 어디선가 들어본 스토리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는 ‘제주’가 있었다. 유학 전 마지막 여행지가 제주도였다. 제주의 느린 풍경에 흠뻑 빠졌다. “제주는 정말 좋은 식재료가 1년 내내 널려 있다.” 김씨는 파리에서 돌아와 무작정 고향 부산이 아닌 제주로 내려갔다. 한 호텔에 취업했으나 공장시스템처럼 “대량생산하는 느낌”이 싫었다. “자연스럽게 음식 만들고 그 음식을 나누면서 살고 싶었다.” 그의 생활은 낭만이 넘친다. 오후 3시 휴식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주섬주섬 수영복을 챙겨 애월읍 앞바다로 간다. 풍덩! 포근한 바다에 안긴다. 프랑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물살을 가른다. 태양이 그의 보드랍고 촉촉한 머리칼을 비춘다. “처음 잡은 바다달팽이를 잊지 못한다.” 오후 5시가 되면 툭툭 물기를 털고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며 주방을 향한다. 그의 곁에는 서울 하자센터의 ‘영셰프 스쿨’을 졸업한 노아름(22), 신수진(23)씨가 있다. “나가면 바로 취나물 밭이다. 소라나 멍게, 해삼을 파는 해녀 할머니를 차로 5분 거리에서 매일 만난다.” 애월의 향긋한 나물로 비빈 ‘애월비빔밥과 보리차’, 질 좋은 제주 당근과 양파 등을 끓인 ‘농부의 수프와 제주돌빵’은 품격이 있다.

애월비빔밥과 보리차


제주 토종닭이나 해산물
싱싱한 채소로 메뉴 개발
지역주민 위한 파인다이닝
여행자들도 소문 듣고 찾아와

정지원 셰프
제주에서 다른 삶을 선택하다

이꼬이 앤 스테이의 정지원 셰프

정지원(41)씨는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다. 서울 동부이촌동의 그의 선술집 ‘이꼬이’는 식도락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자 유명 ‘패피’(패션피플)들의 단골집이다. 그가 돌연 제주도행을 선택했을 때 도시의 세련된 지인들은 의아해했다. “2000년에 특급호텔 무료쿠폰 받아 한 제주 여행”에서 “제주 별거 없다” 결론 내렸던 그였다. “자연이 정말 그리워서” 2007년부터 한달에 두세번씩 제주도를 찾기 시작했다. 낮 비행기를 잡아타고 내려가 제주 올레길을 걸었다. 사려니숲길에 취하고 눈 내린 한라산을 올랐다. “20분만 나가면 바다가 보이는 미국 샌디에이고가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그는 잠시 샌디에이고에서 살았다. 제주에서 샌디에이고의 흔적을 발견했다. 올해 4월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 나타나 입버릇처럼 “마흔다섯에는 제주에서 살 거야”라고 외쳤던 다짐을 조금 당겨 실행에 옮겼다. 그는 4층 건물을 개조해 단아한 게스트하우스와 1층에 서울 ‘이꼬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조용한 제주여행을 기대하는 여성들에게는 특히 안성맞춤이다. 서울 이꼬이는 직원에게 맡기고 한달에 한두번 운영 점검차 간다. 제주시 칠성로길 인근에 자리잡은 그의 둥지는 지역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비아아트 대표 박은희씨 등 제주도의 문화 인사들이 제집 드나들듯이 한다. 그는 서울에서 장보기 힘든 도라지순이나 오가피순 같은 식재료를 오일장에서 발견하면 어린아이처럼 뛰었다. ‘닭마을’ 조천읍에서 생산되는 토종닭과 고등어로 덮밥을 만든다. 딱새우를 우동샐러드에 올렸다. 숙박한 이들에게 아침식사로 제공되는 일본 가정식은 정갈하다.

고등어소보로덮밥


진태효 셰프
실험창고, 제주를 찾다

르씨엘비의 김태효 셰프

김태효(32) 셰프의 레스토랑은 찾기가 쉽지 않다. 돌집과 좁은 흙길을 지나야 나타난다. 도착해도 긴가민가하다. 겉모양새는 작은 미술관이다. 제주농가 사이에서 별종이다. “곧 2년이 돼간다.” 감회가 새롭다. 향토음식점 위주로 제주여행을 한 게 눌러앉게 만들었다. “신기한 식재료가 많았고 그걸 활용해 연구를 하고 싶었다. 본래 여기는 음식연구소 같은 창고가 목적이었다.” 그는 서울 방배동의 프렌치레스토랑 ‘줄라이’와 ‘라쿠치나’ 등에서 일한 서양요리사다. 몸(모자반), 톳, 뿔소라, 보말(고둥) 같은 신선한 식재료로 보말파스타 등을 만든다. 제주흑돼지는 수비드(저온조리법) 방식으로 다른 맛을 낸다. “제주 여행객을 위한 곳이 아니다. 제주도민에게 뭔가 다른 맛을 선보이고 싶다.”

감태로 싼 보말파스타


정승
꿈의 공장, 제주에 화답하다

보엠의 정승

25㎡(7.6평)도 안 되는 빵집, 보엠. 90%가 빵을 만드는 공간이다.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은 제주도민이 반, 뭍사람이 반이다. 벌써 서울의 빵 마니아들 사이에서 심심한 보엠의 빵이 입소문이 났다. 주인 정승씨의 나이는 33살. 젊지만 10년이 넘는 경력의 빵쟁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빵 만드는 사람”이었던 그는 대학을 가지 않았다. 유명세 타는 빵집 주인 이름 앞에 주렁주렁 붙은 ○○제과학교 유학, ○○조리대학 졸업 등 따위의 거추장스러운 장식이 그에게는 없다. 오직 자신의 손맛 하나로 승부한다. ‘마인츠돔’을 시작으로 여러 제과점을 거쳐 63빌딩 베이커리부, 나폴레옹 본점 등에서 일했다. 그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에 만삭의 아내를 설득해 내려온 이유는 건강한 빵에 대한 꿈 때문이다. “건강하고 맛있는 빵은 공기와 물도 좋아야 한다. 빵도 발효음식이다.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는가가 중요하다.” 청정지역에서 직접 밀농사를 짓고 빵을 만들고 싶다. 지난해 8월 제주 도보여행이 결심의 계기가 됐다. 이미 빵가게 ‘르 에스까르고’를 운영하던 후배 고용준씨를 만나 흥미진진한 풍경을 목격했다. 고씨의 부친이 직접 농사지은 밀로 빵을 만들고 있었다. 도민들과 호흡하기 위해 월정리 같은 카페촌이 아니라 제주 도심에 둥지를 만들었다. 천연효모종을 사용하고 설탕은 거의 넣지 않는다. 버터는 고급이다. 한라산을 형상화한 ‘백록담시크릿’이 제주민들에게 인기다. 도시민들에게는 바케트 등이 잘 팔린다. 서울의 유명 빵집 ‘브레드랩’의 주인 유기헌씨를 도와 우유빵 등을 생산했던 김장환씨가 그와 같이 일한다. 그는 “빵 기술자”로서 자부심이 크다. “빵이 내 인생이다.”

백록담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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