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8.13 21:06 수정 : 2014.08.14 13:56

방송인 데프콘.

[매거진 esc] 김훈종의 라디오 스타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 결승골을 차 넣은 특급 조커 마리오 괴체처럼 라디오계에도 조커들이 있다. 때론 디제이보다 더 강렬한, 존재감 있는 고정 게스트들이다. 그중 특급은 단연 데프콘이다. 요즘 <1박2일>과 <무한도전>을 통해 예능 대세로 등극했지만 라디오 부스에서 만나면 여전히 친근한 친구.  

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김흥국·박미선의 대한민국 특급쇼> 담당이던 2005년. 청취자들의 하소연을 랩으로 바꾸어서 비트에 맞춰 읊어주는 코너를 데프콘이 맡았다. 코너지기로 만나기 전 그의 이미지는 무시무시한 힙합 전사였다. 아프로 파마를 하고 홍대를 휘저으며 폭력이나 성 관련 이슈 등 사회문제 전반에 걸쳐 거침없이 메시지를 던지던 정통 힙합 뮤지션. 음반 수록곡의 절반은 욕설과 비속어로 방송 부적합이지만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힙생힙사’(힙합에 살고 힙합에 죽는) 정신의 소유자. 하지만 직접 만나본 그는 꽤나 예의 바르고 성실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한 건 <하하의 텐텐클럽> 담당이던 2007년 무렵이다. 데프콘의 가장 큰 무기가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방송에서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의 솔직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무모할 정도의 열정과 패기였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서 ‘데프콘’과 ‘텐텐클럽’을 검색하면 당시의 기사들이 쏟아진다. 뮤직비디오 찍는데 키스신에서 너무 몰입한 나머지 여배우에게 뺨 맞을 뻔한 사건도 생방송에서 술술 얘기하고, 심지어 동료 가수 ‘리사’에게 생방송을 통해 공개 구애도 했다. 그냥 재미와 웃음을 위해 방송용으로 한 게 아니라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오르며 진심으로 고백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하하의 텐텐클럽>을 담당하던 2007년께 나 역시 담당 피디로서 데프콘에게 큰 신세를 졌다. 당시 하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무한도전>의 멤버, <뮤직뱅크> 진행자, 라디오 디제이, 가수 등으로 뛰던 시절이었다. 그 와중에 <원탁의 기사> <연애술사> <투사부일체> 등 영화에도 출연했다. 촬영장에서 밤을 꼴딱 새우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생방송을 하러 달려오곤 했다. 급기야 어느 날 생방송을 위해 목동에 들어서다가 실신해 응급실로 실려 간 적이 있다. 밤 10시 생방송이었는데, 내가 소식을 접한 시각은 9시30분께였다.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대타가 데프콘이었다. 달리 조커가 아니다. 다행히 그 시간 홍대 스튜디오에서 작업중이던 그는 한달음에 달려와 디제이석에 앉았다.

언젠가 데프콘이 “전주에서 서울 올라와 반지하방으로 시작해 처음으로 번듯한 집을 마련했다”면서 집들이에 초대한 적이 있다. 밤늦도록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거나하게 취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가 뭐냐. 데프콘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곡 <아버지>를 들려줬다. 어머니가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과 랩 가사가 바로 그 답이라면서.

“자식이 바쁠까봐 전화도 맘대로 못 걸고/ 가끔가다 먼저 걸면 몇마디 하다 끝난다/ 어머니 병원비 얘기를 왜 못해/ 자식한테 손 벌리는 게 그게 괴롭대 … 어느새 아버진 내 등을 토닥여주네/ 스케줄을 매니저보다 더 잘 알고/ 티비에 나가면 동네는 난리가 나죠”(‘아버지’·2007)

요즘 주변에서 죽었던 <1박2일>이 다시 살아났다고들 한다. 일등공신은 데프콘임이 틀림없다. 연출자에게 전화해 미션이 약해졌으니 더 심하게 멤버들을 굴려 달라고 얘기하고 촬영 때면 분량 뽑는다고 알아서 구른다니 <1박2일> 담당 피디가 부러워지기까지 한다. 데프콘, 너는 이제 더 이상 조커가 아니라 선발 주전이다.

김훈종 SBS 라디오 피디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