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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나미의 니신소바. 2 스바루 자루소바. 3 미미면가의 성게알온소바. 4 사라시나소바. 호무랑에서 맛볼 수 있다. 5 오무라안의 낫토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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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
간장 찍어 먹는 전통 스타일에서 한국식 입맛으로 변주한 국물 소바까지 다양한 맛 즐겨보는 소바 여행
오사카의 맛 전수한 미나미
소바 종류만 20가지
쫄깃한 식감의 면에
국물맛 강조한 미미면가
소바(소바키리)는 일본식 메밀국수다. 냉면만큼이나 여름철 찾는 이가 많다. 최근 2년 새 실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가게들도 생겨났다. 여름의 끝자락, 뜨거운 한낮의 공기와 선선한 저녁나절의 바람이 공존하는 계절이다. 소바 여행을 떠나려면 더 늦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 알아두면 유용한 소바 상식 몇 가지.
소바 애호가들은 주로 쓰유(간장 베이스의 소스)에 면을 살짝 찍고 후루룩 한번에 넘긴다. 씹는다기보다는 마신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전문가가 말하는 맛있게 먹는 법이다. 소바는 목 넘김이 중요한 면 음식이다. 일본요리학교 쓰지초(츠지조)의 혼다 마사미 교수는 “소바의 면 길이는 약 24㎝가 가장 좋다. 목 넘김에 가장 좋은 길이다”라고 말한다. 소바는 향과 풍미가 생명이다. 혼다 교수는 “햇메밀로 반죽하고 금방 삶아낸 상태가 이상적이다”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시니세’(老鋪)라 불리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소바집들은 메밀의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맷돌로 메밀을 천천히 빻는다. 혼다 교수는 “열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소바용 칼도 중요하다. 직접 제면하는 소바집이 일본에는 많다. 밀가루와 메밀가루의 배합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름도 다르다. 2 대 8로 섞는 니하치소바, 메밀가루 100%로 만든 주와리소바 등. 반죽을 밀고 그 반죽이 갈라지지 않도록 재빨리 늘이고, 단호하게 잘라 면을 만드는 게 능력이다. 면 제조에 사용하는 긴 봉이나 칼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이유다.
모리소바나 자루소바 등은 대나무 발에 잘 삶은 면을 담고 쓰유 등의 소스에 찍어 먹는다. 마치 우동처럼 보이는, 국물에 말아 먹는 소바는 가케소바다. 소바는 찬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속을 데워줄 뜨끈한 소바도 있다. <국수와 빵의 문화사>를 보면 에도 초기에 조선의 승려 원진이 소바 제조 기술을 전수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소바 디엔에이가 박혀 있는지 모른다.
청어 넣은 니신소바 별미네 미나미
주인 겸 셰프인 남창수(34)씨는 부산 사내다. 바닷가 남정네답게 뱃사람 같은 거친 열정을 소바에 담았다. 2012년 서울 서초동에 문 연 미나미. 남씨의 경력은 화려하다. 2008년 일본요리학교 쓰지초를 졸업하고 귀국해서 부산롯데호텔의 일식당 ‘모모야마’, 청담동의 ‘야마모토스시’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3년간 웨스틴조선호텔의 ‘스시조’에서도 일했다. “스시조 주말코스로 수타소바가 나왔는데 보자마자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쓰지초의 소바 강사에게 연락했다. 강사는 오사카의 소바전문점 ‘요로코비안’의 주인을 소개해줬다. 요로코비안은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그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소바집이라고 한다. 주인과 통화한 다음날 바로 가방을 챙겨 떠났다. “요로코비안은 100% 메밀로 만드는 소바와 니하치소바, 두 종류를 만드는데, 직접 빻고 손으로 반죽을 잘라 면을 만드는 데였다.”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 3가지를 섞어 육수를 내는 법 등을 꼼꼼히 배웠다. 기초를 이미 학교수업에서 닦은 터라 배움은 일사천리였다. “보통 반죽 배우는 데 1년, 미는 거 2년, 자르기 4년, 삶는 데 1년, 담는 데 2년 걸린다.” 그는 운이 좋았다. 5개월 속성으로 마쳤다. “스승(요로코비안 주인)은 면 넣고 팔팔 끓을 때 손으로 면을 집어 보고 ‘다 됐다’, ‘안 됐다’를 말한다. 감인 거다. 그걸 배우는 게 가장 어려웠다.”
미나미는 79.3㎡(약 24평)의 공간인데 주방이 3분의 1이다. 그의 손놀림이 훤히 보인다. 배운 대로 직접 반죽하고 면을 뽑는다. 니하치소바만 한다. 그의 꿈은 메밀을 직접 재배하고 제분까지 하는 것이다. 미나미의 면은 우리 칼국수처럼 칼로 썰어 만든다. 구멍에 반죽을 넣어 뽑는 식이 아니다. 가케소바가 9가지, 자루소바를 비롯한 9가지, 총 18가지 소바가 있다. 교토의 명물로 알려진 니신소바(소바 장국에 소바 면과 청어조림을 같이 먹는 소바)가 별미로 인기다. 가격은 대략 9000~1만5000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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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의 남창수 셰프가 삶은 메밀면을 대나무발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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