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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27 19:54 수정 : 2014.08.28 16:04

짤방의 언어를 응용해 만든 ‘배달의 민족’ 앱 버스광고.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짤방 사용법
짤방의 고수, 미디어 평론가들이 평가하는 짤방의 생명력과 의미

디지털에서 이미지 한 컷
효과는 단어 1000개와 같아
명쾌하면서 강한 파급력 때문에
마케팅 수단으로도 이용돼

오늘도 트위터에서는 ‘손학규의 대모험’이라는 계정이 몇시간마다 정치인 손학규 짤방을 올린다. 김성모봇이라는 계정에선 ‘전설의 짤방’에 실렸던 만화가 김성모의 이상한 어록만 골라 전송하고 있다. 가수 최강창민의 짤방 “이게 내 젖이다”를 퍼뜨리며 즐거워하는 팬들도 있다. 팬심은 분명한데 결과적으론 팬인지 안티인지, 구별이 안 간다. 풍자와 조롱, 비웃음과 웃음이 헷갈린다. 우리는 지금 앞뒤가 맞지 않는 부조화한 어법을 지닌 짤방의 세계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엔하위키 미러에 등재된 대표적 짤방만 200개를 넘는다. 어떤 인터넷 유행어로 검색해도 대부분 짤방이 따라붙는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접 쓰는 백과사전 ‘엔하위키 미러’에 따르면, 2002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서 ‘짤림(잘림) 방지’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뒤 ‘웃기는 사진’과 같은 말로 쓰다가 지금은 “게시물에 첨부하는 모든 사진”이라는 뜻으로 굳어졌다. “짤방?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근본도 없고 역사도 없고 트렌드도 없는 놈이다.” 블로거 시절부터 수많은 짤방들을 저장, 유포했으며 지금은 웹진 <ㅍㅍㅅㅅ>를 발행하는 이승환씨는 잘라 말한다. 쉽사리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잊혀지는 게 짤방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이미지 인문학>에서 “디지털이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이 되면서 ‘디지털’이라는 말은 사라졌다”고 했는데, 이 말은 짤방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더 이상 짤방이라는 말이 안 맞지 않느냐. 다른 말을 찾아보자”는 제안이 올라오지만 짤방이라는 말이 적절해서가 아니라 너무 흔하고 보편적이라서 짤방이라는 말의 존재감이 사라진 형국이다. 지금은 주로 ‘~짤’이라고만 쓴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은어처럼 쓰이다가 일상어가 되어 가고 있는 짤방들.
처음엔 게시글에만 덧붙여졌지만 점차 댓글에도 확산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부터는 사용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곧잘 짤방으로 표현한다. 게시판에서 오가는 대화는 기-승-전-짤로 끝맺기 십상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며 밥상을 뒤엎는 아버지나 “그러라고 사준 컴퓨터가 아닐 텐데… 엄마가…”라는 자막과 함께 슬픈 미소를 짓는 성모 마리아상을 보며 갑자기 웃을 수 있는가. “우왕ㅋ굳ㅋ” “질 수 없음”이라는 똑같은 글귀를 얹고 수없이 다르게 만들어지는 그림놀이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짤방은 특정한 맥락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이해하고 무한 변조, 확산되는 이미지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강정수 박사는 “짤방이 소셜 네트워크라는 보편화된 관계망에 들어오면서 일상의 언어가 되어가는 풍경”이라고 했다.

자신의 컴퓨터에만 2000장의 짤방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의 짤방 고수, 스쿱미디어 김영주(닉네임 신림동 캐리) 마케터에게 인터뷰를 청하자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인터뷰를 하게 된 심경을 “변태는 아니야 설령 변태라고 하여도 변태라는 이름의 신자”라는 짤방으로 올렸다. 이 글을 본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은 댓글에 “어쩐지 맘에 들어” “예!?”라는 자막이 들어간 그림이나 엄지손가락을 세운 짤방으로 화답했다. 이 와중에 “이게 웬 횡재냐”며 짤줍(짤방 줍기)도 등장했다. 짤줍은 다른 사람의 게시글이나 댓글에 올라온 짤방을 저장하는 행동으로 댓글이 풍년을 이룰 때면 평소 짤방이 거의 없어 ‘짤거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짤줍을 한다. 짤방에도 계급이 있다. 짤방이 곧 어휘력이다 보니 짤방이 많은 사람들은 ‘짤부자’, 짤방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은 ‘짤 작가’로 불린다. 그렇다고 거들먹거리기라도 한다면 ‘짤 돼지’라고 욕을 먹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 앱 ‘배달의 민족’ 운영사는 자신들의 앱을 홍보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 계단에 짤방을 붙이는 짤방 마케팅을 해왔다. 아예 짤방용으로 적합한 문체를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스쿱미디어도 짤방을 응용한 티셔츠나 모자를 개발했다. 강정수 박사는 “디지털에서 사진 한장이 거두는 효과는 단어 1000개의 효과와 같다”며 “짤방 이미지는 언제나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고 덧붙이거나 고쳐가며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 복제 현상인 밈(meme)처럼 급속하게 퍼진다”고 했다.

짤방이 디시인사이드 ‘필수요소 갤러리’를 벗어난 지는 한참 됐지만 인기 있는 ‘100년 짤방’의 필수 요소는 여전하다. 실제 사진이나 현실을 재료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짤방 최신 유행은 “그거 해봐, 그거” 짤이다. 처음엔 일본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의 한 장면을 팬이 번역한 것이 시작이었다. 같은 이미지를 두고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 새누리당을 놀림의 대상으로 삼고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비꼬는 짤방으로 만들면서 극구 ‘※실제로 한 말’이라는 주석을 붙였다. 짧은 웃음소리에 불과했던 짤방은 현실과 관계맺을 때 이야기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저장하면 당신도 ‘짤부자’

짤방은 타이밍이다. 번개처럼 오가는 ‘짤방 대화’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미리 챙겨야 한다. 짤방으로 처음 말하기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 짤방계의 고수 신림동캐리(닉네임)가 만든 10가지 기초 짤방 사용설명서.

예상치 못한 나쁜 일이 생겼을 때(왼쪽) 힘들어 죽겠는데 누군가 괜찮으냐고 묻는다면(오른쪽)
회사 생활이 몹시 고단하다(왼쪽) 누군가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한다면(오른쪽)
월요일 아침 ‘주말에 뭐 했어?’라고 물어올 때(왼쪽) 나는 지금 배가 몹시 고프다(오른쪽)
나는 지금 몹시 외롭다(왼쪽) 정말 화나고 이해 안 가는 상황일 때(오른쪽)
솔로인 내 앞에서 연애하는 커플을 보았을 때(왼쪽) 나는 솔로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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