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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초 영상’으로 기자가 제작한 영상과 올레 국제 스마트폰 영화제 6초 부문 본선 진출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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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라이프
올레스마트폰영화제 ‘6초 부문’ 제작도전기…유튜브 광고도 5초 전쟁중
6초는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16일부터 열리는 올레 국제 스마트폰 영화제에서는 올해 6초 동영상 부문을 신설했다. 말보다는 이미지, 긴 영상보다는 짧은 사진이 효과적인 디지털 언어가 되어가는 추세 속에서 나온 제안이다. 한번에 1000자 이상의 말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미 몸에 밴 기자도 새로운 언어로 말할 수 있을까? 6초 동영상 출품 기간이던 지난 8월11일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봉만대 감독을 멘토 삼아 6초짜리 동영상 제작에 도전해봤다.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 ‘6초 부문’ 봉만대 감독은 “우선 6초를 긴 시간으로 접근하라”고 충고했다. 만들기에 따라선 6초에 600컷이 들어갈 수도 있다. 소중한 1초가 어떻게 쓰일 것이냐를 두고 수없이 컷을 나눈다면 6초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 시간으로서는 정말이지 짧은 시간이다. ‘6초 영화제’에 출품된 6초 작품들을 보면 긴 한숨을 내뱉거나(트위터 사용자 @nucforever), 두 사람이 서로 소주를 한잔씩 따라주고(@lyj8874), 집 현관문에 설치된 디지털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를 정도(@brandycholimp)의 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편집하기에 따라서는 6초 동안 새우를 구워서 먹어치우고 꼬리만 남기거나(@Philogrammer) 서울 동호대교를 건너는 모습(@coldyear)을 보여줄 수도 있다. 작업 순서는 단편과 비슷했다. 우선 6초로 표현하기에 적절한 아이템을 정하고 콘티를 쓰고 촬영을 시작하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를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봉 감독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6초짜리 동영상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3시간 남짓. 그중에 2시간은 아이템을 정하는 데 보냈다. 트위터바인이나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이미지를 따라 하려는 기자의 제안이 모두 기각된 뒤, 봉 감독은 차라리 한겨레나 언론을 소재 삼아 짧은 영상을 만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영화제는 나만의 이야기를 남들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화가 나서 구겨 버린 신문 속에서 담긴 진실을 향한 돌멩이를 캐낸다”는 메시지를 정하고 촬영 기법을 고민했다. 봉만대 감독은 몇가지 앱을 소개했는데 그중 아이폰 모션 스톱이라는 앱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정한 시간마다 한 장면씩 촬영하는 스톱 모션 기법을 활용하면 이미지를 축약하기 쉽다. 촬영 원본은 23초 분량. 이것을 다시 6초로 줄이고 음악을 더하는 데 다시 1시간이 걸렸다. 1초씩 줄여나가는 일은 긴 인내와 빠른 판단이 동시에 필요했다. 봉 감독은 “10분 정도 되면 의미가 담긴 짧은 영상일 수 있지만 6초는 이미지에 불과한 시간이다. 영화감독들도 어떤 영상을 10초 이하로 줄이는 것은 힘든 작업”이라고 하면서 “상상력으로 승부하는 6초 동영상의 세계에선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 오히려 더 먹힐 수 있다”며 아마추어들의 참가를 독려했다. 9월3일, 올레 국제 스마트폰 영화제는 7월1일부터 8월24일까지 트위터바인을 통해 출품된 6초 단편 영상 290편 중 9편의 본선 진출작을 발표했다. ‘6초 영상’은 같은 영상이 무한 반복되는 앱 트위터바인을 통해 출품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무한 반복’이라는 형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집행위원회 쪽은 “누구나 쉽게 짧은 영상을 만들고 트위터 공유로 출품할 수 있으니 참여의 문을 넓히는 차원에서 6초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감독 진원석은 최근 트위터바인에 6초 노래를 선보여 스타가 된 캐나다 출신 가수 숀 멘데스의 이야기를 전하며 “시작과 끝이 없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영상 형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으로 나아가는 추세”라고 했다. 동영상 소비 호흡 빨라지며
스마트폰 영화제 6초 부문 신설
유튜브 ‘건너뛰기’ 대처 위해
5초의 마법에 머리 싸매는 광고들 유튜브 광고 ‘5초의 마법’ 온라인에선 갈수록 말이 짧아지고 있다.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영상 탓에 사용자들은 쉽사리 페이지를 건너뛰기 때문이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에서는 5초 뒤 건너뛸 수 있는 광고, ‘트루뷰’(TrueView) 형식을 유행시켰다. 트루뷰가 처음 선보인 초기만 해도 “(건너뛰기) 누르지 마. 내가 이거 설명하려고 몇 시간 촬영한지 알아요?”(배우 김슬기, 엘지유플러스 광고), “어머 지금 내 얼굴 보고도 스킵 버튼 누를 거야? 오빤 미워.”(김수미, 백화수복 광고) 같은 호소나 협박 전략이 대세였다. 요즘엔 5초 안에 이야기를 끝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 전쟁중이다. 광고대행사 이모션 이범재 부장은 “5초 동안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 기술을 우리끼린 ‘5초의 마법’이라고 부르는데 외국은 5초 안에 주로 텍스트로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던지고, 우리나라는 유명인을 내세운다.”고 전했다. 이모션은 젝스키스 출신 장수원을 모델로 삼으며 장수원의 ‘로봇연기’ ‘발연기’라는 별명을 활용한 광고로 화제를 낳았다. 광고가 시작하면서 장수원은 그가 출연했던 <사랑과 전쟁>을 연상시키는 음악과 함께 등장해 바로 “바바바발발발”이라는 대사를 터뜨린다. 이범재 부장은 “5초 안에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마법을 걸려면 재밌겠다는 상상, 넘길 수 없는 감동, 기발한 아이디어 중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장수원 편은 재미를 자극한 광고”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한 아이티 개발 업체의 5초 광고가 ‘빵’ 터졌다. 광고 시작 2초 만에 뻥튀기 장수가 “뻥이요!” 외치며 뻥튀기를 ‘뻥’ 튀긴다. ‘아임 낫 스투피드’라는 이름의 이 광고는 할인 서비스 앱인 얍(YAP)의 광고지만 브랜드도 서비스도 소개하고 있지 않다. 광고를 만든 프랑스 광고기획자 파트리크 사마마는 “익숙한 소비 형태를 바꾸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아예 티브이 광고 15초의 문법을 깨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티브이에서 이 5초 광고는 다른 회사의 광고 뒤에 붙어서 바로 “뻥이요~”를 외치며 다른 광고에 의문을 던진다. 파트리크 사마마는 “5초 광고는 정보를 전달하지는 못하지만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일은 할 수 있다. 광고가 나가고 유튜브 게시판 등에 많은 글이 올라왔는데 메시지를 완결하지 않았을 때 시청자가 참여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5초 영상이 메인일 수는 없겠지만 갈수록 이미지가 짧아지는 추세에서 당분간 강력한 영상계의 아이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찍기 전에 공부하세요
‘6초 영상’도 동영상이다. 동영상을 찍는다면 어깨가 무거워지는 사람들을 위한 팁.
찍기 전 바인에서 활동하는 비디오 프로듀서 이안은 블로그에서 “촬영 전 삼각대를 준비하고 마이크가 내장된 이어폰을 사용하라”고 충고한다. 또 그는 “아무리 짧은 동영상이라도 꼭 한번에 완성하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으며 천천히 여러번 시도하라”고 했다.
촬영 스마트폰 영화 아카데미에서 강의하는 봉만대 감독은 삼각대 대신 컵 가장자리를 잘라 스마트폰을 끼워두는 방법을 추천한다. ‘봉그립’이라고 이름을 붙인 간이 삼각대(사진)다. 갑자기 촬영하고 싶은 대상이 생길 때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도록 컵 바닥에는 무거운 돌을 넣는 것이 좋다.
보정과 편집 봉 감독은 촬영 앱으로는 킹카메라를, 편집엔 스플라이스를 추천한다. 킹카메라는 동영상을 찍을 때 자동으로 조명을 비춘다. 스플라이스는 동영상에서도 줌 인, 줌 아웃, 화면 움직이기, 속도조절 등의 효과를 더할 수 있는 무료 앱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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