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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03 21:58 수정 : 2014.09.04 11:26

티브이엔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의 상견례 장면.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얼마 전 독일인과 결혼한 김소민씨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상적인 상견례’를 경험했다. 독일에서의 상견례를 앞두고 김씨의 부모는 ‘한국식’으로 걱정을 했다. “상견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 뭘 입어야 하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하지만 막상 세팅한 머리에 정장 차림으로 온 한국 부모님을 독일 시부모는 ‘탱고’로 맞이했다. 집에서 케이크를 구워 식사하고 정원에서 탱고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배드민턴도 치고 ‘강남스타일’ 춤을 추며 결혼식 때 상영할 동영상도 찍고 함께 불꽃놀이도 보고…. 헤어질 때 양가 부모는 아쉬워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자녀들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즐거운 분위기의 ‘상견례’에 대한 욕구는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 커져가고 있다. 최근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미혼 남녀 2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8%가 현재의 상견례 문화가 견디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남성의 31%가 ‘성인 남녀가 하는 결혼에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방식’을, 여성의 25.4%가 ‘첫 만남 자리에서 결혼 방식, 혼수 등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대화’를 ‘가장 견디기 어려운 상견례 문화’로 꼽았다.

한 응답자는 “결혼 전 온 가족들이 모여 인사를 나누는 문화는 좋지만 그 자리가 혼수, 예단 등 기싸움을 하는 자리로 변모된 듯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응답자는 “우리의 상견례 문화는 장소 선정부터 옷차림까지 필요 이상으로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여 있다”고 지적했다. “서로의 부모님을 뵙고 즐겁게 식사하거나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개방적인 문화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고 “양가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등 새롭고 즐거운 방식의 상견례를 하고 싶다”는 이도 있었다.

맞선 문화에서는 반드시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으로 응답자의 26.7%가 ‘조건을 따지는 분위기’를 꼽았다. 늘 같은 패턴의 만남, 짧은 만남 시간, 외모 지상주의, 한 사람이 비용을 내는 구조 등의 순으로 불만이 높았다. 한 응답자는 “맞선의 단점은 그 사람의 외모와 스펙만으로 교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늘 같은 장소, 같은 복장의 맞선이 아닌 놀이동산이나 등산을 가는 방식의 새로운 만남도 상상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듀오 소속 커플매니저 200명은 최악의 맞선 매너로 휴대폰을 만지는 등 경청하지 않는 태도, 끊임없는 자기 자랑, 끊임없는 불평불만, 과거 연애 경험담, 극도로 사적인 질문 하기, 호응 없이 침묵하기, 상대의 배경이나 조건에만 관심 두기 등을 꼽았다. 이런 매너를 보인 이가 있다면 그 맞선의 ‘실패’는 불보듯 뻔하다는 조언이다. 사람이 사람을 대함에 있어 좋은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어떤 만남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 당연하고 단순한 진리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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