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9.03 22:03 수정 : 2014.09.04 15:14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이 직접 만든 웹드라마 <취업전쟁>.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질문을 기다리던 여성 지원자에게 면접관들은 “분위기를 띄워보라”고 한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면접 이미지 좋은 회사
수동적 응답자에 머물지 않고 ‘폭탄’ 면접경험 공유 나선 구직자들

“○○기업은 사생활과 관련해서 집요하게 물어봐서 난감했습니다.” “○○무역 면접은 준비했던 것에 비해 너무 낮은 난이도의 질문뿐이었습니다.” “○○회사는 면접자 한두명한테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은 아예 병풍 취급을 하더라고요.”

‘나쁜 면접관’에게 시달리던 면접자들이 반격에 나섰다. 자신이 경험한 특정 회사의 면접이 어떤 수준이었는지, 면접관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등 상세한 내용을 공유하며 ‘평가’에 나선 것. 직장인들의 자발적인 ‘나의 회사 평가’를 모아 국내 기업 평가 사이트를 구축한 ‘잡플래닛’이 이번에는 ‘면접’을 주제로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던 면접관들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런 서비스는 4월 중순 론칭 이후 5개월 만에 2800개 회사에 대한 8000여개의 면접 평가가 쌓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구직자들은 자신이 면접에서 받은 황당한 질문들, 예의 없는 면접관의 태도 등을 신랄하게 털어놓으며 해당 기업의 면접에 점수를 매겼다. 면접 경험이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 면접 난이도는 어떠했는지 구직자들이 매긴 점수의 평균으로 기업 이미지를 ‘서열화’할 수 있게 됐다.

구직자 면접평가 쌓이면서
기업이미지까지 연결
‘갑질’하는 평가방식
인사담당자들도 비판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이 직접 만든 웹드라마 <취업전쟁>.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질문을 기다리던 여성 지원자에게 면접관들은 “분위기를 띄워보라”고 한다.
20명 이상의 평가가 쌓인 회사 중 면접 이미지가 좋은 회사 상위 20개를 뽑아봤다. 9월 첫째 주 기준으로 소셜코머스 업체인 위메프가 면접 경험자 중 54.6%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1위로 선정됐다. 이 밖에 케이티(KT), 현대카드, 씨제이(CJ)제일제당, 한국아이비엠(IBM),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지에스리테일 등의 대기업과 쿠팡, 엔씨소프트, 넥슨코리아, 카카오, 안랩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면접 이미지 좋은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체계적인 면접관 교육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대기업과 젊고 창의적인 인재들 중심의 인터넷 기업이 주로 선정된 셈이다. 면접 이미지가 긍정적인 경우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인간적인’, ‘함께’, ‘배려’, ‘편하게’, ‘설명’ 등이었다.

면접에서의 굴욕 경험 등을 담은 웹드라마도 제작됐다. 지난 6월 종영한 웹드라마 <취업전쟁>의 첫 장면은 “결혼 계획은 있나요? 여자들 애 낳으면 보통 그만둬요. 권준영씨가 나이도 적지 않잖아요?”라고 핀잔을 주는 면접관 앞에서 ‘상하이 트위스트’부터 ‘24시간이 모자라’까지 부르는 투혼을 발휘하고도 취업에 실패하는 여성 구직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40여개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 등이 모여 만든 제작사 ‘페이퍼필름’은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갖가지 취업 과정의 수모와 어려움을 담아 <취업전쟁2>를 이어 제작할 예정이다.

이제 인사 담당자들도 ‘제대로 된 면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준비 안 된 면접관이 나쁜 질문을 하지 않도록 아무리 급하게 잡힌 면접이라도 반드시 면접관 교육을 한다”며 “지원자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질문, 개인 신상에 관련한 질문 등을 피하고 답변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라는 등의 면접관 행동수칙을 교육 중”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인사 담당자는 “채용자가 ‘갑’, 지원자가 ‘을’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압박 면접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결국 선발되는 지원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럼에도 지원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으로 면접을 하는 것의 효과는 무엇인가?”라고 물은 대기업 인사 담당자도 있었다.

구직자의 ‘사상 검증’을 하려는 나쁜 면접의 경험도 공유된다. <취업면접 기출질문>(진서원 펴냄) 최신판을 보면 최근 한국방송(KBS) 면접관들이 구직자들에게 “노사가 충돌한다면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노조위원장을 시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속 보이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을 폭로한 뒤로 삼성 계열사에서는 면접관들이 “내부 고발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을 하곤 한다. 책은 “원칙적으로, 혹은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면접관이 자신에게 정말 면박을 주기 위해 모욕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확신이 든다면 “미련을 접고 면접장에서 나오자”고 제안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관련 기사: “자넨 좀 삭았구만”…굴욕·황당 면접 백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