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10 20:43
수정 : 2014.09.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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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긴 밥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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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밥 들어간 길거리 음식 인기
북한 사람들도 길 가다가 포장마차나 시장통에서 떡볶이를 사 먹을까? 아니다. 2008년 탈북한 윤선희씨는 “떡볶이를 본 적은 없지만 북한에도 길거리음식이 여러 가지 있다”고 말했다. 떡볶이는 남한의 대표적인 길거리음식이다. 남한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장마당(재래시장)이나 역 앞, 대도시의 번화한 거리에 길거리음식이라고 칭할 만한 간편한 음식들이 있다.
평양역에서 고려호텔까지 이어지는 거리에는 남한의 번화가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고 한다. 이 거리에는 남한처럼 포장마차 형태가 아닌 마치 영화 매표소처럼 아담한 컨테이너박스형 공간의 유리 찬장에 몇 가지 음식이 진열돼 있다. 겨울에는 밤이나 고구마가 인기다. 남북한을 막론하고 고전적인 주전부리인 셈이다. 장마당이나 역 앞에도 오가는 행인들의 소매를 끄는 음식이 있다. 만두밥이라고도 불리는 밥만두가 대표적이다. 이름에서 짐작하겠지만 밥과 만두가 만났다. 밀가루로 잘 빚은 만두피 안에 김치볶음밥이나 버섯볶음밥 같은 밥류가 들어간다. 살짝 튀기면 통통한 군만두처럼 보인다. 허기를 채우는 듬직한 친구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양념을 발라 먹는 것을 북한 주민들도 좋아한다. 밥만두에 떡볶이 양념 같은 고춧가루 양념을 발라 먹는다.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자고로 길거리음식은 들고 먹기 편해야 한다. 삼각형 모양의 삼각찹쌀떡튀김은 쫄깃하고 바삭하다. 삼각형 모양으로 잘 빚은 찹쌀떡에 송편처럼 팥이나 밤이 들어간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유행한 길거리음식은 두부밥이다. 얇게 기름에 지진 두부를 반으로 갈라 그 사이에 밥을 넣었다. 유독 ‘밥’ 자가 들어가는 음식이 많다. 우리 민족은 역시 밥심으로 산다. 인조고기밥에도 ‘밥’ 자가 들어간다. 눈치가 빠른 이라면 콩고기가 떠오를 것이다. 남한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주로 찾는 콩고기가 북쪽에서 일상식이다. 콩기름을 짠 뒤 남은 찌꺼기로 피를 만들고 그 안에 밥을 채워 넣은 먹거리다. 2000년대 지나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남한 장터에서 흔히 보는 김밥은 별미다. ‘고양이 뿔만 빼고 다 있다’는 평양의 송신시장의 김밥은 남한과 좀 다르다. 단무지가 없고 오이, 시금치, 당근 같은 채소가 속재료다. 아주 가늘다. 탈북 요리사 윤종철씨는 처음 “음미도 못할 정도로 굵은 남한의 김밥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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