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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15 21:08 수정 : 2014.10.16 16:47

성수동구두거리

[매거진 esc] 성수동 골목 여행

서울의 오래된 골목길은 발견되고, 변하기 시작하고, 사람을 불러모은다. 북촌과 서촌이 그랬고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이 그랬다.지금 그 변화가 눈에 띄는 곳은 성수동과 연희동이다. 공장과 갤러리, 주택과 맛집이 공존하는 두 동네를 이 가을에 걸었다.

트렌드에 강한 도시여행자들은 요즘 서울 성수동과 연희동에 간다. 1980년대 사회변혁을 꿈꿨던 젊은이들이 구로공단 다음으로 달려갔던 곳이 성수동 공장지대였다. 철커덕철커덕 인쇄기계가 돌아가고 쿰쿰하고 어지러운 화학약품 냄새가 거리를 메웠던 곳. 스무살이 채 안 된 노동자들이 맵고 짠 밥으로 배를 채우고 ‘마치코바’(소규모 공장)로 향했던 그곳. 그곳에 개성 있는 공간들이 스며들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저로 유명한 연희동은 이웃한 평창동만큼은 아니지만 소득수준이 높은 중장년층이 거주하는 고급 주택가였다. 중국집, 냉면, 순대집 등 오래된 맛집들도 있었다. 이곳에 세련된 파스타집과 일본식 선술집, 카페들까지 들어서면서 거대한 맛집백화점처럼 변하고 있다.

서울숲골목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는 두 골목이다. 분당선 서울숲역 4번 출구를 빠져나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한화갤러리아포레를 지나 성동구민종합체육센터를 끼고 도는 ㄷ자형 골목과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를 나와 수제화 가게, 디지털 라이팅 랩 겸 카페인 자그마치, 대림창고를 지나 뚝도시장까지의 대로변과 뒷길이다. 전자는 서울숲 골목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서울숲과 딱 붙어 있다. 시골 읍내처럼 자전거로 장 보는 모녀를 만나고, 쓰러질 것 같은 낡은 담벼락과 세월을 담은 주택을 휘돌면 뿌연 연기가 올라가는 성수동 갈비골목이 나타난다. 서울숲에서 나오는 자연의 소리와 오래되고 고즈넉한 골목길 특유의 정감은 도시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최근 세련된 가게들까지 가세해 풍경을 바꾸고 있다.

서울숲골목
지난 6일과 8일 찾은 골목은 뚝딱뚝딱 공사가 한창이다. 양초가게, 나물밥 등을 팔 ‘소녀방앗간’, 비스트로 펍 ‘키친 로딩’ 등이 곧 문을 열 예정이고 아프리카와 캄보디아에서 생산된 공예품 등을 파는 ‘펜두카’, ‘스마테리아’, 나무공방 ‘우드유라이크’, 갤러리 ‘핀 프레임’, 카페 ‘쁘렌디’, ‘보난자베이커리’, ‘골목길다방 앨리커피’, 떡볶이가게 ‘뚝떡’, ‘서울 스푸 파이’ 등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20~30대들의 셰어하우스 ‘디-웰’(D-Well)의 입주가 끝나면 이 거리는 원주민과 외지에서 온 젊은이들이 공존하는 풍경을 연출할 것이다. 이 골목의 변화의 중심에는 루트임팩트 대표 정경선씨가 있다. 건물을 사서 디-웰을 추진한 그는 “‘서울숲 프로젝트’의 하나로, 단순히 셰어하우스가 아니라 커뮤니티 하우스”라고 디-웰을 소개한다. 정씨가 주도한 게스트하우스트도 곧 들어선다. 까칠한 수염마저 싱그러워 보이는 정 대표는 올해 28살의 젊은 사업가다. 루트임팩트는 “사회적 선의를 실천하려는 이들을 지원하고 초기 단계의 사회적 기업가들의 사업계획을 도와주는 일, 그들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실천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라고 그가 설명한다. 2012년에 8명이 뭉쳐 설립했다. 소녀방앗간, 키친 로딩, 핀 프레임 등은 서울숲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루트임팩트가 지원하는 곳들이다. 소녀방앗간은 농부들과 직거래한 농산물을 재료로 쓸 생각이다. 키친 로딩은 취약계층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수업의 교두보가 될 계획이고, 핀 프레임은 예술가들의 전시를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의 아트용품을 판다.

성수동 지도

서울숲 옆 골목길
예술과 요리 등에 열정가진
젊은이들의 셰어하우스 오픈
강남과 가깝고
임대료는 저렴해
유명 디자이너들도 자리잡아

정씨의 서울숲 프로젝트는 “서울숲 일대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 클러스터, 같은 생각을 가진 체인지 메이커들의 공동체마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정 대표는 해군 장교로 입대한 에스케이(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 민정씨,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아들 서원씨와 함께 종종 회자된다. 그는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아들이다. 후계수업을 받는 여느 재벌가 자녀들과 다르다. 정해진 삶이 아니라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에 열정을 쏟는다. 16명을 모집하는 디-웰 입주자 공고를 내자 100여명이 몰렸다. 입주자들은 사회적 기업 대표, 디자이너 등 다채로운 직업의 20~30대들이다. 이들은 골목을 변화시킬 채비를 마쳤다.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고 밤새 토론을 할 것이다.

정 대표가 서울숲 골목을 선택한 이유는 공정무역업체 ‘더 페어 스토리’나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녹색공유센터 등의 단체들이 이미 이곳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펜두카’, ‘스마테리아’를 운영하는 ‘더 페어 스토리’의 대표 임주환(45)씨는 “(골목의 활기는) 서울숲의 영향도 컸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지니까 에너지가 모이는 것 같다”고 말한다. 2호선 성수역 일대는 자동차 정비업체, 가죽 부자재, 구두공장들이 포진한 거리다. 한때 전국 구두 생산의 70%를 담당했다는 성수동에 현재 그런 영화는 사라졌지만 몇 해 전 조성된 성수수제화타운에는 여전히 찾는 이들이 많다. 수제화 매장 ‘프롬에스에스’(from SS), 서울시 구두명장 1호로 지정된 유홍식 명장의 가게 등을 둘러보고 거리를 걷다 보면, 활기찬 노동자들의 거리 성수동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청담동에 있을 법한 디지털 조명 공방 겸 갤러리 카페 ‘자그마치’(zagmachi)가 눈에 들어오는데, 정강화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와 젊은 교수들, 기획자들이 중심이 돼 올해 2월에 만들었다. 정 교수는 “인쇄공장이었던 터를 문화적인 공간으로 만든 사례로 이 지역을 서울의 새로운 디자인 명소로 만들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제품사진의 국내 최고로 꼽히는 사진가 우창원씨나 박충호씨 같은 이름난 포토그래퍼들도 하나둘 이곳에 둥지를 마련했다. 우씨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큰 공간이 스튜디오로 필요했는데 성수동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보부상회
한동안 패션 관련 행사가 줄지어 열렸던 대림창고도 이 거리에 있다. 공사에 들어가 당분간 행사 대여를 하지 않을 대림창고의 2층에는 사진가 안형준씨의 작업실이 있다. 이미 성수동 일대는 송지오, 앤디앤뎁, 슈콤마보니 등의 패션계 대가들이나 브랜드의 보금자리였다. 95년 둥지를 튼 송지오씨는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등과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임대료는 저렴하고 큰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게 성수동의 장점”이라고 한다. 앤디앤뎁의 디자이너 김석원씨도 7~8년 전에 같은 이유로 들어왔다. “창고, 붉은 벽돌 등 공장이었던 건물의 자체 맛이 있다. 디자인적 관점에서 보면 멋지다.” 송씨는 10년 전만 해도 황량했던 거리가 젊은 작가들 등이 들어오면서 변하고 있지만 아파트형 공장이 계속 들어서는 상황에서 뉴욕의 소호 거리처럼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림창고에서 걸어서 5~6분 거리에는 독립 디자이너들의 협동조합인 ‘보부상회디자인협동조합’이 있다. 구두, 액세서리 등의 작품이 연중 전시되고 바로 옆의 아트갤러리인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에는 작가의 작업 소리가 우렁차다. 큰길 하나를 건너면 마을주민 단체인 ‘변신합체’ 사무실이 있는 뚝도시장도 둘러볼 만한 여행지다. 한때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이었던 시장에는 지금도 한 끼에 2000~3000원 하는 밥집들이 빼곡하다. 땅거미 지는 재래시장은 꼬불꼬불 골목마다 생기 넘치는 동네 주민들의 삶이 묻어 있다. 세련된 아트공방이나 갤러리부터 수더분한 재래시장까지, 갖가지 볼거리가 넘치는 곳이 성수동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성수동 볼거리 다섯가지

펜두카, 스마테리아
펜두카와 스마테리아

펜두카에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현지 여성들이 만든 가내 수공예품을 판다. 앞치마, 쿠션, 액자, 가방, 테이블보 등 10~20여가지 물품에는 고운 수가 박혀 있다. 스마테리아는 낡은 오토바이 시트나 플라스틱 폐품 등을 활용해 만든 파우치, 지갑, 패션잡화를 판다. 캄보디아의 엔지오단체인 스마테리아 재단의 한국 지점인 셈. 서울숲2길 38-1/070-4473-3370

우드유라이크
우드유라이크(WOOD U LIKE)

10월 초에 문 연 나무공방. 디자이너인 박정목(42), 권명진(34)씨 부부가 운영. 원목에 디자인을 그려 넣은 액자, 식탁, 수납장, 연필꽂이 등을 판다. 주문제작도 가능. 서울숲6길 16-1/(02)6214-6814

자그마치(zagmachi)

수제화 타운을 걷다가 지칠 때쯤 들어가 조명을 구경하면서 커피 한잔하기 좋은 쉼터. 인쇄공장 터였던 공간을 개조했다. 정강화 교수는 “엘이디(LED) 조명 중심으로 디지털 광원을 소개하고 기술자, 디자이너, 예술가, 제조업자, 시민들이 함께 논의하는 장으로 기획된 공간”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모양의 조명들이 전시되어 있다. 성수이로 88/070-4409-7700

보부상회디자인협동조합 갤러리
보부상회디자인협동조합 갤러리

구두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등 12명의 독립 디자이너가 모여 지난 7월에 만든 협동조합 갤러리. 이들이 만든 구두, 액세서리 제품을 전시하고 판다. 성수이로7길 26/www.boboostore.com

뚝도시장
‘변신합체’와 뚝도시장

변신합체는 성수동 주민인 벽화화가 신귀동(47)씨와 드로잉 작가, 시인 등이 뭉쳐 뚝도시장에 자리잡은 마을 주민 커뮤니티 공간. 미로 같은 시장길 여행을 위해 ‘뚝도시장 보물섬 올레길’이란 이름의 지도도 제작. 맛집 ‘미정이네’, 2000~3000원 하는 국수와 비빔밥을 파는 ‘서울맛집’ 등 싸고 푸짐한 시장통 음식점이 많다. 성수이로 32-15/ 뚝도시장상인번영회 (02)464-4426

▶ 셰프들이 먼저 반한 동네, 연희동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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