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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29 20:37 수정 : 2014.10.30 11:32

디자이너 계한희의 ‘카이’

[매거진 esc] 스타일
패션평론가 홍석우가 바라본 2015 S/S 서울패션위크와 내년 트렌드

2015년도 봄/여름 패션을 미리 보는 서울패션위크가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3월에 이어 두번째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치른 컬렉션이었다. 충실한 재봉(테일러링) 기술과 활동적인 스포티즘의 조류가 강세를 보였던 이번 패션위크에서 주목할 만한 것들을 정리했다.

떠돌이 패션축제, 드디어 정착하나

디자이너 송자인의 ‘제인 송’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전쟁기념관과 여의도 아이에프시(IFC) 서울…. 지난 13년 동안 서울패션위크의 ‘장소 문제’는 늘 입방아에 올랐다. 이번에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두번째로 쇼가 열리면서 공간과 쇼가 더욱 밀착한 느낌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광장에 가설 무대를 설치한 신진 패션디자이너들의 무대 ‘제너레이션 넥스트’ 공간은 외부에서도 훤히 보이도록 투명 천막으로 감싸 대중과 더 잘 호흡할 수 있었다. 지난 3월에 문제점으로 거론된 국내외 바이어들의 비즈니스 상담과 쇼룸 공간도 더 넓은 이간수문전시장으로 옮겨 효율적으로 운용했다.

개막 둘째 날인 18일 밤에는 ‘씨제이(CJ) 오쇼핑 아시아 패션 블루밍 나이트’가 열렸다. 자정이 넘도록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안팎은 패션쇼의 화려한 조명과 음악, 몰려든 사람들로 파티 분위기를 냈다. 올해는 동대문 패션몰들도 세일 행사 등으로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패션위크는 더욱 동대문이라는 장소와 잘 결합했다.

행사를 완성한 것은 서울패션위크 광장에 모인 수많은 젊은이였다. 최신 유행부터 범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스타일의 젊은이들은 컬렉션과 관계없이 각자의 ‘길거리 런웨이’를 펼쳤다. 뉴욕이나 파리, 밀라노 등 외국 패션위크가 패션업계 사람들만의 잔치라면, 서울패션위크는 패션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디자이너 김선호의 ‘그라운드웨이브’

내년 트렌드, 가벼운 소재·유니섹스·놈코어

봄을 느낄 법한 밝고 가벼운 소재가 눈을 즐겁게 했다. 디자이너 계한희의 ‘카이’(KYE)는 속이 훤히 비치는 시어 원단의 큰 치수(오버사이즈) 티셔츠에 벌과 꽃을 형상화한 그래픽 프린트를 덧붙여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문 ‘유니섹스’ 룩 또한 이번 컬렉션의 주요 화두였다. 서리얼벗나이스(SURREAL BUT NICE)의 이수형·이은경 디자이너는 문신 예술가 노보(Novo)와 협업한 컬렉션에서 고전적인 문신 그래픽을 경쾌하게 프린트한 오버사이즈 검은 슈트를 선보였고 샤넬, 톰 포드 등 굴지의 패션 브랜드 무대에 서는 모델 수주가 깜짝 등장한 디자이너 김선호의 ‘그라운드웨이브’는 데님 소재의 연구복 코트로 ‘여성이 입은 남성복’ 실루엣을 강조했다.

지난 몇년간 거리 패션 및 힙합 음악과 긴밀히 교류한 남성복에선 스포티즘이 강세를 보였다. 서울패션위크의 스타 디자이너 중 한 명인 고태용은 비욘드클로젯(BEYOND CLOSET) 쇼에서 ‘스쿨 갱’을 주제로 특유의 아메리칸 프레피 스타일을 변주했다. 마이클 조던 시절의 시카고 불스와 브랜드의 중요한 모티브인 강아지 그래픽을 결합한 농구팀 저지복은 다가올 봄, 길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였다.

디자이너 권문수의 ‘문수권’
과장되고 화려한 패션의 반대급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놈코어’(normcore: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를 합친 말로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 경향을 뜻함) 패션의 영향도 곳곳에 드러났다. 매 시즌 차분함과 영리함이 공존하는 제인 송(JAIN SONG)의 디자이너 송자인은 장식적인 요소를 극도로 배제한 주홍색 실크 미니드레스를 선보였고, 3차원 그래픽과 영상 등 멀티미디어 작업을 쇼 전반에 활용하는 디자이너 홍혜진의 ‘스튜디오 케이’(THE STUDIO K)는 섬세한 디지털 프린트 그래픽과 고전적인 푸른색 재킷의 반전을 보여줬다.

한강 주제로 한 문수 권 컬렉션
실용적 스타일에 지역성 담아
남성복 디자이너 커플 제이쿠
고전적 테니스복에서 영감
매출과 생존 둘러싼 고민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공통분모

디자이너 고태용의 ‘비욘드클로젯’
주목할 브랜드, ‘문수 권’과 ‘제이쿠’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내세운 젊은 패션디자이너들의 성장은 서울패션위크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신진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거친 ‘문수 권’(MUNSOO KWON)의 디자이너 권문수와 이제 여섯번째 컬렉션을 마친 듀오 디자이너 구연주·최진우의 ‘제이쿠’(J KOO)는 외부적인 인기와 탄탄한 기본기를 두루 갖추며 점차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구연주·최진우 디자이너의 ‘제이쿠’
권문수는 항상 컬렉션을 준비하는 그즈음 자신이 즐겨 하는 것들에서 영감 받는다고 한다. 그는 이번 시즌 ‘한강’을 주제로 정하고, 컬렉션 영상과 룩북 사진도 한강에서 찍었다. 학창 시절 유학을 떠나 미국 뉴욕에서 패션을 공부했지만, 그에게 ‘서울’의 지역성은 중요한 화두다. “매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여유를 잃고 살아서, 이번엔 ‘여유’를 주제로 일종의 대리만족을 했습니다. 바쁜 뉴요커들의 여유를 처음 본 곳이 센트럴파크였어요. 서울에서 여유를 찾을 만한 곳은 제게 ‘한강’이었습니다. 조금이나마 이 도시를 알리는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번 컬렉션은 일상에서 영감 받은 블루종과 운동복 바지 등의 스포츠 룩에 남성복을 접목했다. 특히 한강에서 본 ‘연’의 꼬리를 응용해 소매를 접을 수 있는 테이프 장식 재킷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남성은 여름에도 긴소매 재킷을 입잖아요. 패션쇼에서 많이 보이는 반소매나 민소매 재킷은 사실 쉽게 입기 어렵죠. 그래서 실용적이면서 재미난 장식을 개발하고 싶었어요.” 컬렉션을 마치고도 비즈니스 미팅과 처음 선보일 홈쇼핑 라인 ‘문스트럭션’(MUNSTRUCTION) 준비로 바쁜 권문수는 ‘옷을 소모품으로 생각하지 않고 옷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즐겨 입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인 ‘제너레이션 넥스트’의 야외 무대 전경.
‘제이쿠’의 구연주와 최진우는 고전과 동시대의 감성을 넘나들며 남성복을 만든다. 영국 런던의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예술대학 유학을 계기로 만난 둘은 영국에서 브랜드를 시작했다. 2012년도 가을/겨울 시즌 서울패션위크로 데뷔한 뒤 이제 여섯번째 컬렉션을 마친 두 디자이너는 “점점 컬렉션을 기다려주는 관객과 바이어가 늘어나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실제 부부인 두 사람은 컬렉션의 작은 부분까지 함께 의논하며 쇼를 준비한다고 한다.

이번 봄/여름 제이쿠 컬렉션은 1920~30년대 테니스복에서 출발했다. 고전적인 테니스복의 브이 목선 장식과 무릎 아래 길이로 떨어지는 치마와 원피스가 주목할 만했다. 고전 의상을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닌, 제이쿠의 브랜드 정체성에 맞게 재해석한 점도 흥미로웠다.

‘아직은 생계형 디자이너’라며 바이어들의 의견과 수출 실적에 조바심도 든다고 했다. “다음 컬렉션에 대한 부담감도 점점 커져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단 그 반대편에 있을 때가 더 많아요. 항상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미 홍콩의 아이티(IT), 싱가포르의 편집매장 디투알(D2R) 등에 입점한 제이쿠는 유럽 진출도 타진 중이다. 듀오 디자이너이면서도 공동 경영자로서 브랜드를 꾸려야 하는 둘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만이 시너지를 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홍석우 <스펙트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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