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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29 20:43 수정 : 2014.10.29 20:43

지난 10월24일 지리산 달궁계곡 물길에서 만난 단풍.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남원시내에서 정령치, 달궁계곡, 뱀사골, 백장암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단풍 여행

전북 전주에서 남원으로 이어진 17번 국도. 남원 땅으로 들어서니 길 좌우로 온통 이몽룡·성춘향 이야기가 깔렸다. 한양으로 떠나는 이몽룡과 춘향이 이별했다는 정자 오리정, 춘향이 이몽룡을 쫓아가다 벗겨진 버선이 밭이 되었다는 버선밭, 춘향이고개(박석치), 이도령고개(뒷밤재)…. 가파른 이도령고개에 올라 깊고 긴 춘향터널을 빠져나가자 남원시내 너머로 아득하게 솟은 지리산 고봉들이 펼쳐졌다.

춘향이·향단이 색동저고리보다 더 곱다는 단풍에다 볼거리도 많은 청정 국립공원 지리산. 전북 남원은 지리산 북서쪽 산자락에 자리잡은 이몽룡·성춘향의 고을이지만, 소설 <춘향전>이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즐비한 유서 깊은 고장이다. 지리산 자락의 푸근하고 또 장엄한 가을 경치와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가을 여행객을 기다린다. 남원시내에서 출발해 육모정~구룡폭포~정령치~달궁계곡~뱀사골~실상사~백장암 코스를 거쳐 다시 남원시내로 돌아오는 드라이브를 즐겨볼 만하다. 짤막하지만 거니는 맛을 돋워주는 울울창창한 숲길과 그 길 끝에서 기다리는 선인 발자취들이 여정을 풍요롭게 해준다. 올해는 지리산권 7개 시·군이 함께 정한 ‘지리산권 방문의 해’이기도 하다.

지리산 실상사에 딸린 암자인 백장암의 삼층석탑(국보)과 석등(보물).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남원대교 건너 지리산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먼저 고려 때 절터 용담사지에 들러볼 만하다. 늘씬하다 못해 비쩍 마른 듯이 보이는 9m 높이의 칠층석탑과 6m에 이르는 거대한 석불입상(보물)이 기다린다. 주천면 지나 60번 지방도 따라 오르면 붉고 노란 단풍빛에 젖은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서게 된다. 구룡계곡의 정자 육모정 밑 굽이치는 물길이 아름답다. 용호구곡 중 제2곡인 용소 위에 다리가 놓여 있어, 물소리 들으며 깊어가는 지리산의 가을빛을 감상할 수 있다. 육모정 부근엔 일제강점기에 세운 용호서원과 ‘성옥녀지묘’라는 빗돌이 발견된 자리에 조성했다는 ‘춘향묘’도 있다.

잠시 오르면 제9곡인 구룡폭포로 오르는 탐방로가 나온다. 여기서 물길 따라 1시간30분쯤 오르면 구룡폭포다. 폭포만 보고 나오려면, 한동안 차를 몰아 내가마을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주차장으로 가면 된다. 10분쯤 가파른 계단길을 걸어 내려가면 아홉마리 용이 하나씩 차지하고 살았다는 폭포와 소들이 이어진다. 단풍은 절정기를 지나 이미 시들어가는 모습이지만, 짙은 물소리와 차고 맑은 공기에 몸과 마음을 맡겨둘 만하다.

남원향교.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고기리 지나 굽이치는 산길을 돌아오르면 해발 1172m의 고개인 정령치다. 반야봉·토끼봉·형제봉·천왕봉·중봉 등 장쾌한 지리산 영봉들의 행렬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정령치는 삼한시대 마한의 왕이 진한의 공격에 맞서 정씨 장군에게 이곳을 지키게 한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여기서 세걸산 쪽으로 억새 우거진 능선을 따라 올라 잣나무 우거진 숲길을 잠시 걸으면 볼거리가 나타난다. 고산습지인 정령치습지와 바위절벽에 새겨진 고려 때 마애불상 무리(개령암지마애불상군·보물)다. 무너져 내리고 있는 절벽 곳곳에 12개의 크고 작은 불상들이 선으로 또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있다. 가장 큰 것은 높이가 4m에 이른다. 왕복 30분 거리.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이르게 도착한 단풍
도로변 잘 익은 사과나무들
또다른 가을빛 연출

성삼재 길과 갈라지는 달궁삼거리 지나 달궁계곡으로 내려서면 단풍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중턱은 이미 단풍빛이 사그라지고 있지만, 물길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빛깔 고운 단풍들이 남아 가을 햇살에 빛을 발한다. ‘달궁’이란 마한의 왕이 들어와 이곳에 궁궐을 지었던 데서 유래한다. 길옆 궁터엔 주춧돌 등 석물들이 무수히 남아 있다.

단풍은 절정기를 지났지만 물가에 내려서면 일부 선명한 단풍빛을 만날 수 있다. 식당 즐비한 달궁마을의 한 주민은 “올해는 예년(11월 초)보다 단풍 빛깔이 덜하고 절정기도 일주일 이상 이르게 찾아왔다”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풍 좋기로 이름난 뱀사골 물길 따라 요룡대 거쳐 와운마을까지 다녀오는 계곡 탐방로 산책을 즐겨볼 만하다. 비록 단풍은 예년 같지 않아도 청정 산길·물길에 드리운 가을빛이 아늑하기 그지없다. 오지마을에서 관광지로 떠오른 와운마을에선 ‘지리산 천년송’으로 불리는 500여년 된 거대한 소나무가 기다린다.

남원시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숲.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돌아나와 실상사 쪽으로 내려서는 도로변에는 또다른 가을빛이 펼쳐진다. 한창 붉은 물이 오른 ‘지리산 뱀사골 고랭지 사과’ 밭이다. 산내면의 50여가구에서 가꾸는 단단하고 맛있는 부사 사과 출하가 한창이다. 일부 농가 사과 밭에서 사과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11월 중순까지 사과 수확이 이어진다.

탑과 탑비, 석등, 부도 등 보물 즐비한 절 실상사를 거쳐 실상사의 암자인 백장암으로 간다. 실상사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국보 제10호)을 만나기 위해서다. 법당 앞에 약간 기운 듯이 선 높이 5m의 이 탑은 통일신라 때 것인데, 몸돌·지붕돌 할 것 없이 사면에 돌아가며 새겨진 보살상·선녀상 들과 다양한 문양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일부 깨지고 금간 곳이 있지만, 정교하게 조각된 인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아름다운 탑이다. 인물상이나 문양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음영이 또렷한 맑은 날 아침에 찾는 게 좋겠다. 곁에 서 있는 석등(보물)과 부도 무리도 볼만하다.

인월면소재지 거쳐 좌회전해 24번 국도 따라가다 운봉읍 주변에 볼거리들이 있다. 서편제와 함께 판소리 양대산맥을 이루는 동편제의 발상지인 화수리 비전마을과 서어나무숲이 아름다운 행정마을이다. 비전마을은 동편제 판소리를 정형화한 19세기의 ‘가왕’ 송흥록과,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였던 명창 박초월이 태어난 곳으로 동편제의 탯자리로 불린다. 송흥록은 앞서 들렀던 구룡폭포에서 목청을 단련한 끝에 득음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복원해 놓은 송흥록 생가 옆엔 ‘남원 황산대첩비지’가 있다.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군을 격파한 전투를 기리기 위해 선조 때 세운 황산대첩비가 있던 곳이다. 이 비는 일제강점기에 파괴됐는데, 이 조각들이 ‘파비각’에 보관돼 있다. 현재 비는 광복 뒤 다시 세운 것이다.

운봉읍 행정리 행정마을엔 아름다운 서어나무 숲이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200년 전 마을 비보림으로 조성된 울창한 숲으로, 현재 60여그루가 남아 있다. 2000년 ‘생명의 숲’에 의해 ‘제1회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선정된 뒤 알려지면서 영화 <춘향뎐>(감독 임권택)의 그네 타는 장면을 여기서 찍었다. 나무엔 지금도 그네가 매달려,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남원시내에 들어와 정유재란 때 남원성 전투에서 희생된 이들을 모신 만인의총과 유서 깊은 교육기관 남원향교에 들렀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역의 백성들을 교육하던 국립 교육기관이다. 조선 태종 때 세워진 남원향교는 건물 구조가 독특하고 이야깃거리도 있어 찾아볼 만하다. ‘남원향교’라 쓰인 아담한 문(외삼문) 옆으로, 웅장한 누각(진강루)이 또 하나 있어 정문 구실을 한다. 본디 남원도호부 동헌으로 드는 문루였던 것을 옮겨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남원의 유학자로 남원향교의 전교(향교를 대표하는 최고 웃어른)를 맡고 있는 김태곤(84) 어르신은 “진강루는 애초 동헌 문루인 환월루였다”며 “1935년 일제가 동헌을 해체하면서 환월루가 철거될 위기에 빠지자 남원의 유지들이 힘을 합해 문루를 이곳으로 옮겨다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탈에 기둥을 세워 지은 명륜당도 볼만한데, 진강루 누각과 명륜당을 잇는 아름다운 회랑도 눈길을 끈다.

남원/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남원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익산·장수고속도로~완주·순천고속도로 이용해 가다 오수나들목에서 나가 17번 국도 따라 남원으로 간다.

먹을 곳 88고속도로 지리산나들목 입구의 ‘지리산 고원흑돈식당’은 남원친환경흑돈클러스터사업단이 직영하는 흑돼지요리 전문식당. 흑돈명품반마리(항정살·가브리살·갈매기살·곰취절임 포함 2인분) 3만2000원. 신촌동 심원첫집의 산채정식(1인 1만3200원). 추어탕집이 몰려 있는 추어탕거리는 광한루원 부근에 있다.

묵을 곳 춘향테마파크 안 춘향가호텔 평일 6만원부터. 요천변에 모텔들이 모여 있다. 평일 4만원부터.

2014 지리산권 방문의 해 지리산을 둘러싼, 3개 도(경남·전북·전남) 7개 시·군(하동군·산청군·함양군·남원시·장수군·곡성군·구례군)이 지리산 권역의 관광자원을 홍보하기 위해 정했다. 누리집 ‘지리산 둘레보고’에서 무료 발급되는 지리산관광여권을 만들면 올해 말까지 주요 관광지 입장료를 면제 또는 할인받을 수 있다.

여행공책

한국관광공사는 11월10일까지 ‘관광정보 지킴이 대국민 온라인 이벤트’를 벌인다.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에 기억에 남는 음식 여행지와 음식을 한줄 댓글로 입력하고, 새 여행지를 추천하거나, 누리집의 잘못된 여행정보를 찾아 고쳐 올리면 된다. 당첨자 및 우수 활동가에겐 오디오·상품권·셀카봉세트 등을 준다.


‘에이치케이(HK) 여행작가 아카데미’가 2014년 제2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11월5일~2월4일 매주 수요일 총 12회. 2회의 현장 실습과 졸업여행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신경림·정호승 시인과 여행작가·사진작가 등이 강사로 나선다. 수강료 58만원(대학생 52만원). (02)566-5911.


여행발전소는 11월3일부터 12주간(매주 월요일)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여행작가 양성과정을 진행한다. 여행기획·취재과정, 여행기·에세이 쓰기, 여행사진 촬영, 여행지 답사 등으로 구성됐다. 여행작가·사진작가·여행전문기자 등이 강사로 나선다. 수강료 49만원. (031)714-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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