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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05 20:44 수정 : 2014.11.06 14:11

부산 영도의 영도등대 앞에서 바라본 신선바위 쪽 풍경. 멀리 주전자섬(생도)이 보인다.

[매거진 esc] 여행
근대 해양문화 체험의 보물창고 부산 영도등대·가덕도등대 기행 참가기

등을 설치한 대가 등대다. 등대는 운항중인 배가 항로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항로표지(광파표지·음파표지·전파표지·형상표지 등)의 하나다. 흔히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는 희망의 불빛으로 상징된다. 캄캄하고 암울한 밤바다, 멀리서 희미하게 비치는 한 줄기 불빛은 고단한 항해를 이어가게 해주는 힘이다. 등대 불빛도 불빛이지만, 절벽 끝이나 외딴섬에 우뚝 솟아 새하얗게 빛을 발하는 옛 등대(등탑)의 건축물 자체도 아름답다. 등대를 찾아가는 여행이 여행의 한 테마로 자리잡은 이유다.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원장 주강현)이 마련한 ‘부산 영도등대·가덕도등대 기행’(후원 부산해양항만청)에 참가해 부산의 등대와 해양 문화 명소들을 둘러봤다. 안내자 겸 강사로 나선 한국해양대 김태만 교수(국제대학장)의 해양문화 관련 설명이 여정을 풍성하게 해줬다.

지난 10월25일 오전 11시 부산역 앞 광장, ‘해양문화연구원’ 펼침막 앞으로 배낭 메고 모자 쓴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희망의 등대를 찾아, 새로운 여행 방식을 선택해 전국에서 모여든 40명의 등대 기행 참가자들이다. 젊은층에서부터 머리 희끗한 노신사까지 다양했지만 40~50대 중년 여성들이 특히 많았다. 성남에서 온 중년 부부도 제주도에서 온 주부도 부산 시인도 제주 건축가도, 배우면서 즐기는 해양문화 탐방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표정들이었다.

인원 점검을 마치고 첫 목적지인 자갈치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 해양문화의 한 표상인 등대의 역사와 가치에 대한 주 원장의 설명을 들었다. “등대는 근대 해양 문화 체험의 보물창고 같은 곳입니다. 이제 밤 바닷길을 밝혀주던 길잡이에서 이색 문화탐방 여행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지요.”

등대의 불빛 찾아 전국서 모인 학습형 여행자들

참가자들은 부산 시민의 삶의 냄새가 가장 생생하게 배어나오는 곳이라는 자갈치시장을 둘러본 뒤 영도대교에 도착해, 다리 상판이 들어 올려지는 ‘영도다리 도개’ 장면을 지켜봤다. 12시 정각이 되자, 사이렌과 함께 서서히 다리 상판이 분리돼 올라갔다. 상판이 고개를 높이 쳐들자 모여 있던 관광객들은 일제히 사진기·휴대폰·셀카봉을 높이 치켜들었다. 김태만 교수는 “자갈치와 영도다리 일대는 과거 가장 번성했던 부산의 원도심”이라며 “부산 현대 해양 문화의 거점이 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쟁 때 수많은 피난민들이 서로 헤어지면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도 바로 ‘영도다리 앞’이었다.

영도다리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배가 오갈 수 있는 도개교로 개통된 이래, 1966년 도개가 중단될 때까지 부산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현재의 다리는 낡은 옛 다리를 철거하고 도개교를 본떠 2013년 새로 놓은 다리다. 매일 낮 12시 정각에 15분간 상판을 들어 올려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김 교수는 “영도다리는 부산 시민들 힘으로 되살려낸 명물”이라고 자랑했다. 애초 자동차전용 다리로 복원될 예정이었지만, 시민들이 나서서 토론회를 여는 등 원형 복원을 강력하게 요구한 끝에 관철시켰다고 한다.

등대 기행 참가자들이 국립해양박물관 앞에서 김태만 해양대 교수의 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590t에 이르는 상판이 4분30초에 걸쳐 58도의 각도까지 들어 올려지는 모습을 구경한 일행은 다리 밑 부둣가의 낡은 건물에 들어선, 택일·궁합·이사·사주·팔자 간판을 내건 점집들을 둘러보고 영도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이 일대에 번성했던 점집들은 한때 사라졌다가, 최근 영도다리가 다시 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영도’는 본디 ‘절영도’였습니다. 이 섬에 조선시대 군사용 말 훈련장이 있었던 데서 유래했지요. 제 그림자를 끊을 정도로 빠른 절영마에서 유래한 절영도가 영도로 바뀐 것입니다.”

낙지전골과 대구탕으로 점심을 먹고, 태종대 공원길을 걸어 영도등대로 향했다. 일행 중엔 중국인 여성들도 있었다. 제주도에서 온 허우보우(27·중국어학원 강사)는 “여행을 통해 한국 문화를 많이 보고 배우고 싶어 이번 기행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와서 바다란 걸 처음 구경하고 감동했는데, 이곳 바다 경치도 정말 아름답다”고 했다. 제주도에선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태종대의 영도등대는 애초 1906년에 처음 세워졌지만, 현재의 등대는 2004년 철거하고 새로 세운 것이다. 영도등대와 바닷가 절벽 신선대를 둘러보며 탁 트인 바다 경치를 즐긴 일행은, 등대 옆 문화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삼도중학교 윈드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을 감상하며 잠시 휴식시간을 즐겼다.

영도다리 ‘도개 행사’.
다음 목적지는 한국해양대학교와 국립해양박물관. “저기 보이는 빈터가 바로 조개껍질 가면이 출토된 동삼동 패총입니다. 해양대 정문 조형물이 바로 조개 가면이지요.”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대 캠퍼스를 보고 찾아간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일행은 다소 실망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한 참가자는 “으리으리한 건물에 비해 전시된 내용물은 초등학생 수준으로 빈약했다”고 말했다. “국립박물관이 아니라 소박한 어린이 체험시설”이라는 소감이 많았다. 김태만 교수는 “정책 부재, 예산 부재가 결국 콘텐츠 부재로 이어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100년전 세워져
밤바닷길 밝혀주던
항로 길잡이에서
이색문화탐방 공간으로

가덕도등대 숙박체험 뒤 일제강점기 상처 탐방

저녁식사 뒤 가덕도등대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가덕도등대는 군사지역 안에 있어 일주일 전에 허가를 받은 뒤 신분증을 제출하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대형 차량은 진입하지 못하는, 비좁고 가파른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길을 잘못 든 데 이어, 차량 고장으로 3시간을 허비한 끝에 일행이 모두 등대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일행은 숙소에 짐을 풀고 회전하며 불빛을 내뿜는 가덕도등대와 바다 멀리 반짝이는 거가대교 야경을 감상하며 피로를 달래는 모습이었다. 먼저 등대에 도착해 있던 일행 일부는 김명환 가덕도등대관리소장의 안내로 시 지정문화재인 옛 가덕도등대(1909년 건립)와 당시 내부 구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관리인 숙소, 그리고 전시관의 등롱·등부표 등 등대 관련 유물들을 살펴봤다.

가덕도등대 야경. 옛 등대는 왼쪽 밑에 있다.
김 소장은 “가덕도등대는 영도등대·오륙도등대와 함께 부산지역의 3대 유인등대”라며 “가덕도등대에선 예약을 받아 무료 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불을 밝히는 등대는 최근 새로 지은 것이다. 일행은 늦은 밤까지 일제강점기 등대 설치 역사와 가덕도등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밤을 지키는 등대지기의 마음을 헤아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가덕도에서의 아침 첫 일정은 외양포(외항포)의 일제강점기 일제가 남긴 상처들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낚시꾼들만 찾아오는 이 작은 포구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집들과, 옛 우물들, 일제의 사령부 본거지였던 대형 군사 진지들이 남아 있다. 일제가 세워놓은 진지 입구엔 ‘사령부발상지’ 표석도 있다. 일행은 야산 자락을 파고든 대규모 시멘트 구조물 앞에서 혀를 내둘렀다.

재첩국·재첩회로 아침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를 찾아, 또다른 자연 훼손의 일면을 살펴봤다. 참가자들은 댐 건설과 도시 개발로 파괴된 낙동강 생태계의 문제점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남항대교·부산항대교·광안대교를 거치며 김태만 교수의 ‘해양도시 부산’ 강연을 들은 일행은 2005년 아펙(APEC) 회의가 열렸던, 동백공원의 아펙하우스 관람을 끝으로 1박2일간의 해양 문화 기행을 마무리지었다.

부산 영도등대 앞 조형물.
경기도 성남에서 온 이두인(53)·윤영란(51) 부부는 “이번 기행은 부산지역의 역사와 해양문화, 생태, 건축물 등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보는 매우 유익한 여행이었다”며 “일부 진행상의 문제점도 있었지만, 가덕도등대에서의 숙박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여행공책

최근 문 연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최근 문 연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사진)이 다양한 할인행사를 펼친다. 올해 말까지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 생일 당일과 앞뒤 3일간(총 7일간), 본인과 동반 3인에게 입장료를 30% 깎아준다. 송파구 주민에게도 11월30일까지 본인과 동반 3인에게 30%를 할인해준다. 국가유공자는 동반 1인까지 50%를 할인(11월30일까지)받을 수 있다. 신분증 등 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축구장 1.5배 넓이(연면적 1만1240㎡)의 공간에, 흰돌고래(벨루가)·바다사자·철갑상어·펭귄 등 전세계 해양생물 650종 5만5000여마리를 13개 테마로 나눠 체계적으로 전시한 대규모 ‘수중 테마파크’다. 850m에 이르는 관람 동선, 가로 25m의 메인 수조창, 길이 85m의 수중터널 등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흰돌고래·펭귄 등 해양생물 생태설명회(6종)와 해파리 현미경 관찰, 생물 해부 및 과학실험 등 8종의 체험·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제2롯데월드 지하 1·2층에 자리잡고 있다. 166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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