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2 20:49
수정 : 2014.11.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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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가수 우타다 히카루는 이탈리아인 바텐더를 남편으로 삼았다. 사진 누리집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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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아리카와 마유미의 요즘 여자
톱 가수 우타다 히카루는 이탈리아인 바텐더를 남편으로 삼았다.(사진) ‘제이팝의 여왕’ 하마사키 아유미는 연하의 오스트리아인 배우와 이혼하고 10살 어린 미국인 의대생과 결혼했다. 일본의 대표적 아이돌 그룹 모닝구 무스메 멤버였던 야구치 마리는 3년 연하의 무명배우 나카무라 마사야를 배우자로 택했다.
잘나가는 여성들의 결혼관이 바뀌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는 ‘3고’(고수입, 고학력, 고신장) 남성이 최고의 결혼 상대자였지만, 요즘 여성들은 ‘3평’(평균적인 수입, 평범한 외모, 평온한 성격)을 찾는다고들 한다. 경제 불황 영향으로 ‘3고’라고 부를 만한 남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큰 이유지만, 더 큰 이유는 여성들이 “사치스러운 생활은 바라지 않아요.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라는 ‘자발적인 포기’에다가, “여성도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 서로 협력하는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요”라는 새로운 부부관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만일 평등한 결혼도 여의치 않다면 수입, 학력, 명성, 집안 등의 조건에서 여성이 ‘위’인 것도 감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성 상위 격차혼’이다.
원래 격차혼이라는 말은 주로 남자에 비해서 여자 쪽 사회적 지위가 많이 낮아 보일 때 쓰였다. 그런데 이 말이 다시 새롭게 일본의 신조어 사전에 오른 이유는 그 반대 현상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여성 사장, 변호사, 의사로서 압도적인 격차혼을 한 여성들이 많은데, 그중 한 여성 사장은 15살 연하 평범한 샐러리맨과 결혼해서 살고 있다. 그는 “나와 비슷한 타입의 남자와 사귀면 가치관이 달라서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차이가 나면 싸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여성이 남편보다 수입이 많을 경우 남편이 가사와 육아를 하는 전업 ‘주부’를 맡고 아내가 밖에서 마음껏 일한다는 부부도 적지 않다. 남편이나 그 가족들이 “남자로서 괜찮은 거냐?”라는 식의 간섭만 안 한다면, 아내는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남편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저 감사해한다.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여성과, 육아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쿠맨’(육아를 하고 있는 남성. 육아의 일본어 발음이 ‘이쿠지’)의 조합도 서로에게 나쁘지 않은 것이다.
결혼상담소 산마리에의 고문을 맡고 있는 고마자와여대 심리학 교수 도미타 다카시 교수는 “여성이 남성에 반하는 요소는 파워다. 육체적인 힘, 경제력, 상상력, 리더십, 사회적 능력 등 어떤 파워에 매료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결혼 상대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건강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대졸이 아니어도 성공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학력을 그다지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는 없다. 30대가 돼서도 학력이라는 과거를 돌아보는 것보다 현재 어떤 삶을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격차혼’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격차혼’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원조 커플을 살펴보자. 2007년 일본의 거물 여배우 후지와라 노리카는 자신보다 키도 작고 일류급도 아닌 코미디언 진나이와 결혼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2년 뒤 두 사람이 이혼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진나이의 디브이(가정폭력)설’이 떠돌았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여성이 수입이 많고 나이도 많으면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해버리거나 남편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현재 수입이 적고 무직인 남편이라도 연애할 때면 ‘언젠가 크게 될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책 <혼활 현상의 사회학: 일본 배우자 선택의 지금>을 쓴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는 미혼 여성이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혼활’(결혼활동)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혼 여성의 대부분은 남성에게 경제력을 요구하지만, 아내를 풍요롭게 부양할 수 있는 남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남녀의 수급 균형이 크게 치우쳐 버린 현재의 결혼 시장은 고학력 여성에게는 수난의 시대다. 일본 남자를 단념하고 해외에서 신랑감을 찾는 우수한 여성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아리카와 마유미 작가·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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