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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10 20:54 수정 : 2014.12.11 14:59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스키장을 만드는 사람들
스키장을 더 안전하게 더 재미나게 만드는 이색 전문가 3인방

스키장엔 눈 전문가들만 있는 게 아니다. 슬로프 안팎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움직이고 있는 또다른 전문가들이 있다. 스키장에 소속돼 일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가는 이들이다. 1년에 4~5개월 집중적으로 운영되는 스키장들이 제대로 굴러가는 이유다. 스키장 속 이색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일 이야기와 이용자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었다.

“스키·보드 바닥 치며 눈 털지 마세요”_허한구 장비 튜닝마스터

곤지암리조트 허한구 장비 튜닝마스터

12년 경력의 스키·보드 튜닝·수리 전문가다. 스키장비 튜닝이란 에지 잡기(날 세우기), 바닥 왁싱, 베이스(밑바닥) 평면 조정, 베이스 무늬 넣기 등 기능 향상 작업을 말한다. 주로 하는 일은 에지 잡기와 왁싱 등이다. 긁힌 곳, 깨지고 갈라진 곳을 메우고 에폭시(액체플라스틱 접착제)로 붙여 새것처럼 말끔하게 만들어 돌려주는 것도 그의 일이다.

“시즌 초반에 가장 많은 손상이 베이스가 긁혀 찢기는 겁니다.” 그는 “슬로프에 얼음조각이 많거나 녹는 등 눈 상태가 나쁠 때 바닥 손상이 잦다”며 “이때 사고 위험도 따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키 에지를 손으로 만져보면, 얼마의 각도로 에지를 넣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에지 각도를 88~89도에 맞춰 주는데, 기계보다는 손으로 작업해야 제대로 나옵니다. 지나치게 날을 세우면 회전에 문제가 생기죠.”

장비 다룰 땐 애인 다루듯 하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자주 닦고 매만져야 손상 부분도 발견되고, 아끼는 마음도 생긴다는 거다. 그가 꼽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세가지. 첫째, 눈범벅이 된 장비를 세워 바닥을 치며 터는 것(장비 꼬리 부분이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간다). 둘째, 받침대 없이 벽면에 기대 놓는 것(쓰러지면 에지 부분이 찌그러든다). 셋째, 타고 나서 닦지 않는 것(습기로 에지 부분에 녹이 슨다).

실력 맞지 않는
무리한 코스 도전에
사고 가장 많아
유아·어린이 보더 위한
기물·강습프로그램도 준비

“실력 점검 뒤에 단계적으로 도전하세요”_오기욱 익스트림파크 디자이너
휘닉스파크 오기욱 익스트림파크 디자이너

스키·보드 프리스타일 코스 디자이너(파크 빌더)다. 10년째 월드컵스키·인터스키대회 등의 국내외 스키장 프리스타일 슬로프의 설계·조성에 참여해온 이색 전문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휘닉스파크 익스트림파크 조성을 맡았다. 그가 하는 일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코스와 경사도·장애물 등을 파악해 반영하고 수정·보완하는 일이다.

“중급자들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모험시설의 규모를 좀더 키울 생각입니다.”

지난 5일 아침, 그는 정설차량(스노비이클)에 동승해, 눈을 모아 쌓으며 익스트림파크 임시 점프대를 만들고 있었다. 스키 일색이었던 국내 스키장에 보드 바람이 불며 급속하게 확산된 건 불과 10여년 전. 10여년 사이에 대부분의 스키장엔 보더들을 위한 하프파이프나 점프대·펀박스·레일 등 다양한 기물이 설치된 모험 공간이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시설로 자리잡았다.

“키커(점프대)의 경우 중급자 이상이 가장 재미를 느끼는 거리는 8~12m에, 체공 시간이 2초 남짓이죠. 규모를 키우면서 거리·각도는 최대한 안전 범위 안에 넣어 조성할 계획입니다.”

그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시설의 난이도별 여유 공간이다. 기물이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여유 공간이 따라야 안전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 안전 문제는 고난도의 기물에 있다기보다, 자신의 능력 파악 부족에서 기인한다”며 “프로들이 좋다고, 안전하다고 해서 따라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드시 각자 취향과 능력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도전하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지난 2월 열린 러시아 소치겨울올림픽 때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슬로프스타일·크로스코스 조성에 참여하는 등 5회에 걸쳐 국제대회 경기장 조성 경험을 가진 그는 다가오는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참여도 기대를 하고 있다. 올림픽 성공 개최는 “저변 확대와 각계 관심이 중요하다고 본다”는 그는 “앞으로 초보자 입문 시설을 더 늘리고, 서구에 일반화돼 있는 유아용 기물 등 신규 시설과 강습 프로그램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셀카봉 들고 타기, 정말 위험해요”_김성환 스포츠운영팀 패트롤 대장

엘리시안강촌 김성환 스포츠운영팀 패트롤 대장

“스키 실력과 응급처치 능력, 냉정한 판단력과 따뜻한 인품을 두루 갖춰야 합니다.” 스키장 패트롤팀은 고객 안전을 책임지는 팀이다. 슬로프에 안전망(펜스)을 설치하고, 돌출된 곳이나 시설물엔 매트리스를 감싸 안전사고에 대비하면서, 슬로프에 고정 배치되거나 순찰을 통해 고객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는 일을 한다. 안전사고 때는 출동해 응급처치와 부상자 이송을 맡는다. 스키구조요원 자격증(스키장경영협회 발행)이 있어야 한다.

“다른 스키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올해는 특히 안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위험지역을 미리 없애는 데 주력했습니다.” 김성환 대장은 “슬로프 하나당 4명의 순찰 요원을 주·야간 투입하고, 경사도가 높은 슬로프엔 상주 요원을 따로 배치해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스키 실력을 갖춘 자원봉사자나 계절 아르바이트생도 순찰을 돕는다.

김 대장은 스키장 패트롤 경력 15년째의 베테랑 안전요원이다. 그는 “경험상 가장 흔한 사고 원인은 실력에 맞지 않는 무리한 코스 도전”이라고 말했다. 잦은 사고 유형으로 스키의 경우 무릎 부상, 보드는 손목 골절과 팔 부상을 꼽았다.

그는 반드시 충분히 준비운동을 한 뒤 손목보호대·팔꿈치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체력·실력에 맞는 코스에 오를 것을 권했다. 어린이의 헬멧 착용은 필수다. 김 대장은 “요즘엔 휴대폰에 셀카봉까지 들고 타는 경우도 있다”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금해야 할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평창 광주 춘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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