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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24 19:32 수정 : 2014.12.25 09:40

[매거진 esc] 욕전

독자 여러분 올 한 해도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욕보셨습니다. <한겨레> esc가 마련한 속풀이 욕 한마당에 많은 분들이 1년 동안 쟁여두고 마음속에서 곰삭은 욕을 보내주셨습니다. 2014 ‘최다 욕 대상’은 역시나 직장 상사입니다. (esc 김 팀장! 너도 삐익~!) 2015년에는 인간미 넘치는 ‘오차장’으로 거듭나시길 간곡하게 요청합니다. 채택되신 분들은 드라마 <미생> 촬영지인 한겨레신문사 옆 맛집 ‘마포껍데기집’에서 뵙겠습니다. (당선자 개별통보)

정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넌 ‘반주’가 소주 두 병이니?

매일 점심 ‘가볍게’ 반주 한잔 하자고 소주 두 병 시키는 부장아! 소주 두 병이 가볍냐? 그건 반주가 아니라 완주란다, 완주! 회사로 들어가면 넌 자리에서 코 골며 자지만, 난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찬물 마시며 일한단다. 내년에도 점심시간에 반주 얘기 꺼내면 아주, 가만 안 둔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여전히 점심시간마다 나는 ‘가볍게’ 소주 한 병 마시고 있겠지! ㅠㅠ (31살 직장인 K)


카톡 메시지 꼬라지하고는

합의하에 잘 헤어져 놓고 단체 ‘카톡’에 쌍욕 써놓았던 전 애인아. 니 친구들은 그 메시지 보고 너한테 연락했다는데 너란 인간 연락 안 받는다고 나한테 연락해서 확인사살까지, 패키지로 나 물먹이니? 전화받기도 세 명 넘어가니 짜증이 분노로 변하더라. 그리고 나 아니면 죽을 것 같다고 울고불고 쌩지랄하더니 일주일 뒤 카톡 프로필에 새 여친 사진 업로드! 지나간 유행어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20대 여성 ㄱ씨)


너만 입이냐! 나도 미식가라구!

직장인의 하루 중에 최고 즐거운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이 제일 스트레스다. 상사의 식탐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다. 순두부찌개의 반숙계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때 어둠의 그림자! 그가 숟가락 쑥 넣더니 반숙을 쏙 가져간다. “내 것도 나눠 먹자!” 헐! 니 것 안 먹어! 새우볶음밥 주문한 날이다. 다시 어둠의 그림자! 밥 위에 올라온 새우튀김 5개 중에 3개를 쏙 집어간다. 야! 네 입만 입이야? 이 밥 내 거야! 먹는 거 가지고 쪼잔해지기 싫은데. 그가 나와 다른 거 주문하면 불안하다. 제발, 누가 나 대신 욕 좀 해주세요! (20대 홍보회사 AE ㅇ씨)


이혼하면 쥑는다!

우리 부부 돈 없어서 식도 간소하게 하고 혼수나 예물, 예단도 거의 못한 거 뻔히 알면서 너 결혼 앞두고 나 불러서는 두 시간 동안 시댁에서 집 사준 거, 예단 천 만원 한 거, 예물 삐까뻔쩍하게 받은 거 자랑하고 싶디? 참을 인 자 새기면서 끝까지 들어준 내 인격에 감사해. 중간에 손 올라갈 뻔한 거 참았다. 그렇게 결혼해서 이혼한다 소리 하기만 해봐, 확! (닉네임 그래서 햄볶니?)


울 엄마 백만원 내놔!

공채 일정 얼마 안 남았는데 어머니가 힘내라며 당신 친구의 칼국수집에서 밥 사주던 날. 그 친구분 왈 “나 신내림받았는데, 딸내미 이번에 굿 안 하면 7년 동안 시험에서 떨어질 것 같아.” 어머니 혹하셔서 절간 찾아갔다가 700만원짜리 굿하라는 소리 듣고 기가 차셨대. 700만원 굿은 못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100만원 기부하고 오셨다는 어머니의 말에 난 더 기가 차! 그 뒤 공채에 떨어지자 어머니는 “700만원짜리 굿 못해서 떨어졌나” 혼잣말하시는데, 한번 더 기가 차! 우리 어머니 100만원 내놔! (20대 취업 준비생 ㄱ씨)


부장아 너 나 질투하냐

띠 동갑 여자 부장아! 전 지점에서 고객에게 손실 가해 지점장에서 잘리고 우리 지점 온 주제에, 지가 아직도 지점장인 줄 알아! 기분 안 좋으면 막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고, 인간인지 개인지 구별이 안 가. 그리고 나 너 후배거든. 왜 경쟁자로 생각하는 거니! 그래 나 너보다 예쁘고 젊어. 그래서 질투하고 갈구냐! 나 점심 먹으러 가면 내 자리 와서 몰래 내 메신저 검색하는 거 알거든. 내 메신저 늘 잠겨 있지롱! (금융회사 사무직 사원 ㅅ씨)


넌 와이프 등골브레이커

찐따 지점장아! 회사만 오면 늘 와이프 자랑질이야! “우리 와이프는~” 어쩌고저쩌고! 와이프가 공사 차장인 거 말고 40 넘은 니 인생에서 내세울 게 하나도 없냐 인간아! 네 처지를 봐! 한때 영업이 잘되긴 했지. 그러나 지금은 어때? 7년 동안 시대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지점이 쪼끄랑망탱이가 됐잖아. 내년에 지점장 잘리면 공사 차장 와이프 등골이나 빼고 살래? (30대 직장인 S) 내년에도 끼어들면 확 받아버린다! 한 해 내내 공덕동 오거리 우회전 전용 차선에서 끼어들기 한 넘들아! 너네 땜에 아침마다 혈압 상승했다. 너네처럼 얍씰하게 끼어들기 하면 먼저 갈 수 있다는 거 모르는 사람 있을 것 같냐? 규칙 지키며 줄 서서 신호 기다리는 사람들이 우스워? 너넨 뭔데 맨날 뻔뻔하게 끼어들어~ 확~ 인제 그만해~ 내년엔 안 봐줄 거야. (한겨레신문 esc 임아무개 기자)


나 군대 가게 해줘!!

입대 14번 실패한 나에게 욕을 보낸다. 작년에 입대 앞두고 노래방에서 노는데 ☆같게도 뒤에 있는 놈이 밀쳤어. 깁스했지. 올해 1학기 종강 앞두고 자전거 두 손 놓고 타다가 가로등에 부딪혔어. 또 못 갔어. 9월에 기술행정병 지원하자 병무청에서 ‘1차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자 받았어. 드디어 가는구나! 했는데 웬걸? 다음날 병무청에서 원서 내용을 틀리게 적었다고 1차 합격이 취소됐다는 거야! 난 미친놈! 몇달 전에는 입대일 4일 전에 친구랑 펀치기계 내기하다가 다리 골절당했어. 아르오티시도 떨어지고, 의경도 떨어지고, 해군도 떨어졌어. 복학 시기 꼬였고 내 인생도 꼬이고 있어. 나란 넘, 재수라곤 유니세프에 기부한 세키! 잘난 키보드 워리어 씨밤바 같은 넘들아! 나한테 욕 좀 해주라! 액땜하고 내년엔 군대 좀 가자! (군대 가고 싶은 20대 남자 대학생 ㅇ씨)


너나 잘하세요!

팀장 아줌마! 지는 몸뻬 바지에 추리닝 쪼가리 상의 입고 다니면서, 옷 똑바로 입으라고, 예의 갖춰 입고 다니라고? 아줌마는 지금 바로 비닐하우스 투입 가능 비주얼이야. 내년에는 솔선수범 좀 해라. (30대 직장인 M씨)

진심 담아 사과 좀 해! 회장님들아!

안녕, 홍보 일을 하는 에이(A)라고 해. 업무특성상 이 시대 ‘제왕’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잦아. 기업 오너, 최고경영자 같은 브이아이피(VIP) 말이야. 이 중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부 ‘모지리’들에게 한마디 할게. 진심을 담아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그리 힘드니? 역풍 맞아 민심 돌아설 때 “미안하다” 하면 누가 믿어줘? 검찰 조사나 옥살이할 때도 그래. 당신들 대신 사과문을 만들어 주는 홍보담당자들이 얼마나 괴로운 줄 알아? 온갖 욕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거든. 당신들한테 가져간 사과문 초안, 고성능 필터로 거르고 걸러 아주 예쁘게 다듬은 거야. 그거 다 뜯어고쳐서 일 그르치는 게 당신 옆의 ‘십상시’들이야. 계속 그러다 정말 훅 간다. 누구처럼 말야. (30대 직장인 L씨)

2014년! 얼릉 꺼져!

서류탈락, 계속되는 서류탈락. 나는 내년에 졸업하는 인서울 중위권 대학의 기계과 대학생이다. 좋은 학점, 영어성적, 인턴 경험까지, 취업 자신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떨어지지 않겠지’ 하는 곳도 서류탈락! 낙담하던 차 무려 3군데 대기업에서 면접 통보가 왔다. 근데 면접 날짜와 시간이 같다. 어쩔 수 없이 한 곳으로 정해 전공면접, 영어면접, 인성면접, 2주나 준비해서 갔다. 단 20분 면접. 인사과 면접관은 심드렁하게 “우리 부서에 일할 생각 있냐?” 하더라. 이게 질문이야? 그럼 생각 없다 그래?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떨어졌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력서에 채용예정자를 표시해뒀다고 하더라. 첫 취업 도전, 총 30전 30패! 2014년, 삐리리야 니가 뭔데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냐! 내가 이런 것에 무너질 것 같으냐!! 절대 안 무너져! 너 엿먹으라고 2015년엔 원하는 기업에 합격할 거다! (25살 기계과 대학생 ㅇ씨)


새 차 확 긁어버릴까부다!

업체 미팅 같이 가던 날, 새로 뽑은 차 랜드로버에 흠집 날까 무섭다면서, “넌 따로 오라”고 뚜벅이인 내 마음에 대못을 박은 모 제작사 대표님! 언젠가 반드시 랜드로버 보닛에 대못으로 선명하게, 랜드로바(신발) 나오는 회사 이름 ‘금☆제화’라고 긁어드리겠습니다.

(닉네임 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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